김영훈
 철도노조 지도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지난달 22일 태백선 문곡역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사고로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지면으로나마 운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열차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황망할 따름입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열차끼리 정면충돌한 사고라는 점, 그 결과 열차에 탑승한 승객이 사망한 사고라는 점에서 철저한 원인분석과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항공기나 선박, 버스나 자가용에 비해 철도는 탑승자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교통수단입니다. 일반 공중이 선로를 횡단하다가 열차에 접촉하거나 건널목에서 다른 교통수단과 열차가 충돌하는 경우와 같이 대부분 사망자는 열차 밖에서 발생합니다. 오랫동안 철도사고를 연구해 온 영국의 철도전문가 롤트(L.T.C Rolt)는 “지구상에서 열차 안에 있는 곳보다 안전한 곳은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열차좌석에는 안전벨트가 따로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 승객 사망사고는 1993년 3월 발생한 구포역 열차사고 이후 21년 만에 발생한 사고입니다.

사고는 문곡역에 정차해야 하는 관광열차가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진행하다가 마주 오는 무궁화호와 충돌해 발생했습니다. ‘O트레인’이라고 불리는 관광열차는 서울을 출발해 원주·제천·영주·태백을 거쳐 다시 제천으로 돌아온 뒤 서울로 갑니다. O자와 같이 강원도 내륙지방을 원형으로 돌아오는 열차입니다. 복선으로 운행되는 주요 간선과 달리 중앙·영동·태백선은 하나의 선로로 상하행 열차가 운행되는 단선 구간입니다. 산악지형으로 선로 구배(기울기)가 심한 데다 곡선반경이 짧아 시야 확보가 어렵고 운전하기도 까다롭습니다. 사고는 태백선 끝자락에서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대구역 열차사고와 마찬가지로 사고를 발생시킨 관광열차는 1인 승무제로 운영됐습니다. 철도공사는 올해 3월부터 효율화를 이유로 중앙·영동·태백선에 대한 1인 승무를 강행했습니다. 철도노조에서는 “시스템 보완 없는 단선 구간 1인 승무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탄압이었습니다. 7월10일 중앙선 1인 승무 반대투쟁을 하던 조합원들이 무려 11명이나 해고되고 13명이 정직 등 중징계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12일 후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곡역 역시 효율화를 이유로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입니다. 신호기 취급은 인접역인 태백역에서 하고 기관사는 무선교신도 태백역과 합니다. 사고를 발생시킨 관광열차 기관사는 태백역에서 마주 오는 무궁화호 열차와 교행(교차하는 순간)하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84년 입사해 기관사 경력만 20년이 넘는 베테랑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이 해고를 무릅쓰고 절규하는 이유는 우리는 누구나 착각할 수 있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시스템 보완 없이 일단 사람부터 줄이고 보는 효율화는 오래된 적폐입니다.

일본철도 민영화 이후 3대 대형사고 중 하나인 시가라키 열차 충돌사고는 단선 구간의 열차운행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91년 5월 일본 교토지방 시가현 시가라키선에서 서일본 여객철도주식회사(JR서일본) 소속 임시열차와 제3섹터(JR 각 회사가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운영을 포기한 노선에 운영자로 참여하는 기구)인 시가라키 철도회사 소속 열차가 정면충돌해 42명이 사망하고 614명이 부상당하는 대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시가라키선은 시가라키와 키부카와를 연결하는 단선 구간으로 평소에는 JR서일본이 운행을 하지 않는데, 세계도예축제기간을 맞아 관광열차를 투입했습니다. 사고 당일 상하행선 열차가 모두 인접역을 출발해 마주 보고 달리도록 신호가 작동된 것입니다.

1년7개월 동안 벌인 운수성 철도사고조사위원회도 사고원인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 시스템이 오작동이 된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열도는 큰 충격에 빠졌고, 세계도예축제도 취소됐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일본철도 전문가들은 “항상 모든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작동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기에 착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책은 서로를 보완할 시스템과 노동자의 결합입니다. 단선 구간에 무인역에서 1인 승무 열차를 교행이 되도록 시도하지 않는 것. 이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고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한 일입니다. 해고된 철도노동자들은 오늘도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서 철도안전을 지키기 위한 1인 시위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철도노조 지도위원(전 민주노총 위원장) (krw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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