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호 금속노조 SJM지회장
2012년 7월27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안에 있는 SJM이라는 작은 공장에서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벌어졌다. 일명 '야만의 새벽' 작전. 모두가 잠들고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새벽 4시 반 무렵이었다. 200여명의 중무장한 용역깡패들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공장 후문에 도열한 무리들은 “넘어!”라는 구령이 떨어지자 소화기를 난사하고 무기를 휘두르며 공장으로 난입했다.

소화기에 맞은 사람, 쇳덩어리에 맞은 사람, 2층에서 떨어진 사람 등 노동자 수십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날로 안산경찰서장은 경질됐고, SJM이라는 중소기업은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됐다.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던 컨택터스라는 경비업체가 폭력 전과자들로 이뤄진 불법폭력 집단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SJM 사태에 노조파괴 전문가로 악명이 높았던 창조컨설팅의 심종두 노무사가 관여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당시 한창 기승을 부리던 '기획된 노조탄압'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결국 회사는 같은해 9월24일 청문회를 앞두고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노조와 임금·단체협상에 전격 합의했다. 당시 강춘기 사장은 합의서를 쓰면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사관계가 개선되고 경쟁력을 갖춘 좋은 회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고 말했다.

사측은 직장폐쇄 철회 이후 회장 명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노동조합과 협조적인 관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노조파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들에 대한 문책은 없었다. 사장 대신 감옥에 간 민흥기 이사에 대해서는 옥바라지를 한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강춘기 사장은 면직됐지만 해외공장을 맡아 여전히 SJM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사측은 민흥기 이사를 대신해 한화그룹 출신 강성 노무관리자 엄기량 전무를 전격 기용했다. 회사는 폭력사태에 대해 사과는 했지만 자신들이 벌인 일련의 노조파괴 음모에 대해서는 극구 부정하고 있다. 노사평화를 위한 화해 노력보다는 여전히 자신들의 권한을 내세우며 현장과 노조를 통제하려고 한다. 사측이 저지른 불행한 사태의 부산물로 탄생한 어용노조는 1년을 버티다가 결국 스스로 해산했다. 우리는 그들을 아무 말 없이 조직의 품으로 받아 줬다.

7·27 사태 이후 SJM 노동자들은 환골탈태를 시도하고 있다. 낡은 제도와 관행을 고쳐 나가기 시작했다. 1공장 자동차 라인은 하루 생산물량을 자율화했다. 작업자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와 기능에 맞게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생산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특히 작업자의 몸 상태와 작업조건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정해진 생산량을 채우던 관행을 개선했다. 작업의 효율성이 올라가고 전체 생산성이 현격히 높아졌다. 근골격계질환도 줄어들었다.

3공장 플랜트 사업부는 인원과 물량을 탄력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바쁜 공정에 대한 부하를 줄이고 납기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나갔다. 작업 공정별 순환근무제를 도입해 피로 누적으로 인한 부상을 방지했고 작업자들 간 갈등을 해소했다. 또한 노사협의회를 통해 플랜트 작업의 특성을 고려한 ‘집중노동제’를 실시했다. 집중노동제는 노동시간에는 모두가 협동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고 일제히 휴식하면서 재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작업효율을 높이고, 3공장의 고질적 문제인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출퇴근 중 사고에 대해서도 100% 본인 과실에 대해서는 업무상재해에서 제외하자고 사측에 제안해 관철시켰다. 동아리 활동 중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는 페널티 제도를 도입해 동아리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재해예방을 위해 노력해 나가도록 유도했다.

무분별하게 사용하던 연월차에 대해서도 개선안을 냈다. 12개의 재충전 휴가에 대해서는 사측이 약간의 휴가비를 지급해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25개 이상의 휴가 사용에 대해서는 절제하도록 설계했다.

노동자는 양질의 노동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회사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노사 간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화합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조는 기존 관행에서 탈피해 좀 더 진취적이고 책임성 있는 활동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을 세우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방이 일방을 제압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닌, 상호 영역을 존중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노사평화이고 화합 아니겠는가.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사측은 노조의 이런 노력을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경계한다. 힘으로 통제하려는 습성도 버리지 못한 듯하다. 사측이 노조파괴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노조를 제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2년이 흐른 지금, SJM 노동자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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