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정부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이 열린 31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노조 대표자들이 노조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공공기관 간 경쟁체제 도입을 거듭 강조하면서 하반기 민영화·구조조정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와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을 잇따라 열고 "공공기관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공기관 간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기능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공공부문 개혁 구상을 재확인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부채감축을 계획대로 착실히 이행하고, 방만경영 개선도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빠짐없이 이행되도록 하겠다"며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정상화에) 참여하도록 하고, 노동계와의 소통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대화채널을 활용해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정상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됐다"며 "새 경제팀은 공공기관 정상화가 결실을 맺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는 민영화?=정부가 공공기관 경쟁체제 도입을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의 핵심으로 삼으면서 민영화·구조조정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이날 워크숍에서 발표한 정상화 대책 추진방향에 따르면 경쟁이 필요하다고 분류된 공공기관에서는 기업분할·자회사 신설이 추진된다. 공공기관과 민간이 경쟁하는 분야와 공공서비스의 필요성이 감소한 분야에 대해서는 시장성 검토 후 비핵심사업을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코레일이 효율성을 이유로 수서발 KTX 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이나, 부채감축 등 재무건전성을 이유로 인천공항철도 매각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간 인력 재배치·명예퇴직제도 개선·임금피크제 활성화를 통해 인력운영도 효율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보화·해외투자·고용복지·중소기업 등 4대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10월까지 마무리한 뒤 내년까지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단계별 기능조정을 추진한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민영화라는 말은 없지만 사실상 공공부문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얘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이나 인천공항철도 매각과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경제연구소에 의뢰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전력산업발전방안' 연구용역의 핵심도 전력 판매부문 경쟁체제 도입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부문 노동계 "앞에선 대화, 뒤로는 민영화" 반발=최 부총리가 "노동계와 소통하겠다"며 현오석 전 부총리와 다른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정작 공공부문 노동계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에서는 대화를 얘기하면서, 뒤로는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를 빙자한 민영화·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공공기관운영위가 열리는 시간에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부총리의 얘기는 결국 철도노조 파업의 계기가 된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과 같이 정권과 재벌 등 소수 특권층의 배를 불릴 민영화를 공론화 없이 밀실에서 추진하겠다는 뜻"이라며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강행할 경우 끝까지 싸우겠다"고 경고했다.

공대위는 "정부는 지금처럼 앞에서는 대화를 외치고, 뒤에서는 불법적 정책 추진을 독려하는 이중적이고 기만적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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