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아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단5079392 임금

사건 개요


가. 원고들은 서울대공원 조경과 소속으로 시설관리 전반과 녹지대관리·조경관리를 하는 내용으로 2월 중순부터 12월 하순까지의 근로계약을 서울시와 체결했다. 다음해 2월 중순 다시 약 10개월 단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등 2회 이상 동일한 근로계약을 반복 체결했다.

나. 서울대공원에는 기간제 근로자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상용직(무기계약직) 근로자가 있었다. 기간제와 상용직 근로자들은 팀을 이뤄 혼재 작업을 했다. 계약의 공백기간인 동절기 약 2개월 동안 서울대공원에서는 녹지대관리·수목관리 등 일부 작업을 하지 않았다. 폭설 등을 대비해 일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계약기간 중에 며칠간 휴무를 하게 한 다음 대신에 동절기에 휴무한 기간과 같은 기간 동안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다. 원고들은 퇴직한 다음 서울시에 퇴직금 지급을 청구하는 본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매년 채용공고에 따라 새로운 근로계약을 한 것이며 계약기간이 약 10개월로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임을 이유로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판결의 요지

① 반복된 근로계약 사이에 동절기 동안 일부 공백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원고들에게 귀책사유가 없고, ② 공백기간이 약 2개월 정도로 전체 계약기간에 비해 길지 않은 점, 원고들 중 일부는 동절기 업무수행이 필요한 경우 대체휴무-대체근무라는 명목으로 근로를 제공했던 점, ③ 공개채용 공고 후 심사를 거쳐 근로자들을 선발했다고는 하나 수목 등 조경관리 전문지식과 조경장비 작동 능력 등 기존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평가항목에 포함돼 있어 기존 근로자들이 근로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고 실제 기존 근로자들 중 지원자 대부분이 채용된 점, ④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했고 기간제 근로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점, ⑤ 실업급여 수령을 이유로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부정할 수 없는 점 등 제반사정 및 근로관계 계속성에 대한 대법원 판례 법리에 비추면 원고들이 동절기 동안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그 기간이 길지 않고 계절적 요인 등 당해 업무의 성격에 기인해 그 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전체적으로 피고와 계속적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1년 이상 계속근로’의 요건에 대한 해석 문제로 반복·갱신한 근로계약 사이에 단절기간이 있는 경우 그 단절기간을 계속근로기간에 포함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다. 구체적으로는 단절기간이 계속근로기간에 해당하려면 어떠한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일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하는 공개채용으로 재계약한 경우 근로계약 계속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닌지, 실업급여를 수령한 경우 근로기간 단절을 자인한 것은 아닌지 등이다.

퇴직금은 재직기간의 전체 근로에 대해 포괄적으로 책정·지급되며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때에 비로소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휴직기간, 휴업기간, 유학이나 연수의 기간 등도 계속근로연수의 구체적 기간 산정시 배제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근로기간 중 중간에 일부 단절이 있는 경우에도 전체적으로 봐 계속적인 근로관계라고 인정할 수 있다면 이는 퇴직금 지급요건으로서의 1년 이상의 계속근로라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견지에서 종래 대법원은 1) 기간제 근로계약을 갱신·반복 체결한 경우 “근로계약이 만료됨과 동시에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해 체결한 경우에는 갱신 또는 반복한 계약기간을 모두 합산해 계속근로연수를 계산해야 한다”(대법원 1975. 6. 24 선고 74다1625, 1626 판결 등)는 것이며, 2) 반복·갱신된 근로계약 사이에 단절기간이 있는 경우 “근로계약 사이에 일부 공백기간이 있다 하더라고 그 기간이 전체 근로기간에 비해 길지 않고 계절적 요인이나 방학기간 등 당해 업무의 성격에 기인하거나 대기기간·재충전을 위한 휴식 기간 등의 사정이 있어 그 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은 유지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58490 판결 등)는 판례 법리를 확립해 왔다.

한편 이 사건과 같이 근로계약 단절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수령한 경우에 근로자가 스스로 근로관계가 단절된다고 명확히 인식한 것이므로 나중에 퇴직금 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실제 이 사건 피고는 그 같이 주장했다)에 대해 대법원은 실업급여 청구와 퇴직금 청구는 양자의 법적인 성질과 지급의무 주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신의칙 주장을 배척하고 근로자들의 청구를 인용한 바 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다35040 판결).

대상판결은 이 같은 대법원 판례 법리에 기초해 퇴직금 청구권의 ‘계속근로기간’ 요건의 판단기준을 확인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① 근로계약 계속성 여부는 형식상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했는지와 무관하고 근로관계의 실질로 판단해야 하며, ② 공백기간이 계절적 요인과 같은 업무상 성격에 기인한 경우에는 공백기간을 포함해 계속근로를 인정할 수 있으며, ③ 공개채용으로 심사를 거쳐 재계약을 했다는 사정이 근로계약의 계속성을 부정할 근거가 될 수는 없고 ④ 공백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수령했다 하더라도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피고인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여러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정규직 전환조항을 회피하고 퇴직금 지급의무를 면탈하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들을 상당한 규모로 채용해 왔다. 특히 정기적인 공개채용방식으로 일정한 심사기준을 거쳐 선발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기존 근로자들도 공개채용을 통해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게 함으로써 근로기간의 단절을 도모했다. 대상판결에서는 이러한 공개채용방식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거듭 체결한 경우에도 단절기간을 포함해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 점에서 종래 탈법적 고용관행을 굳힌 공공기간 및 지방자치단체 등 사용자들이 비정규 근로자들의 퇴직금 청구권 등 노동기본권 문제에 대해 과단성 있는 결단을 요구함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결론

대상판결은 전체 근로기간 중 단절기간이 있는 경우 퇴직금 지급청구권의 요건인 ‘계속근로기간’을 판단하는 기준을 확인했다. 근로자의 귀책이 없고 업무상 특성에 기인해 단절기간이 발생한 경우에는 비록 일정한 심사를 통과해 재계약이 됐다 하더라도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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