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크고 작은 철도 사고가 기관사 개인의 과실을 넘어 코레일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코레일은 '경영 효율성'에만 경도된 듯하다. 만성적인 부채에 대한 경영진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코레일의 태도를 보면 경영 효율화를 가로막는 주범으로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을 지목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2008년 대구역 하행선에서 화물열차와 여객열차의 추돌사고 이후 철도노조는 대구역에 안전측선(열차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여분의 대피 선로) 설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비용을 이유로 사고가 발생한 하행선에만 안전측선 역할을 하는 시설개량을 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지난해 8월 안전측선을 설치하지 않은 상행선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해 무궁화호 기관차 1량과 KTX 8량이 탈선했다.
코레일은 수년 전부터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역 자동화·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56개 역에서 무인화를 추진했다. 사고가 난 문곡역도 무인역이다. 문곡역에 관제원이 있었다면 신호대기해야 하는 관광열차가 달리는 것을 보고 비상대응조치를 하지 않았을까.
태백선 사고 소식 이후 철도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자괴감을 토로하는 철도노동자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을 여객전무라고 소개한 한 철도노동자는 이를 '폭탄 돌리기'라고 표현했다. 이 노동자는 "대구역 사고도 문곡역 사고도 언젠가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고"라며 "재수없는 직원 누군가가 덤터기 쓰고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절망스러움을 토해 냈다.
코레일은 지난해 대구역 사고의 원인으로 '근무기강 해이'와 '적당주의의 타성적 근무태도'를 꼽았다. 이번에는 누구에게 어떤 덤터기를 씌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