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산업안전보건법은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위촉과 활동을 규정함으로써 현장의 당사자들이 직접 산업재해 예방활동에 참여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근로감독관을 두도록 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의 기본 업무는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하는 것이다. 근로감독이 노동법 집행의 시작이자 노동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는 점에서 근로감독관의 역할과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근로감독관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현장의 노동문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노조를 통한 문제 해결의 수단을 갖지 못한 수많은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근로감독관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다.

물론 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거나 사건 처리에 불성실하고 심지어 노동자에게 협박에 가까운 언사를 행하는 등 일선 근로감독관들의 자질이 언론의 도마 위에 심심치 않게 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로감독관 선발 방식과 기준을 개선하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근로감독관 제도의 우선적인 문제는 관할해야 할 업체수에 비해 정부가 고용하고 있는 근로감독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4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노동부로부터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근로감독관 실무인력은 972명에 불과하다. 그에 따라 근로감독관 실무인력 1인이 관할해야 할 업체는 평균 1천736곳에 이른다. 1인당 평균 관할 사업장수가 2천개를 넘어서는 지청이 전국에 10곳이나 된다. 단순히 산술적인 계산만으로 실제 업무의 양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에 비해 근로감독관수가 너무 적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근로감독을 실시하는 규모 자체도 최근 들어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12년에는 3만1천48개 업체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이 실시됐으나,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8.35% 감소해 2만2천245곳으로 줄어들었다. 2014년 상반기 근로감독은 5천845곳에 불과해 하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고 노동법을 원칙적으로 집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해답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근로감독관을 더 고용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의미 있는 공공 일자리의 창출이 아닌가.

근로감독관을 대폭 증원하기 어렵다면 이제는 더 망설이지 말고 명예근로감독관 제도를 도입하자. 현장의 사정에 밝은 당사자와 전문가를 명예근로감독관으로 선발해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고 교육과 훈련을 거쳐 현장에 투입하자.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사례처럼 법으로 제도화하는 방법이 있다. 이에 더해 각 지역별로 청년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의 사업장을 청년 당사자가 직접 감독할 수 있도록 ‘청년 명예근로감독관’ 정책을 실행한다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에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집행되지 않는 법은 소용이 없다.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면 사용자들은 언제든 뻔뻔하게 법을 무시할 것이다. 행정의 감독이 소홀해지면 노동법이든 노동권이든 무용지물이 된다. 현장의 위법을 곧바로 적발해 내서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는 시스템. 촘촘한 근로감독과 노동법 집행의 그물망을 우리가 일하고 있는 바로 그 현장에서 펼쳐야 한다. ‘청년 명예근로감독관’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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