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자산운용을 비롯한 기업은행 자회사 인사를 놓고 ‘신종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관례대로 기업은행 부행장을 자회사 사장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윗선에서 개입하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위원장 홍완엽)는 문제의 윗선으로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을 지목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5일 부행장을 제외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임직원 인사를 한 번에 마무리하는 이른바 ‘원샷 인사’를 실시했던 터라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건의 원인은 자회사 사장 인선과 맞물려 있다. 현재 사장 인선 절차를 진행하는 자회사는 IBK연금보험과 IBK자산운용이다. 그간 자회사 사장으로 기업은행 부행장을 임명하고, 그 자리를 내부승진으로 채웠던 인사 관행이 뒤집어진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는 임명 절차를 밟고 있는 사장 후보들을 청와대에서 막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지부는 “이번 인사의 배경에 현직 관료와 동문관계 그리고 홍기택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있다”며 “관피아를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과 다르게 신종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지배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반발했다.

홍기택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참여한 인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일해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부는 이번 인사로 권선주 행장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부는 “그간 내부 출신 행장은 원샷 인사로 조직력을 튼튼하게 다지면서 조직의 사기를 올렸다”며 “정부가 은행권 최초의 여성 리더에게 힘을 실어 주지는 못할망정 입지를 흔들고 입맛대로 쥐락펴락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홍완엽 위원장은 “조직력을 강화하고 구성원들의 소통과 화합을 다지기 위해서는 자회사 관련 인사는 기업은행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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