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연 변호사
(법무법인 프라임)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26088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

1. 사건의 경위


피고 보조참가인 Y교수는 2002년 12월1일 원고인 학교법인 서울디지털대학교가 설치·운영하는 원격대학 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인 서울디지털대학교의 디지털영상학부 1년 계약직 조교수로 임용됐다.

Y교수는 2005년부터 2007년 1월까지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학교측은 2007년 2월9일 Y교수가 학생들의 농성을 지원했고 언론사에 교비횡령 의혹 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해임했다.

Y교수는 해임처분을 다투기로 하고 2007년 4월13일 서울중앙지법(2007카합1213호)에 지위보전 등 가처분 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졌다. 원고는 이 결정에 따라 Y교수가 2007년 2학기까지 강의를 하도록 하고 급여도 지급했다. Y교수는 같은해 4월18일 서울중앙지법(2007가합32295)에 해임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2008년 2월14일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항소(서울고등법원 2008. 12. 26 선고 2008나35687 판결)와 상고(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다9096 판결)가 모두 기각돼 확정됐다.

그러나 서울디지털대학교는 Y교수를 복직시키지 않았다. Y교수는 다시 서울중앙지법(2009가합108998호)에 조교수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 항소심에서 Y교수가 서울디지털대학교 조교수 지위에 있고, 이에 따라 미지급한 임금 및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됐으며(서울고등법원 2012. 3. 9 선고 2010나92034 판결) 같은해 6월28일 상고가 기각(대법원 2012다32546호)돼 확정됐다.

학교측에서는 2012년 11월21일 Y교수에게 해임처분의 무효확인 소송과 조교수 지위확인 소송의 판결 내용을 이행하고자 재계약 심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Y교수는 2012년 11월30일 재계약 심사 기준이 업적평가의 기준을 소급 적용하거나 부당해임 됐던 기간의 업적평가를 불합리하게 요구하고 있어 부당하다고 답변했다. 안내 공문과 답변이 오간 끝에 Y교수는 2013년 2월12일 재계약 거부 통지를 받았다. 학교측은 Y교수가 재심을 신청했으나 재심을 기각하고 같은해 5월7일 재임용 거부처분을 했다.

이에 따라 Y교수는 2013년 6월7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피고)에 소청심사를 제기했다. 피고는 같은해 7월22일 학교측이 상대적인 재임용 심사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Y교수가 교원으로 근무하지 않았던 기간을 포함해 재임용 심사를 진행했다고 봤다.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공정한 심사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이유로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했다.

2. 이 사건의 쟁점 및 판결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사립학교 교원이 해임처분을 받은 후 해임처분이 무효임이 인정된 사안에서 학교측이 재임용 심사 기준을 다른 교원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지와 사이버대학교 교원의 경우 일반 대학교와 달리 정보통신 매체를 통해 모든 강의를 진행하는 등 특수성이 있다 할 것이므로 연구실이 없더라도 연구 여건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는지라고 하겠다.

첫 번째 쟁점에 대해 법원은 해임처분의 경위 및 관련 소송의 진행 경과를 보면 Y교수가 정상적인 연구를 하지 못했던 것은 학교측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인데 이로 인한 불이익을 Y교수에게 돌릴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학교법인이 해임처분을 하고 그 해임처분이 법원에 의해 무효임이 확인됐는데도 해당 교원에게 연구실을 제공하지 않고 강의를 하지 못하게 한 상황에서 연구를 정상적으로 했다는 전제로 재임용 심사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두 번째 쟁점인 사이버대학교 교원의 연구 여건이다. 학교측은 사이버대학 교원은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연구실이 없는 상태에서도 충분히 연구활동을 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이버대학교 교원의 연구 여건이 다른 대학 교원과 차이가 있다고 볼 법령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그같이 해석할 현실적 필요도 없어 이러한 전제는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3. 이 사건 판결의 의미

교원이 눈 밖에 날 경우 학교측은 해임처분을 하고 이에 대해 법원 판결로 무효임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복직을 거부하거나 재임용 심사기준을 불합리하게 제시하고 밀린 임금과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면서도 계속해서 시간을 끄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사건 의뢰인인 Y교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Y교수는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의 농성을 지원했거나, 외부 언론사에 교비횡령 의혹 등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2007년 초 해임처분 된 뒤 현재까지도 소송을 진행해야만 했다. 해임처분 무효확인에 이어 조교수 지위확인 소송에서도 승소했지만 학교측은 Y교수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처럼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재임용을 거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 취소소송에 이른 것이다. 7년째 계속된 소송으로 쌍방이 지쳤지만 또다시 학교측은 항소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법원은 학교측이 △재임용 심사시 즉시 기간제 전환 신청 △재계약 신청 후 기간제 전환신청 △즉시 부교수 승진심사 신청 △재계약 신청 후 부교수 승진심사 신청 등 총 8가지의 선택지를 줬다 하더라도, 심사의 기간이 관련 규정을 소급해 적용하는 것이거나 해임돼 실질적인 연구를 기대할 수 없는 기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면 “상대적인 재임용 심사 기준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학교측은 8가지나 되는 재임용 심사 기준의 선택지를 제안했는데 Y교수가 모두 거절한 것이므로 공평한 경쟁이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Y교수가 정상적인 연구활동을 할 수 없었던 것은 결국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며 “이로 인한 불이익을 Y교수에게 돌릴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이는 대학교 교원의 연구 활동은 대학의 승인과 협조 없이 진행이 불가능한 것을 확인하면서, 연구활동에 대해 승인과 협조를 해 주지 않았으면서 재임용 심사시에 다른 교원과 동일한 연구 업적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재임용 심사시에 해임처분이 무효가 돼 복직해야만 하는 교원에게 8가지의 선택지를 줬다면 일견 합리적이고 공평한 심사기준에 의해 재임용 심사를 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심사 기준 중 어느 것도 교원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다른 교원과 비교해 불합리한 심사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하겠다.

또 하나의 주요한 쟁점은 사이버대학교 교원들의 연구 여건이 다른 대학교와 다르다고 봐야 할지 여부였다. 법원은 사이버대학교는 고등교육법 제52조에 따라 원격교육으로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원격대학으로, 사이버대학교는 정보통신 매체를 통해 교원의 연구 결과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다를 뿐 연구 여건은 동일하게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사이버대학교 학생들이 강의를 직접 학교에서 듣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사이버대학교 교원의 경우 연구활동을 할 때에는 다른 교원과 동일하게 연구실이나 연구자재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4. 결론

학교측의 해임처분이 법원의 판결로 무효가 된 교원에게 다른 교원과 같은 기준으로 재임용 심사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면 해임된 교원은 해임처분으로 인해 소송을 수행하고 있는 기간 중에도 언젠가 있을지 모를 재임용 심사를 대비해 연구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이버대학교 교원의 경우 연구 여건이 다르므로 연구실·연구자재를 주지 않더라도 무관하다고 판단한다면 고등교육법 제52조의 취지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학교측이 합리적인 여건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대학 교원처럼 연구를 해야 한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립학교는 교원 재임용 심사시에 합리적이고 공평한 심사기준을 정해 재임용 여부를 결정할 의무가 있다. 이 판결은 이러한 "합리적이고 공평한 심사기준"에 대해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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