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6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 장관은 취임식에서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 미래의 지속가능한 고용을 가능하게 하는 새 고용노동질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을 재차 강조하고 산업별 노사정 정기모임을 제안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 해결하지 못한 통상임금·정년연장·노동시간단축 등 당면 현안을 노사와 대화를 통해 풀어 가겠다고도 했다. 이 밖에 노동부가 일자리 총괄부처로서 중심을 잡고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처우개선도 강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장관이 눈여겨봐야 할 곳이 있다. 현안 사업장들이다. 지금 거리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파업과 농성에 나서고 있고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로 전교조가 곤경에 처해 있다.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에도 노동부의 지침이 더해지면서 현장은 소송전이 끊이지 않고 정년연장을 둘러싸고 임단협은 난항을 겪고 있다. 타임오프·복수노조 창구단일화로 인한 혼란도 여전하다. 이기권 장관에게 바라는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봤다.

간접고용 실태파악과 노동기본권 보장 급선무

박재범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회사측의 직장폐쇄로 500여명의 티브로드 비정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려 30일 넘게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외주업체 변경과정에서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씨앤앰 비정규직 74명도 10일 넘게 길거리 농성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로고가 찍힌 옷을 입고 전주와 옥상을 오르며 인터넷 전화와 IPTV를 설치하던 기사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우리 직원이 아니다’며 통신대기업 명함을 협력업체 명함으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을 해지하고, 업체 변경시 조합원을 고용승계하지 않겠다며 노조 탈퇴를 요구한다. 2014년 7월 현재 케이블방송과 통신대기업의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매년 수조원에서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통신·케이블방송의 이윤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임에도 원청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고용형태공시제도에도 잡히지 않는 ‘유령노동자’들이다.

이처럼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노조법도 보장받지 못한 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통신·케이블 방송산업 등 서비스업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이제 노동부가 정확한 실태파악과 노동기본권 보장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대기업의 탐욕스러운 이윤을 위해 희생돼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 놓여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직접고용과 인간다운 최소한의 삶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노동부도 한국지엠 발전전망 수립 나서야

윤용신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교육선전실장

기업이 발전하고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발전전망이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지엠의 부평·군산·창원공장에는 제대로 된 신차 출시 계획이 없다. 쉐보레의 유럽 수출도 단계적으로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합원들은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지부는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신차 출시 계획 확정 등 회사의 미래발전전망 수립을 임금·단체협상에서 요구하고 있다. 우리 조합원의 자동차 제조 기술은 어디서나 인정받는 수준이다. 그런데 지엠이 글로벌기업이고 외국자본이라서 그런지 정부의 관심이 적어 보인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회사 정상화를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도 나서야 한다. 산업은행이 우리 회사의 지분을 많이 보유한 만큼 제대로 된 회사경영을 위해 정부가 소통에 나서야 한다.

통상임금 문제도 빼 놓을 수 없다. 17일 한국지엠 사측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자는 안을 제시했다. 당연한 조치다. 아직 부족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지난해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사측이 이제야 수용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업장의 사용자들은 대법원 판결을 여전히 수용하지 않고 있다. 기업이 대법원 판결을 적용하도록 노동부가 나서야 한다. 통상임금 문제가 논란이 된 책임이 당초 노동부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외면하지 말라

조주찬
디어포스노조
위원장

디어포스노조가 17일로 전면파업 18일째를 맞았다. 노조의 요구는 단순하다. 중간관리자들이 조합원들에 대한 인격모독을 중단하고 부당노동행위를 그만하라는 것이다.

노조가 파업에 이르게 된 것은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노조말살 정책을 펴 왔기 때문이다. 회사가 글로벌 3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사상생의 바탕이 필요한데 회사는 거꾸로 가고 있다. 반노조적인 경영진의 태도는 반노동자적인 중간관리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제 30대 초반인 중간관리자들이 50대 중반의 조합원들을 향해 막말하고 심지어 욕설도 한다. 단지 자신의 말을 안 들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부서를 바꾸는 인사발령을 냈다. 진천공장에 생산팀과 가공팀이 노조의 준법투쟁에 참여했다고,★ 동료에게 노조 파업 참가를 권했다고, 그 다음날부터 힘들고 연장근로수당은 없는 가공팀에 가라고 한다. 모멸감을 느낀 50대 조합원들이 삭발을 하고 진천공장 조합원 90%가 파업에 참가한 이유다.

이런 현실에 노동부는 눈감고 있다. 노동부 관할지청에 지난 5월 불법파견으로 회사를 고발하고 이어 지난달 부당노동행위를 신고했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조사 결과도 알려 주지 않고 있다.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동부 장관을 기대한다.

전교조와 대화하려면 제대로 하길 바란다

박진보
전교조 정책교섭
국장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취임사와 인사청문회에서 대화와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대화는 상대방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화도 깊이와 수준이 다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존중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자신은 자신의 주장만 하고 상대방은 상대방 주장만 한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다. 이기권 장관은 대화에 대해 진정으로 알기를 바란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답변한 내용은 실망스럽다. 전교조와 대화하면서 위법사항을 해소하라고 요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장관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국제기준에 맞는 노동법 개정에 대한 구상이 있어야 한다. 방하남 전 장관은 청문회에서 최소한 “국제기준에 맞도록 사회적 합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기권 장관에게 바란다. 노동자를 자신의 자리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 달라. 정말 대화를 하고 싶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전교조와 노동부가 대화하기 전에 최소한 노동부에서 교육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후속조치라고 내놓은 전임자 복귀·노조 사무실·단체협약 해지 문제 등에 대해서 언급을 해야 한다. 노동법에 대해 조금이라고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헌법상 노조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교육부가 제시한 후속조치는 잘못됐으니 철회하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국제기준에 맞는 노동법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다. 전교조와 대화하는 방식이 일방적이라면 이기권 장관이 생각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도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 것인지 명약관화하다.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대로 했으면 한다. 그저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노동자와 대화하는 시늉만 허공에 대고 하지 않기를 바란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와 공식 대화창구 만들어야

류기섭
노동부유관기관
노조 위원장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달리 이기권 장관은 노동부 출신인 만큼 노동부 내부 문제를 잘 꿰뚫고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과거의 잘못된 노동정책들을 바로 잡아주길 바란다. 이명박 정권은 한국노동교육원을 없애고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부속기관인 고용노동연수원을 만들었다. 이기권 장관이 한국기술대 총장직을 역임했으니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간훈련기관으로 전환된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사업단을 공공훈련기관으로 재전환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다고 하는 '고용·복지서비스공단'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진행이 안 될 것”이라고만 말하지 말고, 장관이 직접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산하 지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노동부와의 공식적인 대화창구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가 만들어진 지 5년이나 지났는데 한 번도 공식적인 대화창구가 마련되지 않았다. 노조와 대화를 거부하는 과거의 접근방식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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