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소모품이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그래서 다쳤는데, 이제는 필요없다고 가차없이 내동댕이쳐 버리더군요."

흔히들 노동절을 두고 노동자 축제의 날이라고 한다. 이날의 주인공인만큼은 각종 시름을 잊고 노동자가 맘껏 즐길 수 있는 날이 돼야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지난 2월 불편한 몸으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난 대우차의 산재장애 조합원들에게는….


■ "우린 소모품이었다" …정리해고된 산재장애 조합원 처지 잘 몰라

2월 16일 1,750명에는 30여명의 산재장애인 조합원들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정리해고 초기 22명의 산재요양 중인 조합원이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탄을 받고, 대우차측이 모두 복직을 시킨 바 있긴 하다. 그러나 그때도 이들 산재장애인의 이름은 다시 불리지 않았다.

"86년 입사해서 장해를 입었던 13년간 내리 같은 자세로 반복해 일해왔죠. 작업자세가 아주 안좋아요. 쭈그리고 앉아서 오른쪽으로 허리를 비튼채 일해왔죠. 그리고 99년 3월 어느날 갑자기 허리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더니 그대로 장애5급자가 돼버렸죠."

요양을 마치고 복직한지 6개월만에 정리해고된 이아무개씨(41, 차체2부)는 분을 삭이지 못하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저는 스스로도 고지식할 정도로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노조활동에도 등한시해왔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모두 다했어요. 지금으로서는 정말 억울한 심정밖엔 안 남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누구한테도 하소연도 못하고 참 답답해요. 지난해말 회사의 휴업조치로 생계문제 때문에 지방 공사현장에 나갔죠. 결국 열흘만에 6m높이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는 바람에 양쪽 골반뼈, 갈비뼈, 손목뼈가 부러졌는데요, 다행히 산재로 인정받았지만 요양기간 중 정리해고되고 말았어요. 회사는 회사일로 산재를 당한게 아니기 때문에 정리해고 대상에 넣어버린거죠."

신아무개(45, 조립2부)씨는 결국 5월22일까지가 요양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이후 매일같이 산곡동 농성장에 얼굴을 비치고 산재장애인 조합원들과 투쟁의 장으로 나서고 있다.

"억울해서지요. 단지 장애를 입었다는 이유로 잘릴 수는 없습니다. 나갈 때 나가더라도 명예회복만큼은 하고 싶어요."


■ 불편한 몸 마다않고 매일 거리선전전 열심

그래서일까, 지금 산재장애인 조합원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투쟁의 현장에 나서고 있다. 이들만으로 따로 매일 거리선전전 및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안 다니는 데가 없어요. 부평역, 부평 문화의 거리, 주안, 동인천, 월미도 등 매일 우리가 찾는 곳이죠. 앞으로는 서울로도 다닐 겁니다. 우리의 억울한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이는 역시 불량한 작업자세로 허리디스크에 걸려, 장애3급을 받은 권아무개씨(39, 차체1부)의 바람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시민들이 별 관심도 없는 것 같아보였어요. 하지만, 지난 4.10 폭력진압 사태가 일어난 후에는 서명에도 기꺼이 나서주고, 모금에도 적극 참여하지요."라며 시민들의 각별한 애정에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산재장애로 잘린 선례는 현재 대우차 현장조합원에게도 산재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로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 산업사회보건연구회의 조성애 실장은 "현장조합원들도 참 걱정입니다. 지금도 제2의 정리해고 소문이 나도는 마당에 산재를 입었다고 하면 그 대상이 될까봐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전해듣고 있어요."라며 산재장애인 조합원들에 대한 문제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장애인이라고 자른 모양인데, 그건 말이 안됩니다. 잘리기 전에 조금 쉬운 일이라고 해도 우린 잘 일했고, 어차피 그 자리는 누군가 일해야 하는 자리니까요. 우린 반드시 우리의 일터로 돌아갈 겁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