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현
변호사
(변호사 강지현 법률사무소)

대상판결 / 대법원 2012도2701 업무방해·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사실관계의 요지


신라정밀 생산직 근로자들은 주 5일 근무를 기본으로 1일 2교대제로 편성돼 근무했다. 1일 2교대제는 주간조 근로자들이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1일 8시간을 근무하고, 야간조 근무자들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30분까지 1일 7시간30분 근무한 후 오전 2시30분부터 오전 6시30분까지 잔업을 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특근은 토요일마나 격주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근무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피고인들을 비롯한 일부 금속노조 신라정밀지회 조합원들은 2008년 4월1일부터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신라정밀 소속 전체 근로자수는 약 240명이었는데, 같은해 4월1일부터 11일까지 잔업을 전혀 하지 않은 조합원은 31명, 4월5일 특근을 하지 않은 조합원은 18명이었다. 이어 같은달 14일부터 30일까지 잔업을 전혀 하지 않은 조합원은 22명, 같은달 12일과 19일, 26일 특근을 하지 않은 조합원은 각 14명, 19명, 11명이었다.

같은해 4월1일부터 6월4일까지 상당수의 신라정밀지회 조합원들이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하기는 했으나 모두가 동시에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한 적은 없다. 신라정밀 사측은 그해 3월 말부터 관리직 사원 25~30명, 작업관리를 담당하던 직장과 반장 8명이 대신 작업을 진행하게 했다. 4월24일부터는 신라정밀 중국공장의 중국인 노동자 7명을 작업에 투입했다. 또 3월 신규직원 18명(같은달 14명 퇴사), 4월 신규직원 19명(같은 달9명 퇴사), 5월 신규직원 11명(같은달 5명 퇴사)을 고용해 작업을 하게 함으로써 계속 생산이 이뤄졌다.

신라정밀 매출실적은 2008년 3월 41억600만원에서 4월 43억1천100만원, 5월 45억2천900만원, 6월 46억6천500만원으로 증가했다. 조합원들이 같은해 6월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하자, 신라정밀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조합원들의 잔업 및 특근 거부로 인해 14억7천600만원의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노조간부들을 형사고소했다.

검찰은 신라정밀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합간부인 피고인들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조합원들로 하여금 2008년 4월1일부터 6월4일(쟁의행위 찬반투표 전날)까지 집단적으로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도록 해 신라정밀 사측에 14억7천6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는 공소사실(업무방해죄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죄의 상상적 경합)로 피고인들을 기소했다. 피고인들은 제1심 및 제2심에서 전부 유죄를 선고받자 판결에 불복해 2012년 2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12일자로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더라도 회사가 현실적인 손해를 입지 않았다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과 대상 판결의 요지

최근 2011년 대법원은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가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판결). 단순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죄 성립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리를 마련했다.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전격성’이란 사용자가 근로자 집단의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예견할 수 있었느냐의 문제이고 ‘사용자의 막대한 손해’란 근로자 집단의 전격적인 파업으로 인해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을 정도의 현실적 손해가 발생했느냐의 문제다. 이번 사안은 노조설립 후 쟁의행위 찬반투표 전까지 조합원들의 잔업과 특근량은 점진적으로 감소했으나, 회사가 투입한 사무직·관리직·외국인근로자 등의 대체인력이 조합원들의 잔업특근을 대체해 정상적으로 조업해 매출실적도 꾸준히 증가했다는 데 사안의 특수성이 있다. 회사가 손해발생의 근거로 제시한 모 회계법인의 보고서에는 조합원들이 잔업특근을 거부함으로써 발생했다는 손해 14억7천600만원의 산정 근거에 관해 “회사는 주문에 의한 생산체계를 갖고 있고 조합원이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를 거부했지만 대체요원의 투입으로 주문에 의해 요구된 생산량을 차질 없이 생산했습니다. 즉 상기의 매출손실이란 실질적으로 발생한 매출손실이 아니라 조합원이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를 거부하고 대체요원의 투입이 없었더라면 발생할 수 있었던 그 매출 손실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매출손실액은 앞서 설명했듯이 실제 매출손실이 아니라 대체요원을 투입하지 않았을 경우 발생할 수 있었던 기회비용의 성격인 매출손실입니다. 또한 매출손실은 매출액에서 원재료구입비 및 가공경비 등을 차감해 산출되는 당기순손실과도 성격이 다릅니다”고 기재돼 있다. 즉 회사가 조합원들의 집단적 잔업·특근 거부행위로 인해 입었다고 주장하는 14억7천600만원의 손해는 실근로 총시간 대비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 거부 총시간만큼의 매출감소를 추정한 것으로, 기회비용의 성격인 매출손실에 불과했던 것이다. 현실화된 손해가 아닌 ‘기회비용의 성격인 매출손실’을 회사의 손해로 인정하게 되면, 모든 파업은 집단적 노무제공을 거부한 시간과 시간당 생산량을 곱할 경우 단 하나의 예외 없이 생산가동률 대비 매출실적의 감소라는 가정적·산술적 손해가 발생한 것이 돼 결국 조합원들의 잔업·특근 감소 자체가 회사의 손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기회비용의 성격인 매출손실’을 회사의 막대한 손해로 인정하게 되면, 사실상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는 예외 없이 위력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귀결돼,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전격성’과 ‘사용자의 막대한 손해’ 등의 요건을 갖춰야만 예외적으로 업무방해죄로 벌할 수 있다는 변경된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정면으로 몰각시키게 된다. 원심은 회사가 조합원들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리라 예상할 수 없었고, 회사가 조합원들의 집단적 잔업·특근 거부행위로 인해 14억7천600만원의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므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으나, 대법원은 “한편 2008년 4월1일부터 6월4일까지 상당수의 신라정밀지회 조합원들이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하기는 했으나, 신라정밀지회 조합원들 모두가 동시에 일제히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한 적은 없고, 신라정밀 사측은 이 같은 잔업 및 특근 거부에 대응해 관리직 사원 25~30명 정도와 작업관리를 담당하던 직장과 반장 8명 등으로 하여금 대신 작업을 진행하게 함과 아울러, 4월24일부터는 신라정밀 중국공장 노동자 7명을 작업에 투입하고, 3월 신규직원 18명(같은달 14명 퇴사), 4월 신규직원 19명(같은달 9명 퇴사), 5월 신규직원 11명(같은달 5명 퇴사)을 고용해 작업을 하게 함으로써 계속 생산이 이뤄졌으며, 신라정밀 대표이사 최○○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등 고소사건의 경찰 의견서에는 3월 41억600만원이던 매출실적이 4월에는 43억1천100만원, 5월에는 45억2천900만원, 6월에는 46억6천500만원 등으로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고 기재돼 있다” “신라정밀은 이 사건 잔업 및 특근 거부로 인해 14억7천6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손해액은 실질적으로 발생한 손해가 아니라 신라정밀지회 조합원들이 잔업 및 특근을 하지 않고 대체인력 투입이 없었더라면 발생할 수 있었던 기회비용적 성격의 매출손실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대체인력 투입 등을 통해 이 사건 잔업 및 특근 거부 기간 중에도 계속 생산 및 매출이 이뤄졌다”고 판시했다. 14억7천600만원의 손해란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가 아니라 기회비용적 매출손실에 불과하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맺음말

대상판결은 근로자들이 집단적 잔업·특근을 거부하더라도 회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해 정상적으로 조업해 현실적인 매출손실이 없었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전격성’과 ‘사용자의 막대한 손해’의 요건을 갖춰야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2011년 3월17일 전원합의체 판결(2007도482)을 재확인한 것이다.

나아가 개인적으로는 대상판결을 통해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더 발전시켜 ‘대체인력 투입’을 ‘전격성’을 상쇄하는 요소로, ‘기회비용적 매출손실’을 ‘사용자의 막대한 손해’를 상쇄하는 요소로 평가할 수도 있을 듯싶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근로자들이 파업할 때 근로자의 시간당 생산량과 근로제공 거부시간을 곱해 기계적·산술적으로 손해를 산정해 이를 토대로 노조간부들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해 왔던 검찰의 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회사가 민사소송으로 노조간부들을 상대로 이 같은 방법으로 산정한 기회비용적 매출손실의 성질을 가진 손해액의 배상을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함으로써 근로자들을 옥죄어 왔던 사측의 송무 관행에도 제동이 걸리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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