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은 출근을 해서 근무준비를 마치자마자 매니저로부터 전화를 건네받았다. 사장에게서 온 연락이다.

“너 정말 출근한 거 맞는지 확인하려고 하니까 저기 CCTV에 얼굴 좀 비춰 봐.”

전자기술의 발전은 이용자들에게 매일 새로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연결된 홈CCTV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집안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시대다. 집을 비운 사이 방을 어지럽힌 범인이 우리 집 강아지였다는 것쯤은 손쉽게 밝혀낼 수 있다.

그런데 그 CCTV가 당신이 일하는 직장에 설치돼 고용주가 실시간으로 직원의 근무상태나 사무실 상황을 지켜보고 원격으로 지시를 내린다면 어떨까. 사장님의 입장에서야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고 안심이 되는 일이겠지만, 일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고충이 없을 것이다.

최근 사용자들이 최신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이른바 ‘전자노동감시’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사업장 풍경이 바뀌고 있다. 내 뒤편에 앉아 지켜보는 상사의 눈치를 보는 일은 차라리 인간적이다. 이제 업무 공간 곳곳에 설치된 CCTV가 사장님의 눈을 대신하고, 업무지시 또한 불쑥불쑥 걸려오는 전화를 통하기 일쑤다. 노동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작업장 안에서 밖으로 확장돼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의 유비쿼터스(Ubiquitous)적인 감시로 진화하고 있다.

갑을 간의 고용관계에서 항상 불리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들이 실시간으로 감시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그 순간부터 일터는 항시적인 압박감과 불안함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일하는 동안의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노동자에게 보장돼야 할 일말의 ‘자율성’은 완전히 박탈된다. 그렇게 업무강도는 한없이 높아지고, 노동인권은 추락한다.

특히 사용자가 상주하지 않고, 소수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시간을 나눠 근무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청년들이 많이 일하는 편의점·커피전문점·PC방 등의 업종에서 CCTV를 통한 실시간 감시와 원격지시는 흔한 일이 됐다.

사장님들은 이제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여기 CCTV가 내 핸드폰과 연동돼 있어 언제든 볼 수 있으니 딴짓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는다. 사무실을 비추는 핸드폰 화면을 친히 확인시키며 겁을 주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자신이 완전히 노출돼 있다는 감각 속에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잠시도 쉬지 못한다.

심각한 인권침해인데도 불이익과 해고가 두려워 문제를 제기하지도 못한다. 감시의 결과는 ‘내가 지켜봤더니 넌 성실하지 않다’는 식으로 해고의 ‘공식적인 사유’로 간편하게 변한다.

사용자들의 이러한 행태는 노동관계법 이전에 기본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와 운영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다. 법에 의하면 커피전문점 등의 사업장에 설치된 CCTV는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나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것은 법이 정하고 있는 제한을 완전히 벗어나,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CCTV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인권침해의 속성과 더불어 그것이 일터에서 새로운 노동통제를 만들고 있다는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형성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근로기준법 등 법령을 개정하고 관련 규제를 강화해 노동자들을 CCTV의 통제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인간을 시시때때로 불행하게 만드는 기술의 악용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연 스마트폰이 없던 과거보다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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