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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는 일은 이기적인 것인가박주영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박주영
공인노무사
(금속노조 법률원)

노동자에게는 아이를 낳아 기를 권리가 있다. 사회적으로 출산율 저하가 문제로 지적된 것은 꽤나 오래전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임산부 복지제도를 마련하고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정책을 유행처럼 쏟아 내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아마도 정부가 이런저런 정책들을 꺼내 놓게 된 것은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국가의 노동력 감소, 즉 국가경쟁력 저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정부는 임신과 출산 문제를 재생산권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라기보다는 노동력 확보를 위한 책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는 정작 여성노동자가 출산정책상 보호를 원할 때,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든다.

출산전후휴가는 여성노동자가 임신·출산을 하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육아휴직도 노동자가 원해 신청하면 사용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휴가·휴직 개시 시점을 바꾸거나 기간을 줄이는 일이 다반사이고, 사직을 종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용자는 임신노동자를 사직시키려고 모두 꺼려하는 부서로 배치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업무상 징계사유를 핑계로 대기발령 등 ‘벌 세우기’를 하면서 스스로 그만두게 만든다.

임신한 A씨는 회사의 사직서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사용자는 A씨의 출산전후휴가 사용 요청을 계속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A씨가 출산을 얼마 앞둔 상태에서 고용센터에 직접 출산사실을 알리고 출산전후휴가를 개시하려 하자, 사용자는 출산전후휴가 직전 업무불성실을 이유로 A씨를 징계했다. 그러면서 징계처분의 효력발생 시점을 출산전후휴가 종료 후 개시되는 것으로 통지했다. 정상적인 업무복귀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A씨는 사실상 권고사직으로 보고, 실업급여만이라도 받으려고 고용센터에 불이익 취급에 대한 압박이 있었음을 알렸다. 고용센터는 근로감독관에게 진정을 하라고 하고, 근로감독관은 임신을 이유로 사직을 종용받았다는 사실을 A씨에게 입증하라고 했다.

왜 여성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차별행위에 대해 대응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성노동자들은 사용자에 의한 부당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임신 중인 태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더 걱정한다.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여성노동자의 출산·육아 관련 상담을 받아 보면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의 개시시점이나 기간을 제한하려고 하는 사용자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제도상의 문제가 있다.

출산을 앞둔 B씨가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하겠다고 회사에 얘기하자 사용자는 출산전후휴가 신청은 3개월을 하되 2개월만 쉬고 마지막 한 달은 사무실에 출근하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우선지원 대상기업으로 3개월의 출산전후휴가 급여를 고용보험으로 지급받는다. 그럼에도 마지막 한 달은 일을 시키면서 임금은 고용보험에서 지급받도록 하는 탈법행위를 강요했다. 출산전후휴가 3개월을 보장하지 않은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러한 위법행위에 노동자가 응할 경우 고용센터에서 지급받은 출산전후휴가 급여는 휴가사용 기간을 부풀려 받은 것이 된다. 따라서 B씨도 과지급 받은 출산전후휴가 급여를 고용센터에 돌려줘야 할 뿐만 아니라 위법행위에 가담한 책임을 부담할지도 모른다.

사용자는 출산전후휴가조차도 기간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는데 하물며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제한은 더욱 심하다. 육아휴직은 노동자가 자신이 원하는 시기와 기간에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는 신청을 사용자에게 해야 한다. 육아휴직급여 신청은 노동자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하도록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주가 육아휴직 신청의 변경을 요구할 경우 노동자는 육아휴직 시점이 돼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기업이 잔업·특근 등 입맛대로 노동력을 사용할 수 없으면 출산·육아를 하는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거나 애사심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돼 버린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지원한다거나 출산·육아로 인해 경력단절된 여성노동자에 관한 고용정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기업이 이들에게 취하는 선입견과 차별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규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진정 여성노동자의 일·가정 양립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지배·개입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 신청을 직접 고용센터에 할 수 있는 절차적 개선이 필요하다. 임신사실을 고지한 여성노동자에게 불이익 취급을 할 경우 고용노동부는 적극적이고 엄정한 규제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박주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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