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부당한 정리해고를 저지하기 위한 파업투쟁을 했다고 한 징계해고는 부당하다.” 해고는 부당하면 무효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3조). 그러니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즉 부당한 해고는 무효다. 이것이 이 세상의 법이 선언하고 있는 정의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다. 그래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었던 징계해고자 한상균은 재판부에 부당한 정리해고를 저지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소리쳐 말하고 있었다. 버스사업장 임금소송사건을 대리하기 위해 갔던 서울고등법원의 법정에서 나는 들었다. 쌍용차를 상대로 한 해고무효소송사건이 진행되고 있었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저지 파업투쟁을 주도했던 지부장 등 노조간부들이 징계해고됐고, 해고자들은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해서 2심 법원에서 원·피고 대리인들 사이에 변론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정리해고도 부당하면 무효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에 관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등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제24조). 그러니 근로기준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정리해고는 부당하고 무효여야 한다. 이것은 이 나라의 법이 선언하고 있는 정의다. 그 법을 구체적인 사건에서 해석해서 집행하는 판사로서는 부정해서는 안 되는 명제다. 이렇게 이 세상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노동자를 사업장에서 쫓아내는 해고는 정당과 부당으로 나뉘고 그에 따라 효력이 달라진다. 노동자는 해고가 부당해야만 무효로 돼서 해당 사업장 근로자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해고가 정당하면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 지위를 잃게 된다. 별 수 없이 이 세상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는 해고의 정당성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사용자에게 해고가 부당하다고 다투고, 법원 판사에게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 세상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운명에 할 수 있는 것이다.

2. 해고는 사업장에서 노동자를 내쫓는 것이다. 해고는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추방당하는 것이다. 판사들이 쓰는 법의 말로 바꿔 말하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해당 근로자와의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의사 표시를 말한다. 다른 사람의 노동을 자신의 사업에 사용하려는 계약이 근로계약이고 해고는 사용자가 이를 해지하는 것이다. 사업(장)이 사용자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그 사업(장)의 사람인 노동자까지 사용자의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 법은 사용자와 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법 앞의 사람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생산시설이야 제 것이라고 사용하다 제 맘대로 폐기하고 처분할 수 있는 것이지만 사람은 근로계약에 의해서 그의 노동을 사용하더라도 그래서 그가 사용자에 복종하는 근로자라고 해도 사용자 맘대로 사업(장)에서 쫓아낼 수 없다. 근로계약에서 정해진 기간까지는 노동자는 노동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노동자를 사용해야 한다. 근로계약의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사용자가 제 맘대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 사용자가 제 맘대로 해고할 수 있다면 노동자는 근로계약으로 사용자의 전유물로 취급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고 선언해 왔다(근로기준법 제23조). 그래서 법원은 근로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근로계약관계를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에 사용자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해 왔다. 즉 판례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3두13198 판결 등). 이렇게 정당한 해고여야 한다고 말해 왔다.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추방은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해 왔다. 해고는 정당한 이유로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고 봤다. 그 정당한 이유는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여야 인정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그렇게 이 세상의 법은 해고를 정당하다 했다.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근로계약관계를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려운 정도니 해고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거라고 인정하게 됐다. 이렇게 해고는 사용자의 권한으로 보장됐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에서 해고는 과연 그런 경우에만 정당하다고 판결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근로계약관계를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법원은 정당한 해고라고 판결해 왔던 것일까. 노동자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고가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노동자가 여전히 근로계약상 근로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해고는 정당하지 않다. 이것이 법원의 판례여야 하는데 그럴까. 노동자가 얼마든지 그 사유 발생 이전과 다름없이 노동을 수행하는데도 사용자는 해고하고 법원은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하고 있다. 단지 경중을 살펴 정당하다 부당하다 판결하고 있을 뿐이다. 불법파업을 했다고 징계해고를 한 경우 파업이 정당성을 상실한 것인지, 파업에 가담 정도, 그 파업으로 인한 사용자의 손해 정도 등을 따져 해고가 정당한 것인지를 판단하고 있다. 파업 뒤에도 여전히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는 아니라며 법원은 해고는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이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법이 정당한 이유 있는 해고여야 한다고 선언하고서 법원은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라는 판례의 법리로 사용자에게 해고 권한을 부여해 줬다는 것이다. 법은 이렇게 사용자의 해고에 정당성을 부여해 줬다. 그래서 오늘 해고는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여야 한다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무효라고 알지 못한다. 정당한 해고는 사용자의 해고에 법이 정당성을 부여하는 말일 뿐이다.

3. 정리해고는 사용자의 경영사정으로 노동자를 내쫓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무슨 책임 있는 사유가 있어서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영사정을 이유로 노동자를 사업장에서 추방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의 사유로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는 것이니 계약불이행의 책임을 사용자는 져야 한다. 그런데 법은 일정한 경우 정리해고 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보장했다. 근로기준법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해고회피 노력·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한 대상자 선정·과반노조 등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를 정리해고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4조). 여기서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말로 사용자에게 정리해고의 권한이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사업(장)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발생했으니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워하는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이렇게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말이다. 이렇게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함께 이 세상에 사용자의 것으로 왔다. 그리고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정리해고에서 사라졌다. 여전히 법원은 정리해고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요건으로 판시하고 있지만 그 경영상의 필요는 도무지 긴박하지 않다.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의하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며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 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결해 왔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다3735 판결 등). 그저 인원 삭감이 필요한 경우로 정리해고의 정당성이 파악되고 있는 것이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경영상의 필요로 파악돼 법원은 정리해고를 정당하다고 판결하고 있는 것이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정리해고는 정당하다고 사용자에게 정리해고의 권한을 보장하고서 여전히 판결문에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정리해고의 정당성 요건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더 이상 자신의 의미를 잃었다.

4. 정당하다는 말로 해고는 사용자의 권한이 됐다. 징계해고도 정리해고도 정당하지 않으면 무효라고 그래서 사용자의 해고는 법적으로 정당한 것이 됐다. 근로자의 귀책사유든 사용자의 경영사정이든 근로계약관계를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해고는 정당한 것이라고 판결해 왔다. 정당한 이유를 이유로 해고는 정당하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해 왔다. 이제 정당이란 말은 더 이상 정당한 말이 아니다. 근로계약관계에서 정의의 말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 그런데 2009년 쌍용차 파업투쟁으로 징계해고 된 노조간부가 법정에서 외치는 말을 들었다. ‘부정을 부정하는 행위가 부정일 수는 없다.’ ‘부정을 저지하겠다는 행위는 정당하다.’ 사실 한 지부장은 이렇게 법원에 말하고 있는 거였다. 최근 쌍용차 2009년 정리해고는 정당하지 않다고 서울고등법원은 판결했다. 당시 쌍용차지부의 파업투쟁은 정리해고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바로 그 정리해고가 부당한 것이었다는 것이니 한 지부장은 틀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말에 대해서 파업투쟁이 수단 방법이 문제였다고 정당하지 않았다고 그러니 징계해고는 무효가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원도 그렇게 판결해 왔다. 그러나 당시 쌍용차가 대규모 정리해고를 해야만 하는 경영상태가 아니라는 노조의 주장을 조금이라도 살펴서 회계조작에 의한 부당한 정리해고일 수도 있다고 어떤 국가기관도 법집행에서 신중을 기하지 않았다. 국가기관이 당시 정리해고가 정당한지 엄격히 파악해서 권한을 행사했더라면 노조와 조합원들이 정리해고를 저지할 다른 방법이 없어 법적 책임이 지게 될 것이 분명한데도 공장점거 등 파업투쟁으로 나아갔을까. 어찌 보면 쌍용차 사태는 법집행기관이 부당한 정리해고를 부당하다고 판단하지 못해서 초래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책임은 그 부당한 정리해고를 저지하겠다고 발버둥친 노동자들에게 처벌로 해고로 손해배상으로 돌려졌다. 부당한 사용자의 해고를 부정하는 행위가 정당해야 법과 법집행은 정당할 수 있다. 그런데 아니다. 그러니 별 수 없이 이 나라에서는 오늘도 어제처럼 이런 외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일은 오늘처럼 대한민국의 법정에서 노동자들에 의해서 외쳐져서는 안 된다. 그 외침은 사용자의 불법을 불법이라고 대한민국이 법집행하지 못한다는 절규이고 국가 대한민국에 대한 절망의 울부짖음이다. “부당한 정리해고를 저지하기 위한 파업투쟁을 했다고 한 징계해고는 부당하다.”

이 외침은 대한민국 법원에 대한 해고자의 절규이고, 대한민국에 대한 노동자의 절망의 말인데 징계해고의 정당성을 부여해 준 법의 말로 울부짖고 있다. 2014년 오늘 노동자는 정당한 해고에 아프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