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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변호사] "변호사는 의뢰인의 신념을 지켜 주는 사람"전교조 판결 재판부, 시대착오적 법조문 그대로 적용 … 세계가 주목한 사건, 만방에 노동후진국 공표한 것

정기훈 기자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무효 소송, 수서발 KTX 면허발급취소 소송,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중요한 재판마다 마주치는 이름이 있다. 1988년부터 26년간 노동변호사로 자리를 지킨 법무법인 시민 김선수(53·사진) 변호사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굵직굵직한 사건을 많이 만드는 바람에…"라며 멋쩍게 웃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 있는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노동기본권 시계 거꾸로 돌리는 정부"

- 최근 법원이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전교조는 15년 만에 법적 지위를 잃게 됐는데.

"지난해 11월 법원이 전교조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내심 기대했다. 결과적으로 해석론으로 돌파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해고자가 가입돼 있으면 노조를 배제하고,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는 것 모두 자유설립주의에 반한다. 위헌이다. 헌법상 단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악법을 해소해야 한다. 전 세계가 주목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가 노동후진국이라는 것을 세계만방에 공표한 판결이다."

김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노조설립을 제한하는 노조법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법원 판결에 문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소송에서 전교조를 변호하면서 "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가 법이 아니라 시행령에 근거해 이뤄진 만큼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동부의 통보를 노조법 제2조(정의)에 근거한 것으로 집행명령의 일종이라고 봤다. 김 변호사는 "노조의 법내 지위를 박탈하는 행정관청의 일방적인 명령을 노조법 정의 조항에서 도출하는 것은 입법체계상 맞지 않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것으로 보나.

"당위와 상식은 통한다. 물론 희망사항이다. 지금은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하지는 않겠다."(웃음)

- 공무원노조도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기본권 시계가 거꾸로 가는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노동기본권의 가장 기초가 되는 노조를 정부가 부정하고 있다. 노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유신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 법원의 애매한 판결이 노사관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이 대표적이다. 이후 대형 로펌만 대박이 났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우선 대법원은 임금지급일 현재 재직조건이 붙어 있으면 고정성을 충족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직조건은 노사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정하기 나름이다. 통상임금의 강행규정성을 흔들어 버린 것이다. 둘째는 신의칙 적용 문제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 3명이 통렬하게 비판했다.

상고 기각으로 끝났을 사건이 뒤집혔다. 노동계는 전패했다. 우리 사무실은 통상임금 소송이 안 들어와서 모르겠지만 후속재판을 보면 대부분 신의칙과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을 놓고 다투고 있다.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하겠지만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미 법원의 권위는 실추됐다. 김앤장의 완벽한 승리다. KBS 드라마 <개과천선>을 보면 대형 로펌이 젊은 엘리트 법관을 영입해 옷 벗고 나오게 하는 것을 꼬집는 장면이 있다. 통상임금 소송 공개변론에 나온 김앤장의 젊은 변호사도 재판연구관을 하다가 영입돼 나온 인물이다."

"위헌심판대에 오른 것은 헌법재판소"

-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은 어떻게 맡게 됐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찾아와 부탁했다. 진보정당이 잘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그간 보여 준 모습, 소위 당권파의 이념과 행태에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다른 문제다. 지금 심판대에 올라간 것은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민주주의다. 우리 사회가 통합진보당을 포용하지 못하고 합법적인 장에서 배제한다면 민주주의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는 시민들이 민주화 투쟁으로 쟁취해 낸 것이다. 정당해산심판 제도는 민주주의 적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헌법수호의 또 다른 말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결정을 내린다면 스스로 존립근거를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 재판은 얼마나 진행됐나.

"오래 안 갈 줄 알았는데 막상 시작되니까 끝이 안 보인다. 올해 안에 결론이 날까 의심스럽다. 그동안 준비기일 2번, 변론기일 9번이 있었다. 다음달에 10차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도 대여섯 차례는 더 열릴 것 같다.

정부측이 낸 증거자료만 1톤 트럭 3대 분량이다. 지금 증거표로 2천100번까지 갔다. 증거표 하나가 500쪽이 넘는 것들이다. 법무부에서 재판 증거자료를 내느라 복사비만 수억원이 들었다는 말이 나돈다.

정부는 통합진보당의 모든 활동이 북한의 대남혁명노선에 따른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런 프레임을 가지고 통합진보당 활동의 본래 의미를 모두 굴절해서 본다.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퍼즐 맞추기를 하라고 한다. 통합진보당의 합법적인 활동도 자세히 보면 북의 대남혁명 활동으로 점철돼 있으니 숨겨진 의도를 찾아 퍼즐을 맞추면 된다는 것이다. 정부측 참고인으로 나온 교수가 한 말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보고 탐정이 되란 말인가.

지금까지 9차례 열린 변론기일 중 다섯 차례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저녁 7시 넘어 끝났다. 밤 10시까지 한 적도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이 나온다. 이게 무슨 낭비인가 싶다. 이렇게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됐으니 적어도 결론만큼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나왔으면 한다."

김 변호사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바리케이드에 서 있는 심정이라고 했다. 상대방은 탱크를 밀고 나오는데 바리케이드에서 소총으로 막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다.

"글자 그대로 바리케이드예요. 통합진보당의 정당활동이 부정되면, 뿌리가 같은 다른 정당은 물론이고 시민단체들도 활동을 하기 어려워져요. 진보적 활동 전체가 질식되는 암흑의 시대로 가는 겁니다."

"정치도, 노동도 과도한 사법화 경향 경계해야"

- 요즘 노동계가 주요한 노동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나 노사가 자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또는 정부를 매개로 풀어야 할 문제가 모두 작동되지 않으니 법원으로 간다. 이런 방식은 좋지 않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가 된다. 아주 경직된 해결방식이다. 비용도 많이 든다. 자치적으로 해결하거나 조정에 의해 해결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상호신뢰가 축적되지 않아 그렇다. 사용자들이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구체적 현안을 풀어 가야 한다. 그게 전제되지 않고 있다."

- 조직력이 약해진 노동계가 믿을 곳이 법원밖에 없어 그런 것은 아닐까.

"법원을 신뢰해서 법원에 가는 게 아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 가는 것이다. 법원에 가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에겐 없다. 미국의 경우 단체협약에 중재제도를 둔 사업장이 많다. 고충이나 단협 해석에 문제가 있을 때 중재인에게 의뢰하고 그 결정에 따른다. 중재는 쌍방에 판결과 같은 구속력을 지닌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신뢰나 제도가 없으니까 법원에 가서 판결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노동변호사 선택,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해서 변호사를 선택했다. 변호사가 아니라 법관이 됐으면 어땠을까. 실제로 9월 퇴임하는 양창수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됐는데.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부터 노동자를 대변하는 변호사가 되려고 했다. 단 한 번도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 법관이 된다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순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대한변호사협회에 추천한 대법관 후보일 뿐이다. 만에 하나 대법관이 된다 해도 9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물론 현행법 테두리에서 소수자와 약자 입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힘들 것 같다. 법에는 전문 분야가 많다. 그동안 내가 커버한 영역이 그리 많지 않다. 소수자·약자 관점에서 모든 법 영역을 해석하고 견지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에 대법관이 늘어나고 전문부 체제가 도입된다면 모를까."

- 왜 노동변호사를 택했나.

"변호사는 의뢰인의 신념을 지켜 줘야 한다. 구속 수감돼 있으면 의뢰인은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당장 석방을 위해 반성을 권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고문이나 회유로 자기 양심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면 상처를 받고 자신의 오점으로 생각한다. 변호인이 그의 신념을 지켜 주려면 자주 봐야 한다. 생각을 지켜 주고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같이 해 주는 것이다."

- 참여정부 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을 맡았다. 그때 추진했던 로스쿨 설립이나 형사소송법 개정·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안착했는데. 혹시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나.

"로스쿨은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조정해 기형화된 측면이 있다. 고액학비로 서민층이 법조인이 되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보완해야 한다. 그렇다고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나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는 것은 로스쿨 제도 자체를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옳지 않다.

국민참여재판은 법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검사도 배제 신청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검찰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판중심주의로 개정한 형사소송법 덕분에 지금의 형사재판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개정 전에는 1년에 10만건의 구속영장 신청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2만~3만건으로 줄었다.

- 88년부터 노동변호사로 활동하다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을 맡아 잠시 외도를 했는데. 달라진 점이 있나.

"별로 없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사무실도 청와대 밖에 있었다. 40여명의 위원들이 2년간 한 건물에 모여 지지고 볶고 매일 회의를 했다. 형사소송법의 경우 법원과 검찰에서 완전히 다른 법안을 만들어 제출했다. 하나하나 축조심의를 하면서 하나의 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그래도 그때가 변호사 할 때보다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변호사란 직업이 참 힘들고 고되다."

- 그 이후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들었다.

"2008년에 미국 쇠고기 파동이 났고 2009년부터 육식을 끊었다. 3년간 달걀도 안 먹는 채식을 했다. 그런데 몸무게가 심하게 줄었다. 다시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몸이 5킬로그램 정도 불었다. 지금은 등산할 때 육식도 좀 한다. 다만 공장식 사육 동물은 먹지 않는다."

- 블로그를 보면 매주 산봉우리를 몇 개씩 오르내리는 '하드코어 등산'을 하던데 이유가 뭔가.

"등산도 그 무렵부터 했다. 정권도 빼앗기고 백이숙제처럼 나물만 먹고살기도 뭣하고.(웃음) 그때 민변에서 2주에 한 번씩 책읽기 모임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정식적으로, 육체적으로 기초체력을 키우자는 측면에서 독서모임과 등산을 했다. 환경적·생태적 차원에서 되도록이면 걸어서 출근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따라 올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은 길을 갈 거라고 보나.

"내가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선택은 아들의 몫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시간이 비어 보이길래 민변 인턴 활동을 권했다. 안 통하더라."(웃음)

- 민변 회원이 곧 1천명을 돌파한다. 후배 변호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조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은 너무 힘들어 오래 못 견디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민변 노동위원회는 상대적으로 사건이 줄어 노동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 맞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 독일노총은 처음에 변호사를 직접 고용해 조합원들의 법률 수요를 커버했다. 지금은 독일노총이 출자해 별도법인을 만들었다. 변호사도 300여명이나 된다. 영국은 노총 외부에 로펌을 두고 있다. 전국 규모인 이 로펌은 노조와 협력관계를 통해 노동사건을 전담하는데 영국 로펌 순위 5위권에 든다.

우리나라 양대 노총 산별노조들이 통합해 노동전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 200명에서 300여명의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다. 그 정도라면 김앤장에 버금가지 않을까. 현재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가 180여명 정도 된다. 질적 도약을 모색할 때다."

김 변호사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노동변호사로서 우리나라 노동문제에서 꼭 바꾸고 싶은 한 가지만 꼽는다면"이었다. 그는 길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노조법에 나오는 쟁의행위에 대한 무수한 제한 규정을 싹 없애 버려야 한다"고 입을 연 그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노조설립을 제한하는 제도도 없애고, 업무방해죄는 판례만 변경해도…."

수많은 문제 중 한 가지만 꼽으라는 것은 그에게 너무 가혹한 질문이었다. 김 변호사는 결국 "노조조직률을 30%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답변으로 마무리했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과 4선 임기 내내 함께한 프랜시스 퍼킨스 노동부 장관은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향상시켜 조직률을 끌어올리고 경제 황금기를 열었어요. 한국에서도 노조조직률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적 목표가 제시되고 임기 내내 노력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요. 노조조직률이 30%가 되면 사회 양극화도 해소되고 복지도 자연스럽게 향상되지 않을까요."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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