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어 선 사람들이 투표 차례를 기다렸다. 찬반을 묻는 자리였다. 찬성은 집에 가는 것이라고 앞서 사회자는 설명했다. 찬밥 말고 따뜻한 집 밥이라고 누군가 보탰다. 찬 바닥 농성 40여일. 도시락은 오늘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천장 없는 잠자리는 이제 익숙했지만, 돌아갈 곳이 이들에게도 있었다. 서초동 어느 높다란 빌딩 앞길 검은 아스팔트에 앉아 흰색 종이 몇 장을 보고 또 살핀다. 손가락 가리켜 가며 꼼꼼히 읽는다. 합의안이다. 단체협약의 주요 내용이 거기 담겼다. 권리는 비로소 문서로 남았다. 집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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