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올해 1월부터 서울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을 이끌고 있는 이찬배(59·사진) 전국민주여성노조 위원장은 몇 개월 사이 몸무게가 7킬로그램이나 빠졌다. 30년 노동운동을 하면서 임금교섭을 셀 수 없이 많이 했지만 올해 만큼 교섭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와 서울메트로(1~4호선)는 지난해 4월과 6월 각각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과 서울메트로환경을 설립했다. 용역업체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휴가가 줄어들고, 노동강도가 세졌다. 한두 달이면 끝나던 임금교섭이 반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다. 이 위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조합원들이 용역업체 시절을 그리워하는 지경”이라며 “이대로라면 서울시를 상대로 직접고용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노조에는 서울지하철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2천100여명이 가입해 있다.

- 서울시 산하기관이 자회사를 설립해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했는데도 노동조건이 후퇴했나.

“용역업체 소속일 때만 해도 여성이 많은 특성을 감안해 한 달에 하루 ‘건강휴가’가 주어졌다. 하지만 서울메트로환경으로 소속이 바뀌면서 주 6일 근무하는 역사 근무자에게는 해당 휴가가 사라졌다. 사측은 주 5일 일하는 차량기지·본사건물 담당자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들었다. 말이 안 된다. 둘 모두 주당 근무일수만 다를 뿐이지 총 근무시간(주 40시간)은 같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에게 기존에 있던 하계휴가 3일도 주어지지 않는다. 광주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용역업체 소속인데도 주 5일 근무자에게도 건강휴가가 주어진다. 한 달 월급이 164만8천원으로, 서울보다 14만원 많다.

청소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자회사가 설립됐는데 노동환경은 오히려 나빠졌다. 서울메트로환경 사장은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에게 건강휴가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장이 노동운동을 했던 인물이라서 더 큰 배신감을 느낀다.”

- 임금교섭이 6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는데.

“용역업체와 교섭을 할 때는 길어 봐야 1~2개월 안에 협상이 끝났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매년 발표하는 청소노동자 임금인상 기준을 준용해 임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회사로 소속이 변하면서 복잡해졌다. 올해 1월에 시작된 교섭에서도 중앙회 기준에 따라 5.13%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사측은 처음에는 서울시 공무직 임금인상 지침에 따라 2.84% 인상을 주장하다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이마저도 못해 주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해당 법률에 따라 계약금액 조정이 전체의 3% 이상일 경우에만 계약변경이 가능하니까 아예 임금을 동결하자는 요구였다. 사측은 서울시가 별도의 지침을 내려 주면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지난달 29일 파업 직전에 서울시로부터 '물가상승률과 동종유사업무 임금 수준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그런데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서울시를 거쳐 안전행정부에 제기한 질의에는 이와는 반대되는 입장이 나왔다. 자회사 전환 이후 여러 관계기관이 얽히면서 6개월째 교섭이 꼬이고 있다.”

- 공사측은 노조가 3.1% 임금인상안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공사는 공식적인 사용자가 아니라 교섭장에서 마주해 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노조의 집회에 공사 관계자가 찾아와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3.1% 임금인상을 위해 자회사에 마이너스 예산을 쓰게 한 다음 훗날 이를 결산하겠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자회사가 이를 수용할 리 없고, 수용하더라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임금교섭은 매년 진행된다. 공사는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 향후 투쟁 계획은.

“1·2차 파업투쟁에도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시 일자리정책과에서 조속히 해법을 찾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우선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다. 이달 말까지 변화가 없다면 서울시를 상대로 투쟁을 전개할 생각이다. 최대한 많은 간부와 조합원들을 소집해 서울시청을 둘러싼 노숙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노동 친화적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배려로 서울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자회사가 설립됐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이 후퇴하고, 매년 하던 수준의 임금인상 요구도 수용되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은 현 상황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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