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딱 일주일이다. 언제나처럼 막판 심의일정에 몰린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한 주 동안 집중적으로 전원회의를 소집한다. 지난해처럼 법정기한을 넘겨 버리지 않는다면, 이번주에 결판이 날 것이다. 2015년 적용 최저임금 ‘시급 얼마’라고 결정되면, 그것이 시장을 규제하는 기준이 된다.

최저임금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입장은 임기 첫해에 7.2%라는 인상률로 이미 드러났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수준이다. 최근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국제적 대세인 것과는 영 다른 모습이다.

올해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합리적 인상기준’이 논의의 좌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전체 노동자 중위임금의 50%’를 최저임금의 인상목표로 삼고 있다. 사실상 제대로 인상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노동계의 요구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노동소득분배율을 개선하고 임금불평등을 완화한다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도 힘들다.

그 와중에 두 가지의 창의적인 주장이 제기됐는데 따로 공을 들여 논박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책정해 차별적으로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 5월 중순 정부가 최저임금위에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 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을 했다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크게 덴 사안이다. 정부는 최저임금법 조항에 따라 관행적으로 심의를 요청했을 뿐이라고 황급히 해명했다.

진짜 문제는 6월의 본 심의 과정에서 재계가 정부의 뜻을 이어받아 최저임금의 업종별 적용을 다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경영자들이 매년 반복하고 있는 ‘동결 주장’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업종별 적용은 정말 심각한 사안이다. 뭔가 낌새가 이상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적용은 일종의 규제완화다.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시장에서 사용자가 지급해야 할 임금에 대한 가장 강력한 법적 규제다. 그걸 업종별로 쪼개 버리면, 있으나 마나 한 규제로 전락할 것이다.

시급 5천210원에 불과한 최저임금조차 지급할 여력이 없이 저임금 구조에 묶여 있는 중소·영세 사업장을 고려한다는 '따뜻한 이유'로, 제도의 기본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설계의 변경이 허용될 순 없다. 이른바 '차별적 최저임금'은 사용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손쉽게 위반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제도적인 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그 피해는 결국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임금인상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게 분명하다.

두 번째는 노동부가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실업급여(구직급여)의 하한액을 삭감하겠다고 입법예고한 것이다. 실업급여는 실업 상태에 있는 자의 소득보장과 생활안정을 통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노동시장정책이다. 실업부조가 없는 조건에서 사실상 유일한 제도적 보호장치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낮은 최저임금의 90% 수준에 불과한 실업급여 하한액을 80%까지 낮춰 버리면, 실업자에 대한 소득보장 효과가 그만큼 감소될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잃은 상태에서 최소한의 생활유지마저 더 어렵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제도의 기본 목표를 흔드는 개악을 추진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인가.

특히 청년의 경우 연령이 낮고 계약직 근무 등으로 근속기간이 짧아 실업에 처했을 때 실업급여 하한액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열악하고 불안한 상황에 놓인 청년실업자들의 실업급여를 삭감하려고 나선 셈이다.

최저임금의 결정이 곧 자신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고용과 실업을 불안정하게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경영계는 ‘업종별 적용’을, 노동부는 ‘실업급여 삭감’을 말하고 있다. 청년들이 호구인가.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 말들이 진정 ‘종합적 개소리’로 들리는 것만 같아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