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새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기권 전 노동부 차관을 내정했다. 이기권 내정자는 노동부 관료 출신으로 노동문제와 고용문제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를 두고 노사의 반응은 엇갈린다.

노동계는 노동부 제 역할 찾기와 노동정책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 1년4개월간 박근혜 정부에서의 노동정책이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경찰의 민주노총 난입·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등 노정갈등을 부르는 것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경제부처 하위부서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스스로 힘으로 노사정 대화를 만들고 있지 못한다. 그런 만큼 새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과 노사관계를 바꿔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경영계는 법과 원칙이 서는 노사관계를 비롯해 근로시간단축·통상임금·정년연장 등 꼬여 있는 노동현안을 풀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 밖에 박근혜 정부에서 소외된 비정규직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기권 내정자에게 주어진 과제가 무겁다.

노동정책 변화 이끄는 노동부 장관 기대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

정부의 반노동 정책기조가 유지되는 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산적한 노동현안 해결을 위해 그가 노동정책의 변화를 주도해 줄 것을 희망한다.

노동부는 경제부처의 하부기구가 아니다. 1천800만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부서다. 이 내정자가 그 역할을 잘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의 일방통행으로 지금 노정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내정자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경험이 있는 만큼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의 불통정책을 바꾸고 노정관계가 원활하게 소통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다.

정부가 '정상화'라는 미명으로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공공부문 단체협약 개악 정책을 중단하기를 희망한다. 노정 대화의 틀이 마련돼 진정한 공공부문 정상화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대안을 찾기를 바란다.

또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 노동소득 분배 개선치가 반영된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지도록 주무 장관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국제기준에 맞게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더 이상 노동탄압국이라는 오명을 듣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용자 편향적 노동행정부터 바꿔야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

바라는 것은 한마디로 ‘변화’다. 그러나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장관 개인이 어떤 사람인가는 중요하지 않은 정부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달라지지 않는 청와대의 제왕적 통치와 일방성은 구제불능이 아닌가 싶다. 신임 장관 임명에서 어떠한 변화 의지도 느낄 수 없다. 기존의 반노동 노동유연화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신임 장관 내정자가 누구보다 노사관계의 문제점을 잘 아는 전문 관료라는 이력을 강조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사용자 편향성이 노골적인 노동행정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노동현안은 너무도 많다. 짧은 지면에 일일이 언급하기조차 어렵다. 다른 것은 몰라도 통상임금과 연장근로에 관한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부터 바로잡길 바란다. 무사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개인의 신상문제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공정하고 변화된 노동정책의 비전으로 평가받는 후보가 되길 바란다. 사람이 배제된 정치, 노동자가 없는 노동정책은 사회적 재앙이다. 이러한 사회적 재앙을 배경으로 세월호 대참사가 발생했음을 깨달아야 한다. 더욱이 노동자에게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 자체가 세월호다. 일말의 변화와 한 줌의 희망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 신임 장관을 기다린다. 불행하게도….

법과 원칙 바로 서는 노사관계 만들어야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
본부장

경륜이 풍부하신 분이고, 오랫동안 노사 양측에서 두루 신망을 얻는 분이어서 잘해 줄 것으로 믿는다. 법과 원칙이 바로서는 노사관계를 만들었으면 한다. 특히 고용률 70% 달성처럼 처음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슬로건을 내걸고 정책을 추진할 때보다는 동력이 많이 떨어진 듯하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균형 잡힌 노동정책을 경주해 달라.

현안이 산적해 있다. 사회적 대화 채널도 단절됐는데 복원시켜야 하고, 국회에서 얘기되겠지만 근로시간단축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의견을 내자면 우리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효기간을 줘야 한다. 연장근로 상한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완충장치가 필요하다. 통상임금과 정년연장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이 핵심이니까 좋은 사례를 많이 전파하고 대화의 장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비정규·중소영세 노동자 권익신장 정책 펼치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의제는 실종되거나 후순위로 밀려 홀대받았다. 전체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1천800만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에 대해 이렇게 도외시하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는 건 남우세스러운 일이다. 중앙정부에서 유일하게 ‘노동’ 자가 붙은 정부기구인 ‘고용노동부’의 새 수장이 해야 할 첫 번째 역할은 위축되고 주변부화된 위상부터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사회경제 민주화의 관건인 노동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갖는 각별한 의미를 제대로 통찰하고, 고용노동부가 경제부처의 하위 파트너를 벗어나 대등한 지위에서 노동정책을 정립할 수 있도록 장관이 앞장서야 한다. 그런 전제 위에서 가장 먼저 취약계층 노동자, 특히 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권익을 신장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단시간 일자리 창출 중심 정책기조를 바꾸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제한·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불법파견 근절·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전면적용 등 입법과 연계한 비정규직 문제 개선 정책들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 4대 보험 사각지대를 더 폭넓게 해소하고 지나치게 낮은 최저임금도 적정 수준으로 인상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법적·사회적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양산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서비스 및 케이블방송통신업계 실태에서 드러난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행정감독을 강화하고 철퇴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노사관계 복원과 사회적 약자 보호 시급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고용노동부에 부과돼 있는 과제는 실로 엄중하다. 먼저, 노사관계의 복원이 필요하다. 노사관계에 있어 정부는 경기장의 공정한 심판이 돼야 하며, 사회적 약자의 보호자가 돼야 한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사용자에게 심각하게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형식적인 심판 역할에 치우쳐 있다. 사회적 대화를 위해서도 노동계와 노동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둘째, 정부 스스로 모범사용자가 돼야 한다. 정부가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을 남용하면서 민간부문을 선도할 수 없다. 고용률 70%라는 목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질 좋은 일자리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셋째, 박근혜 정부가 대선 당시 약속한 노동정책을 충실하게 집행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비정규직 축소·노동시간단축·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소는 공약(空約)이 될 위험이 크다. 마지막으로 국제노동기준의 비준이다. 한국은 ILO가 정한 총 189개 협약 중 28개만을 비준해 협약 비준율은 12.7%이다. 특히 ILO가 핵심협약으로 분류한 87호, 98호 등 결사의 자유협약과 29호, 105호 등 강제노동 금지협약은 이 정부에서 꼭 비준해야 할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