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통상임금·정년연장·근로시간단축에 대한 올해 임금·단체협약 가이드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노사 윈윈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노동계는 “법원 판결을 무력화시키는 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상의가 19일 발표한 ‘2014년 임단협 대응방향 가이드’는 3대 노동현안과 관련해 재계가 주장해 온 내용과 다르지 않다. 대한상의는 통상임금에 대해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무조건 제외하기보다는 노조·근로자와 성실한 대화를 통해 연착륙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임금체계 단순화 △성과급적 임금 확대 △초과근로 축소를 위한 근무체계 개선을 제시했다. 통상임금 소급분에 대해서는 소급분을 청구하지 않도록 노사가 합의하거나, 개별노동자에게 동의서를 받도록 했다.

정년 60세 의무화와 관련해서는 임금피크제·선택적 정년제 도입과 인사제도 개편을 권고했다. 대한상의는 “이른바 낀 세대 보호를 위해 정년을 조기에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면 노사가 윈윈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임금피크제가 근본적 방안은 아닌 만큼 임금·직급체계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단축에 대해서는 교대제를 개편하고 고성과 작업장 모델 도입을 권고했다. 대한상의가 임단협 가이드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매년 한국경총이 재계를 대표해 임단협 지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은 단순히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3대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기업 입장만 고집하면 노사갈등 소지가 커지는 만큼 서로 윈윈하자는 관점에서 가이드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 반응은 차갑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3대 현안이 경영계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차단하고 임금체계 개악을 통해 전략적 공세를 취하겠다는 의도”라며 “이미 법이나 법원의 판결에 따라 결정된 사안을 무력화시키겠다는 탈법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노총도 논평을 내고 “경총이 아닌 대한상의에서 임단협 대응방향 가이드를 낸 것도 이례적인 데다, 표현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내용을 들여다보면 세련된 수사에 불과함을 금방 알 수 있다”며 “양의 탈을 쓴 늑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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