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변호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대법원 2011두20406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1. 전선
정리해고가 문제다. 2007년 7월 매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해 오던 콜텍은 대전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 전원을 해고했다. 당시 부채비율이 30.48%에 불과했던 매우 우량한 회사였다. 2009년 5월 포레시아배기시스템코리아는 미국 금융위기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급격히 침체하면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이 회사는 2007년부터 경영실적이 급속히 악화됐고 설립 이후 정리해고 당시까지 당시 순손실 상태에 있었으며 월별 매출실적 역시 전 사업연도와 비해 급감하는 등 회사의 경영과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았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었다. 지난 6월 12일 대법원은 콜텍의 정리해고는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27일 대법원은 포레시아의 정리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그것으로 정리해고의 효력이 달라지는 것이라면 오늘 사용자에 맞선 대한민국 노동의 정리해고 투쟁에서 법적 전선은 그 무엇을 둘러싸고 전개될 수밖에 없다.

2. 법리
정리해고가 있었다. 그리고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정리해고의 요건이라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하지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인원삭감의 객관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대법원 판례의 법리는 정립됐다. 즉 이미 20여년 전 대법원은 정리해고의 한 요건인 ‘긴박한 기업경영상의 필요성’은 “기업의 인원삭감 조치가 영업성적의 악화라는 기업의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생산성의 향상, 경쟁력의 회복 내지 증강에 대처하기 위한 작업형태의 변경, 신기술의 도입이라는 기술적인 이유와 그러한 기술혁신에 따라 생기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도 이유로 해 실제 이뤄지고 있고 또한 그럴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에 비춰 보면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한정할 필요는 없고,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봐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넓게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8647 판결). 그 뒤 10여년 전에도 대법원은 정리해고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0두9373 판결 등). 지금까지 20여년째 이 법리는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법원에서 다투는 데서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법리다. 이 법리가 부당한 것이라고 그것은 근로기준법에 정리해고 요건으로까지 규정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아닌 ‘경영상의 필요’를 말하는 것일 뿐이라고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철옹성으로 버티고 있다.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한 지경이 됐다. 이 법리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되고, 그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희망퇴직·명예퇴직으로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이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회사가 멀쩡해도 미래에 다가올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한 대법원 재판부는 이 법리를 인용하고서 스스로 정당하다고 판결문에 썼다.

3. 사건
포레시아배기시스템코리아(주)는 2009년 5월26일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2008년 7월 기존의 시화공단에 위치한 사업장을 화성장안산업단지로 이전하면서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포레시아배기시스템코리아지회와의 사이에 공장이전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합의한다며 출퇴근·주차장 시설 및 이사비용 지원 등에 관한 사항 외에 '현 시화공장 재직인원(2008년 7월 말 현재)에 대해 고용보장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특별교섭합의서(공장이전 관련)를 작성했다. 원고들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됐고, 서울행정법원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부당한 정리해고라며 재심판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대법원은 원심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적법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4. 주장
정리해고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와 정리해고 당시 회사의 경영상태 등을 검토하고서 원고들은 고용보장에 관한 합의서를 주된 주장의 근거로 내세웠다. 노사합의로 고용보장을 확약했으니 이를 위반한 이 사건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봐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해 온 판례의 법리에 따른다면 이 사건 정리해고에서 법원의 판결은 뻔한 것이었다.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규정으로는 승산이 없으니 고용보장에 관한 노사합의, 즉 단체협약에서 승리의 길을 찾았다. 이에 대해서 피고측은 노사합의서는 공장이전에 따른 고용보장을 확약한 것이라며 공장이전 이후에 발생한 이 사건 정리해고는 해당하지 않고, 설사 노사합의가 공장이전 이후에도 고용보장을 확약한 것이라 해도 합의 작성 당시와는 경영상태가 악화돼 사정변경이 돼서 적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주장을 둘러싸고 변론이 진행됐고 이에 법원의 판단이 판결로 선고됐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피고측의 주장을 인정해서 판결하고, 2심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측의 주장을 인정해서 판결했다. 그리고 3심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5.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그에 관해 노사는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조와의 협상에 따라 정리해고를 제한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단체협약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이는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에 대한 대우에 관해 정한 것으로서 그에 반해 이뤄지는 정리해고는 원칙적으로 정당한 해고라고 볼 수 없다. 다만 이처럼 정리해고의 실시를 제한하는 단체협약을 두고 있더라도, 그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돼 사용자에게 그 같은 단체협약의 이행을 강요한다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의한 제한에서 벗어나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며 정리해고 제한에 관한 노사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밝혔다.

6. 비판
이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이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판례의 법리에 따라 그대로 판시한 부분이 부당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헌법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단체교섭권을 노동자에게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이를 노조 대표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행사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사항이면 무엇이라도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백 보 양보해서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한다는 경영권 본질에 관한 사항이 단체교섭의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해고’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제반 사항이 노동쟁의로 규정하고(노조법 제2조5호), 조합원을 위해 사용자와 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 점을 통해 본다면 조합원의 정리해고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하지만 판례는 인정하지 않았다. 비록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정리해고에 관한 사항이 노조법 등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사항이 아니다. 그러므로 노사가 임의로 교섭의 대상으로 해서 체결한 단체협약은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정리해고 실시를 제한하는 단체협약에 반해 한 정리해고는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도 그렇게 판결했고, 단서를 덧붙였다. “다만 이처럼 정리해고의 실시를 제한하는 단체협약을 두고 있더라도, 그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돼 사용자에게 그 같은 단체협약의 이행을 강요한다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의한 제한에서 벗어나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있는 많은 사업장에서 이 사건 사업장과 유사하거나 그보다 나은 고용보장에 관한 합의 등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런 협약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덧붙인 단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는 판례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으면 인정되는 것이라고 고작 경영상의 필요로 파악했던 것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사업장에서는 이제부터는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로 덧붙인 단서, 즉 "그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돼 사용자에게 그 같은 단체협약의 이행을 강요한다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경우"에 해당하는지가 주된 관심사가 될 것이다. 과연 고용보장에 관한 협약을 이행하기 곤란할 정도로 사용자의 경영사정이 얼마나 현저하게 변경된 것인지에 관한 것인데 그렇다면 이는 지금까지 법원이 버려 왔던, 정리해고에 관한 근로기준법상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규정의 의미를 단체협약으로 되찾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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