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지난 11일 의료법인이 영리추구를 할 수 있도록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영리자회사 설립을 골자로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한편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를 두고 본격적인 의료 민영화 추진이라며 노동·보건·시민단체가 대대적인 반발에 나섰다. 보건의료노조가 이날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장을 차리고 유지현 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달 24일 1차 파업과 7월 2차 파업도 예고한 상태다.

또한 노동·보건·시민단체가 총망라된 ‘의료 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함께 의료 민영화를 막아내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부대사업 범위 확대와 영리자회사 설립은 의료법 개정 사항임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시행규칙 개정이라는 꼼수를 부린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이 자체가 위법이란 주장이다.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


의료 민영화 저지, 노동계만의 싸움으로는 안 된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세월호 참사와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로 제기되는 이때 박근혜 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제2·제3의 세월호 참사가 우려된다. 12일 야 3당 특위와 보건·시민·사회단체가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만 빼고 모두가 반대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국회 논의나 외부 의견수렴 없이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상위법에 명시돼 있는 의료기관의 영리추구 금지 조항에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상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는 정책을 강행했다. 이 문제를 7·30 재보궐 선거에서 이슈화시켜야 한다. 보건의료노조가 국회의 원내 투쟁을 지원하고,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모든 국민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야당과 직능단체·시민사회가 동시에 손을 잡고 정부에 반대한 경우는 유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끝까지 밀어붙인다고 하면 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인천시장에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영리병원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현 정부의 의료정책이 민영화냐 영리화냐 하는 논란이 있었는데 인천 송도에서 1호 영리병원이 생기면 문제가 걷잡을 수없이 커질 수 있다. 이달 중으로 정부가 영리병원 지원을 위한 추가 정책을 발표한다는 소문도 돈다. 노동계의 싸움만으로는 안 된다. 전체 국민이 관심을 갖고 함께해 줘야 한다.

의료인이자 국민으로서 의료 민영화 저지 투쟁할 것 

이수진
의료산업노련 위원장 직무대행

지난해부터 논란이 일던 정부의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 정책이 가시화됐다. 정부는 이른바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을 발표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시행규칙 개정이라는 꼼수, 의료 민영화 전단계로서 자회사라는 꼼수 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지적들이 있기에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민영화에 대한 또 다른 거짓은 의료노동자들의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병원은 의료기관 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좋은 인력을 찾고, 이는 의료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경쟁에서 승리한 병원노동자들이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거짓이다.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최소한의 방어 장치마저 무너진다면 탐욕스러운 자본은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쉽고 먼저 취하게 될 조치는 인력을 쥐어짜는 것이다.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어디에도 환자와 대화를 나누며, 참 의미의 간호를 할 수 있는 병원은 없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의료가 아닌 돈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할 것이다. 돈을 못 버는 병원은 하나둘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먹이사슬 위에 있다고 착각하지만 대형병원 노동자들은 극심한 노동강도에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다. 병원 간 경쟁뿐만 아니라 병원 내 옆의 동료를 물고 뜯어야하는 비참한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치솟는 의료비·훼손된 공공성이라는 예상되는 문제점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사탕발림으로 뱉어내는 주장조차 거짓으로 가득하다. 의료노동자들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의료인으로서, 그리고 노동자로서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막아내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국민을 무시한 오만한 행정독재 

박석운
의료 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번 정책의 시기상의 문제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절망과 슬픔에 빠졌고 아직 그 상처가 채 가라앉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 공감을 얻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국가개조론 등을 언급하며 이에 호응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의료 민영화의 대표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설립과 병원을 부대사업 범위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과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은 상위법에서 의료기관의 영리행위 추구를 금지하는 것에 반하는 것이다.

국가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되는 사안인데 국회와의 어떠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독재’다. 이는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구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 전체를 무시하는 오만한 행동이다. 영리자회사 설립이 허용되고 부대사업 범위가 커지면 병원들은 지금 보다 훨씬 더 돈벌이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돈 없고 힘없는 국민 대다수는 늘어나는 병원비로 인해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시민사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계가 파업을 예고했다. 범국본은 이에 맞춰 최대한 많은 국민에게 의료 민영화의 폐단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다.

돈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세월호 교훈 잊지 말아야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의료영리화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범위 확대를 법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통해 하려고 한다. 명백한 의료 영리화 재추진이다. 현행 의료법은 부대사업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의료법인이 설립취지를 벗어난 부대사업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부대사업을 확대하려면 당연히 의료법을 개정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의 본질을 해칠 수도 있는 중대한 사항을 법률 개정이 아닌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하려 한다. 이는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영리자회사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는 의료법인의 영리 추구를 부추겨서 결국 의료의 질 하락과 의료비 상승과 같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행정부가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는 국가개조 수준의 혁신을 운운하면서 뒤로는 의료 영리화 정책과 같은 규제완화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윤보다는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잊은 박근혜 정부의 불통은 국민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편법 난무한 의료정책 문제 … 의료법 취지 벗어나 

김종보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현행 의료법은 의료법인이 설립 취지를 벗어난 부대사업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를 바꾸려면 국회에서 의료법을 개정해야 하지, 일방적인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부대사업 범위 확대를 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 요건이 있다. 병원 이용자나 종사자의 편의를 위해 은행·구내식당·편의점·빵집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건물임대까지 한다는 건 이 범위를 한참 벗어난 것이다. 건물임대가 환자나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편의와 무슨 연관이 있는가.

정부는 중소종합병원이 대다수인 의료법인에 한해 부대사업이 제한돼 있어 이들의 경영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런데 중소의료법인의 경영이 어려운 이유가 과연 부대사업이 제한됐기 때문인지, 대형의료법인의 독점화 현상 때문인지 살펴봐야 한다. 대형의료법인 집중화 현상에 대한 근본대책은 고민하지 않은 채 편법적인 대책만 내오는 게 과연 올바른 의료정책인지 의문이다.

의료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고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과정은 전혀 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여론몰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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