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호 변호사
(법률사무소 노동과삶)

대상판결 / 인천지방법원 2013구합10520 조기재취업수당부지급처분취소청구

사건 경위
원고 ○○○는 건설현장에서 형틀목공으로 일하는 근로자다. 2011년 1월10일 동양지구 우남 푸르미아파트 신축공사의 공사업체인 주식회사 세울건설에서 이직했음을 이유로 다음달 24일 피고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장에게 고용보험 수급자격 인정신청을 해 소정급여일수 180일, 구직급여일액 3만1천363원의 수급자격을 인정받고 3월3일부터 4월22일까지 32일분의 구직급여 100만3천630원을 지급받았다.

원고는 4월23일 인천 송도 공동하수처리장 증설사업 공사의 하청업체인 시원건설 주식회사에 형틀목공으로 재취업했음을 이유로 같은해 11월23일 피고에게 고용보험법 제64조에 근거한 조기재취업수당을 청구했다.

피고는 12월29일 원고에게, 원고의 사업주였던 시원건설이 제출한 ‘일용근로내역확인신고’를 기초로 행정해석인 ‘건설일용근로자의 조기재취업수당 지급폐지치침’상의 건설일용근로자에 해당해 고용보험법 제64조에서 규정한 안정된 직업에 재취업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고용보험 조기재취업수당 부지급 처분을 했다.

조기재취업수당 지급에 관한 법령은 다음과 같다. 고용보험법 제64조(조기재취업수당)에서는 “조기재취업수당은 수급자격자(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는 제외한다)가 안정된 직업에 재취업하거나 스스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면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또 동법 시행령 제84조(조기재취업수당의 지급기준)에서는 “법 제64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이란 수급자격자가 법 제49조의 대기기간이 지난 후 재취업한 날의 전날을 기준으로 법 제50조에 따른 소정급여일수를 30일 이상 남기고 재취업한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재취직한 사업주에게 계속해 6개월 이상 고용된 경우,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사건의 쟁점

사건의 쟁점은 건설일용근로자의 조기재취업수당 지급폐지지침(행정해석)이 법규적 효력이 있는지(주위적 쟁점), 원고의 경우가 이 사건 행정해석의 부지급 대상에 포함되는지(예비적 쟁점) 여부다.

피고는 “원고가 ‘1일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일용근로자에 해당할 뿐이므로, 고용보험법상 상용근로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사업주 질의답변서에 따르면 원고의 근로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은 1일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을 뜻한다고 했다. 또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신고를 할 때 ‘상용직’은 직영반장 등 소수의 인원에 대해 본사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취득신고를 하지만, 공사현장에서 채용하는 대다수의 형틀목공은 ‘일용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일용근로내역신고로 대신한다고 했다.

이 사건 사업주 질의답변서는 2011년 12월8일 피고의 취업지원과에서 기업지원과에 공문을 보내 원고의 근로계약이 1개월 이상 계속 고용된 자로 근로계약서·재직증명서 등의 내용에 따라 상용근로자로 확인된다는 이유로 일용근로내역신고를 고용보험취득신고로 정정처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 2011년 12월19일 기업지원과에서 고용기간이 사전에 정해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일용직 근로자라고 판단한 회신을 취업지원과로 보낸 이후에 작성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원고는 “건설현장의 형틀목공 업무의 종기까지는 계속 근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계약기간을 정했으므로 1일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공사현장에서는 원칙적으로 형틀목공은 팀제로 사용되며, 공정 종료시까지 같은 팀, 같은 팀원이 계속 투입되는 숙련공으로서, 인력회사를 통한 1일 단위 근로계약이 체결되는 일용직 형틀목공은 소규모 공사 외에는 원칙적으로 없다. 따라서 원고도 이 사건 공사현장에 팀제로 투입돼 형틀목공 공정 종료시까지 계속 근로했다.

또 건설현장에는 근로계약서 자체를 작성하지 않는 현장이 허다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근로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용역을 통한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아직까지도 근로계약서 자체를 작성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고와 같은 숙련공인 형틀목공은 팀제로 투입되다 보니 근로계약서에 형틀목공 공정 종료시라고 기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형틀목공 공정의 특성상 해당 공정 종료시까지 근무한다는 서로 간의 암묵적인 합의는 존재한다.

판결 요지

재판부는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기준으로 적용한 이 사건 지침도 이 사건 처분의 법적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 살펴보면, 위 지침은 상급행정기관이 하급행정기관에 대해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기준을 정한 행정해석에 불과할 뿐, 법령에서 처분 요건 등을 규정할 것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므로 법규적 효력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요건 충족 여부는 위 지침 규정이 아니라 이 사건 조항의 요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같은 법리에 비춰 이 사건에 대해 위 인정사실과 앞서 본 각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① 고용보험법 및 위 법 시행령에 조기재취업 수당을 지급함에 있어 일용근로자를 제외한다는 규정이 없고, ②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84조 제1항 제1호가 ‘6개월 이상 고용된 경우’는 고용보험법 제64조 제1항의 위임에 따라 같은 항의 ‘안정된 직업에 재취업한 경우’를 구체화 한 것으로 수급업자가 재취업한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였다면 안정된 직업에 재취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며, ③원고는 재취업한 이 사건 회사에 고용된 기간이 6개월 이상이고, 달리 위 시행령 제84조 제1항 제1호 단서, 구 고용보험법 시행규칙(2012. 12. 30. 고용노동부령 제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8조에서 규정하는 조기재취업 수당의 지급제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는 조기재취업 수당의 지급기준을 정한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84조 제1항 1호의 ‘재취업한 사업주에게 계속하여 6개월 이상 고용된 경우’에 해당해 조기재취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결국 이 사건 지침의 내용에 따라 원고가 일용근로자라는 이유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한다”고 판시했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은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일선 기관들이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노동자의 권리보장규정의 적용에 있어, 법령의 위임이 없음에도 법규적 효력이 없는 행정해석으로 실질적으로는 법령상의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반한다는 점을 확인해 준 판결이다.

이 같은 주위적 쟁점에 대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예비적 쟁점에 대한 판단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이 사건을 통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건설현장에서 단순히 회사측 또는 일반인에 의해 통상적으로 불리고 있는 ‘건설일용’근로자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만 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고용보험법상 일용근로내역으로 신고를 하는 것이 사용주의 보험부담분 납부 등에 있어 유리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실제 근로계약 및 근무형태를 무시하고 무조건 일용근로내역신고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 건강보험의 경우 일용직(1개월 미만 근로계약)이거나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경우 의무가입대상이 아니며, 근로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월 60시간 이상 등)의 경우만이 의무가입대상이 된다. 건설회사에서 상용직으로 신고하게 되면 사측부담금으로 약 8%를 부담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사용자에 대해 상용직으로 피보험자격 변경신고를 하도록 돼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해당 근로자는 전혀 개입의 여지가 없다.

마지막으로 노동관계법의 적용에 있어 노동자의 관점이 아니라, 행정편의주의적 관점에서 사용자측 의견이 우선 반영되도록 하는 행정실무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