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기준적용위원회에서 한국 정부가 밝힌 차별해소 사례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당시 한국 정부는 차별시정과 관련해 이주노동자 출국만기보험을 출국 후 14일 이내에 수령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한 사례를 꼽았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주노동자의 불법체류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다음달 29일부터 시행되는 해당 제도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출국만기보험(퇴직금)을 수령하려면 출국심사를 마친 뒤 공항에서 직접 수령하거나 본국에 귀국한 지 14일 이내에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주공동행동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민변 등 30개 이주·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철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본국 금융시스템 미비로 퇴직금 수령비율이 낮아지는 점 △퇴직금을 적게 받아도 국내에 항의하기 어려운 점 △이주노동자가 공항에서 퇴직금을 받기 어려운 점을 이유로 반발했다.

정영섭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사무국장은 “이주노동자가 중간에 사업장을 바꿀 경우에도 출국해야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며 “적게 받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 보험사를 상대로 퇴직금을 제대로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우려했다. 정 국장은 이어 “노동부가 차별적인 제도를 두고 차별을 해소한 사례라고 주장한 것은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ILO 총회에 참석 중인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부장은 “ILO 협약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한 상태서 나온 발언”이라며 “회의 자리에서 라메쉬 바달 네팔 노동자위원은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에 대해 이주노동자 차별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기준적용위 회의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했던 장근섭 노동부 국제협력담당관은 “차별시정의 사례로 밝힌 것이 아니라 이 제도가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로 밝힌 것”이라며 “ILO 111호 협약(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약)이 정한 차별의 범주에 내국인과 외국인이 퇴직금을 다르게 받는 것은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ILO 111호 협약 1조에 따르면 △인종·성별·정치적 견해·출신국 등에 근거한 모든 구별 배제 △고용·직업상의 기회·대우의 균등을 부정하거나 저해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을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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