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희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노동과 삶 대표)

지난 대선 무렵 야당의 한 예비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으로 상당한 화제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노동정책에서도 장시간 근로 제한과 근로시간단축이 주된 쟁점이 되기도 했다.

필자는 각국의 연간 노동시간을 비교하는 자료를 볼 때마다 의문을 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0년 한국 노동자의 연간 평균근로시간은 2천187시간으로 OECD 평균인 1천766시간보다 24%나 길다. 그나마 주 40시간제가 도입되기 전인 2000년 2천512시간보다 13% 줄어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근로시간을 24% 줄여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할 것인가.

한국 노동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인 2천187시간을 분석해 보자. 1년 52주에서 4주 정도가 연차휴가와 공휴일 등으로 빠진다고 보면 실제 근무하는 주는 48주 정도가 된다. 2천187시간을 48주로 나누면 1주의 실근로시간은 44~45시간 정도다. 평균적으로 한국 노동자들은 1주 40시간의 소정근로에 4~5시간 정도의 연장근로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OECD 평균인 1천766시간을 보자. 우리와 동일하게 48주로 나눠 보면 37시간 정도가 나온다. 즉 실근로시간 자체가 주 40시간보다 적다는 계산이다.

이야기를 약간 돌려 보자. 노무사로 일하다 보면 출근부터 퇴근까지 10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노동자들로부터 연장근로수당을 받고 싶다는 상담을 종종 접한다. 특히 요식업이나 미용업 같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거나 시설관리직을 수행하는 노동자들로부터 이런 상담을 받게 된다. 그때마다 어려움이 발생한다. 근로계약서에 근로시간이나 휴게시간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나 명시했더라도 실제 근무형태와 많이 다른 경우에는 이른바 ‘실근로시간’이 얼마인지를 산정하기 곤란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경비직의 경우를 보면 1일 근무시간 24시간 중에서 적게는 5~6시간에서 많게는 8~9시간의 휴게시간을 정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퇴근을 못하고 계속 사업장에 붙어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휴게시간을 서류상으로 길게 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휴게’가 될까.

실제 상담을 하다 보면, 일반인의 상식적 통념에서의 ‘근로시간’은 출근한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보통의 사업장에서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총 9시간이다. 그런데도 9시간 근로제가 아니라 8시간 근로제다. 점심시간 1시간은 법적으로 근로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확실히 보장되는 업종에서는 점심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라는 통념이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최소한의 식사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서비스 업종에서 휴게시간은 근로계약서상의 ‘개념’으로만 존재한다. 당사자들은 휴게시간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진정한 ‘근로시간’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근로시간단축과 연장근로시간의 간편하고 명확한 산정을 위해 아주 간단한 해법이 있다. 휴게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면 된다. 즉 출근한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근로자가 사업장에 구속돼 있는 시간은 모두 근로시간으로 보자는 것이다. 얼마나 이해하기 쉽고 편리한가. 이렇게 되면 오전 9시에 출근해 8시간 근무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것이 상식이 된다. OECD에는 실근로시간이 전보다 1시간 줄었다고 보고할 수 있다. 그러면 OECD 평균근로시간과 대략 비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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