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6·4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성적표가 확인되고 그에 대한 온갖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진보교육감 시대’를 맞이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향후 4년간 13개의 시·도에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치러진 다른 선거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가 패배한 선거’라는 논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안이 되지 못한 제1 야당의 무능함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진보정당들의 실패가 남은 가운데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진영이 뚜렷한 승리를 낳았다.

진보는 단일화에 성공한 반면 보수는 분열한 구도 덕분이다, 1기 진보교육감에 대한 학습효과가 빛을 발했다, 개별적 변수에 의한 우연한 결과일 뿐이라는 등 저마다의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것에 당장의 관심을 두지 않고자 한다. 선거의 결과를 두고 인과관계를 밝히는 문제는 어느 것 하나를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충분히 두고 차근차근 살펴봐야 한다. 그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결론적으로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교육에서만큼은 진보가 선택받았다는 점이다. 앞일을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한편 지난 며칠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13명의 진보교육감에 대한 이념적 공세가 거세다. 전교조 출신의 교육감 당선을 우려하는 것에서부터 그들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책임지게 되며, 얼마나 큰 예산을 쓰게 되는지, 교육감의 권한을 새삼스레 재조명하는 보도들이 등장했다.

보수언론들은 앞다퉈 몇몇 주요 사안에 대해 진보교육감과 중앙정부와의 예정된 충돌과 혼란을 걱정하고, 자립형사립고 학부모들의 불안함을 인용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한발 더 나아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라는 엉뚱하고 비겁한 주장을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반응들은 현 상황에 대한 보수진영의 당혹스러움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진보교육감들의 대응은 교육현장에서 실력으로 새로운 교육의 가치를 검증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교육에는 ‘노동’의 가치가 꼭 담겨야 한다. 혁신학교 확대를 골자로 지역에서부터 한국 교육을 바꾸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는 가운데 공교육에서부터 노동을 권리로 가르치는 ‘노동인권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그간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을 꾸준하게 주장해 왔다. 특성화고교 현장실습 과정에서 학생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교육현장부터 안전과 인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올해 2월 창립한 청소년들의 노동조합 청소년유니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전한 교육환경, 현장실습 청소년들의 인권보호, 초·중·고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를 내용으로 전국의 시·도 교육감 후보들에게 정책질의를 했다. 전국 7개 지역 11명의 후보에게서 상당히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으며, 그중 많은 수가 진보교육감으로 당선된 이들이다.

특히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 당선인은 15개 조항으로 이뤄진 정책협약을 통해 서울시 청소년들의 ‘안전한 교육환경, 안전한 현장실습, 노동인권교육 강화’를 약속했다.

진보교육감 시대는 노동인권교육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다운 삶과 노동의 권리를 가르치고, 교육을 통해 누구나 안전하고 공정하게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으면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다음 세대에게 부여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 스스로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우리의 교육이 이윤과 경쟁보다 사람이 먼저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동인권교육이 한국 교육의 기본으로 자리 잡는 4년이 되길 기대한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