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정규직·이주노동자 차별과 교원 정치활동 금지 문제가 또다시 국제노동기구(ILO)의 조사·감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대 노총에 따르면 ILO 기준적용위원회(Standards Committee)는 4일 오전(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의를 열고 한국의 비정규직·여성·이주노동자 차별사례와 정치적 입장에 따른 차별 문제를 공식안건으로 논의했다. 기준적용위는 국제노동기준 이행사항을 감시·감독하는 ILO 상설위원회다.

기준적용위가 한국의 차별사례를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ILO는 2009년 총회에서 한국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과 비정규직 차별해소 대책 문제를 기준적용위 안건으로 상정했다. 지난해에는 기준적용위 개별사례심의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에서 비정규직은 임금과 사회보험 적용에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여성 비정규 노동자의 임금은 남성 정규직의 35% 수준이며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률은 30%대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한국에서 매년 2천여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데 특히 하청노동자에게 산재사망이 집중되고 있다"며 "노동안전보건 기준마저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교원의 정치활동 금지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노동계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기준적용위는 지난해 초·중등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ILO 전문가의 한국 파견' 같은 기술지원(Technical assistance)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이 2년 연속 개별사례심의 국가로 지목된 배경이다. 개별사례심의는 노동자그룹과 사용자그룹의 합의에 따라 ILO 185개 회원국 가운데 특정 회원국을 상대로 협약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다. 올해는 한국을 비롯한 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 등 25개국이 개별사례심의 대상이 됐다. 한국 노동계는 "지난해 ILO 권고를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올해는 보다 강력한 주문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적용위의 결론은 다음주 ILO 총회에서 최종 채택된다.

한편 이날 오후 ILO 본회의에서는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기조연설에 나섰다. 신 위원장은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사실상 금지해 '코리안 드림'을 좇은 이주노동자들이 강제노동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민주노총 6월 총궐기 투쟁 현황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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