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광화문 네거리, 고풍스러운 미술관 옆 길은 특별할 것도 없어 그냥 뚫린 길이다. 오징어구이 파는 노점상 수레 옆으로 정장 입은 사람이 바삐 지났다. 외국 말 쓰는 관광객이, 유모차 앞세운 엄마가 거길 지나 광장 분수대로 향했다. 젊은 연인은 손잡고 보폭 맞춰 한 몸처럼 그 길을 걸었다. 지나가지 못할 이유란 없었으니 시민들은 통행금지 따위 옛말을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 일상이었다. 다만 노란 조끼 입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그 길을 지나지 못했다. 1인 시위를 위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경찰 방패를 밀쳤다고 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이 구속됐다니, 사람들은 그저 지휘관 찾아 근거를 물었다. 답이 없었다. 재차 물었다. 미신고 불법 집회라는 경고가, 해산 엄포가 뒤따랐다. 채증 카메라가 뒷줄에서 바빴다. 편향된 기사를 작성해 여론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면서 기자를 구속하는 시절이다. 행여 치우칠까, 멀찌기서 담아 봤다. 2014년 5월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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