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95년 6월27일 기초의원·기초단체장·광역의원·광역단체장 4대 선거를 동시에 실시한 뒤 20년을 맞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시대가 열렸지만 국민의 삶은 얼마나 변했을까.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조용히 치러지고 ‘안전’ 외 이슈도 많지 않다. 하지만 지방행정은 주민의 삶과 밀접한 만큼 사회적 약자의 요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비정규직·여성·장애인·청년 노동자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또 이번 지방선거부터 사전투표제가 실시된다. 30~31일 이틀간 진행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투표참여율이 확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참정권 확보를 위해 근본적으로 어떻게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까.

여성이 존중받는 지방정치 실현해야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장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마을과 지역에 밀착해 살아가는 여성들이 지역정치의 중심으로 서야 한다. 그동안 남성중심적 관점으로 작동한 지방정치를 성평등한 지방정치로 변화시켜야 한다.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생활정치,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정치, 남녀 모두에게 평등한 성평등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16개 시·도의 성평등지수는 100점 만점에 49.5점이다. 세계경제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성(性) 평등 수준은 세계 135개국 가운데 108위로 여전히 최하위권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선거야말로 ‘여성이 중심이 되는 성평등한 지방정치’ 실현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여성 유권자들은 취업걱정과 고용불안,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등 ‘일자리’에 대한 불안을 1순위로 꼽고 있다. 이어 성폭력과 묻지마 범죄 같은 폭력으로부터 보호받고 안전할 권리를 원한다.

보육 역시 대단히 중요한 지방정치 의제 가운데 하나다. 보육의 공공성 제고를 위해 국공립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부터 최우선적으로 설치하고 전체 어린이집의 30%를 국공립시설로 확충하는 것은 여성유권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번 선거에서 표를 통해 반드시 지방정치의 주인이 여성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장애인 권리 보장과 공약 반드시 이행하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장애인계는 전국 공통 주요 공약사항으로 장애인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 100% 도입, 장애인 시설비리와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한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 지원, 발달장애인 자립지원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각 후보들에게 보내고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주요 시장후보들과 정책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만 이에 대한 구체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 후보측은 장애인단체들이 선거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이런 것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기도 해 장애인계는 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 후보측이 선거공보물에 장애인과 시민이 함께 농사지었던 노들텃밭을 두고 "땅을 놀렸다"고 말한 부분에도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도 장애인들의 투표권·시민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것 같지 않다. 사전투표소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만 있어 장애인의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문제들이 발견되고 있다. 장애인은 선거에서 부차적인 존재,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취급되는 분위기들이 아직 많다.

정치는 사회적 약자의 희망이 돼 주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선거는 그것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단지 권력의 면피용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지자체장이 고유 권한으로 장애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장애인이 제시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하고, 당선 후에는 실질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며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

지방정부부터 비정규노동 개선 청신호 기대한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당선권 정당 후보들의 핵심공약에서 노동, 특히 비정규직 관련 공약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당선 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기존 진보정당에서 분화된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노동당 후보들의 공약에서만 발견될 뿐이다. 비정규노동 문제가 민생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이고 2012년 양대 선거 공간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쌍끌이 이슈가 되면서 좋은 일자리가 사회적 화두가 된 걸 떠올리면, 아무리 지방선거라고 이렇게까지 비정규노동 의제가 홀대받을 수 있을까 의아하다. 지리멸렬한 진보정당의 분열과 허약해진 조직노동의 현실이 반영된 안타까운 결과다. 그럼에도 반노동 정책으로 일관하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 노동시장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심화된 민간부문을 선도하려면, 공공부문의 사용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처우 개선·생활임금 조례 제정·노동복지센터 설립 등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실행하면 좋을 대표적인 공약들이다. 지방정부에서부터 비정규노동 문제 개선의 강력한 청신호가 켜져 사회 전반으로 빛살처럼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청년, 변화를 꿈꾼다면 적극적으로 투표해야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선거 때만 되면 청년들은 좋은 그림만 만드는 것 같다. 여야 할 것 없이 청년실업과 청년층이 겪는 어려움을 강조했다. 하지만 후보들이 밝힌 공약은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다. 당선자가 청년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면, 조례를 만들거나 입법을 통해 청년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여야 모두 조용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청년 문제가 쟁점이 되기는커녕 부각되지도 않았다.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자의 캠프에서 보금자리 장학금과 공공기숙사를 청년 주거대책으로 발표했다. 청년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청년문제를 중심적으로 다룰 기구를 만든다고 한다. 당선된다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청년문제의 대안은 늘 제시됐지만 실제 반영되지 않았다. 공약에서 그치는 정도였다. 청년유니온은 청년세대의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집중할 예정이다. 서울시 노원구·성북구 등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행되고 있는 생활임금이 청년층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월세에서 살고 있는 청년 세입자의 주거문제를 어떻게 개선에 힘쓸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청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청년이 어떤 미래를 맞게 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선거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지만 투표를 통해 실제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화를 생각한다면 청년이 적극적으로 투표하길 바란다.

여전히 투표시간 짧고 투표소 부족 … 개선돼야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6·4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노동자, 특히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표시간 보장을 요구했다. 이러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사전투표제가 도입되고, 고용주가 투표시간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규정을 신설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있긴 하지만 상당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특히 사전투표제에 대한 안내가 많이 되지 않았고, 투표소도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오후 6시로 제한된 투표시간을 연장하고, 투표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해야 한다. 또 사전투표든 본투표든 투표소를 많이 설치해 누구나 편안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번 사전투표일과 선거일에 모두 정상근무를 할 경우 고용주에게 투표에 필요한 시간을 청구할 수 있으니, 투표할 권리를 법적으로라도 반드시 보장받았으면 좋겠다.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좋은 정책'에 투표했으면 한다. 지자체·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지자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빈곤층 지역주민 보호 등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정책에 투표해야 한다.

아울러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청와대·국정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은 관권부정선거를 벌여서는 안 된다. 선거에 또 개입했다가는 더 큰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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