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동위원회가 판단할 때 정직 1개월 정도의 징계가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사유에 대해 사용자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행했다 하더라도, 이를 노동위원회가 부당징계라고 판정하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 모 사업장의 부당징계 구제신청 사건 심문회의 과정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이 한 말이다.

비록 헌법에 기본권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으나 이른바 사용자의 경영권이 기본권으로 보장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사용자가 선택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인 사용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노동위원회가 구제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의 발언이었다.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해당 발언을 한 공익위원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해당 공익위원이 심문회의 당시 신청인인 노동자를 대하는 사용자의 공격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노동위원회가 설사 기각판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용자의 징계가 100%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라는 기관을 통해 사용자의 부당한 인사처분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노동자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대리인을 무력감에 빠지게 만드는 발언임은 분명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사용자의 징계처분은 사유·절차·수단의 측면에서 정당해야 한다. 그리고 수단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상당성의 원칙’이 기본원칙으로 적용돼야 한다. 그런데 노동자측의 비위행위와 사용자측의 징계수단 간에 비례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이 상당성의 원칙이 실무상에서 얼마나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해고사건이 아닌 징계사건의 경우 노동위원회를 통해 그 부당성을 인정받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해고사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징계수단을 단계로 구분할 때 정직 1개월은 감봉에 비해 바로 한 단계 위의 징계수단이다. 하지만 해당 노동자가 겪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95조에 따라 일정수준 미만의 임금이 삭감되는 감봉에 비해 정직은 1개월간 아예 월급노동자의 생활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물며 같은 정직처분이라 할지라도 정직 1개월과 정직 3개월은 속된 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정직 3개월의 징계는 당사자로 하여금 곰이 사람으로 변한다는 기간인 100일 가까이 임금을 받을 수 없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3개월은 복귀한 후에도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노동위원회 결정문을 읽으면서 가장 답답함을 느낄 때는 “비록 본 건 징계처분의 수단이 다소 과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식의 내용을 볼 때다. 징계전력은 해당 노동자에게 꼬리표가 돼 발목을 잡을 뿐만 아니라, 이후 다른 사유로 징계를 받게 될 경우 양정의 참작사유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두7969 판결 등)

사업장의 규정에 따라서는 호봉이나 임금인상에 있어서도 추가적인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그에 반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부당한 징계로 인정될 경우 원상회복만 시키게 된다면 추가적인 불이익이 없다. 하다못해 부당한 인사처분에 대한 소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규라도 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근로계약 관계에서 노동자는 주된 의무인 노무제공 의무와 함께 성실의무를 부담하기에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사용자는 노동자가 근로제공을 통해 참다운 인격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6. 9. 5 선고, 95다6823 판결 등)

따라서 직장질서를 침해하는 노동자의 비위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징계권을 행사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안에서 상당성의 원칙과 같은 기본원칙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노동위원회의 판정문에서 “비록 본 건 징계처분의 수단이 다소 과해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식의 표현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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