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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전문가 연속 인터뷰/ 라인하르트 반뮐러 튀빙겐대학교 노동기술문화연구원 원장] "임금차별 없는 '산업횡단적 임금체계', 직무급제에서 단초 찾길"

우리나라 임금체계 개편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두 단어가 ‘직무급’과 ‘직능급’이다.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급여가 늘어나는 기존의 연공급제로는 저성장과 정년연장이라는 눈앞의 현실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는 게 임금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일의 가치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새로운 임금체계로의 변화가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직무급의 나라’ 독일 임금전문가 라인하르트 반뮐러 튀빙겐대학교 노동기술문화연구원 원장과 ‘직능급의 나라’ 일본의 임금전문가 이시다 미츠오 도시샤대학교 사회학부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28일 노사발전재단 주최로 열린 ‘외국의 임금체계 비교를 통한 국내 임금체계 개편방향’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매일노동뉴스>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두 명의 임금전문가를 만났다. 이들의 인터뷰를 이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①라인하르트 반뮐러 튀빙겐대학교 노동기술문화연구원 원장

②이시다 미츠오 도시샤대학교 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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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발전재단

‘직무급’의 사전적 의미는 “직무에 따라 급여율이 결정되는 임금형태”다. 직무급은 일의 가치를 판단한 뒤 그에 걸맞은 급여를 지급하는 임금체계다. 원칙적으로 동일한 가치의 직무에 동일한 액수의 급여가 책정되는 만큼 노동계가 강조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에 부합하는 임금체계로 평가된다.

연공급이 주도적인 임금체계로 작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직무급은 낯설고 두려운 대상이다. 연공급의 대안으로 언급됐지만, 정작 직무급 도입을 위한 노사정 차원의 실무적인 노력은 '제로'에 가깝다. 정부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의 첫 발을 디뎠을 뿐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직무평가 등에 소요되는 추가비용을 부담하기 보다는 비정규직 활용이라는 손쉬운 선택에 익숙한 편이다. 노동조합 역시 연공급제에서 파생되는 비정규직의 확대와 임금 양극화라는 눈앞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사용자 주도의 직무평가가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했다.

이와 관련 독일 임금문제 전문가 라인하르트 반뮐러(64) 튀빙겐대학교 노동기술문화연구원 원장은 “개혁을 하지 않고도 대안이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직무급제를 우려하는 한국 노동조합에게 “점점 세분화되는 직무분석에 대해 독일 노조도 적지 않은 우려를 표명했고, 실제로 임금체계 개편은 노와 사 모두에게 적지 않은 리스크를 수반한다”며 “10여년에 걸쳐 임금체계 개혁을 모색해 온 독일 금속산업의 경우 기존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고 통합적인 임금체계로의 전환에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뮐러 원장은 직무급제 나라에서 온 전문가인 만큼 “같을 일을 하는데도 근속연수가 길면 더 주고, 짧으면 덜 주는 연공급제는 공정하지 않다”는 분명한 입장을 전제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대안도 없다"

독일의 임금체계 개편 논의 역사는 30년에 달한다. 포디즘에 기반한 대량생산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한 70년대 이후 새로운 임금체계 필요성이 대두됐다. 새로운 생산시스템에 기반을 둔 다양한 직무가 만들어지면서 과거의 단순한 임금체계는 기능을 상실했다. 블루칼라 노동자와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임금 격차도 심각한 문제였다. 작업장 내 노동자 간 협업을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사 모두에게 새로운 임금체계 도입은 절실한 과제였다.

독일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업종별로 이뤄졌다. 제조업에 강한 독일인 만큼 금속산업과 화학산업에서 임금체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왜 이들 업종이었을까.

“서비스업이나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논의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냐. 이들 산업은 노사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죠. 임금체계 개편이 추진되면 노사는 모두 내부의 공격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뜻이죠. 이런 상황에서 개혁을 완수하려면 노사 모두의 체력이 강해야 합니다.”

반뮐러 원장의 설명이다. 노조 또는 사용자의 힘이 약한 상태라면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주기적으로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벌이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한국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노조 조직률이 10%를 겨우 넘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면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 앞서 노조의 체질강화를 위한 법·제도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노사 체력 강해야 임금체계 개편도 가능"

독일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기존의 ‘단순한 직무급’ 제도를 ‘촘촘한 직무급’ 제도로 손질하는 과정으로 나아갔다. 독일 금속산업의 경우 1992년 임금체계 논의에 착수해 2001년에 이르러 합의했다.

“이는 굉장히 큰 프로젝트입니다. 모든 직무에 대해 새롭게 평가하고 정의를 내리는 작업이니까요. 직무를 중심으로 한 임금지급 시스템은 과거부터 있었지만, 새로운 시스템에는 △지식과 능력 △사고력 △행동범위와 책임 △커뮤니케이션 △관리능력과 같은 다섯 가지 직무평가 요소가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이를 테면 어느 사업장에 기계기능공이 있다고 합시다. 과거에는 이 노동자가 기계를 단순조작하는 일만 했어요. 임금도 그러한 직무에 맞게 지급됐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기계조작을 넘어 기계세척이나 수리업무가 추가되는 거예요. 이때 사용자는 변화한 직무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립니다. 노조의 동의도 받아야 합니다. 직무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규정되면 노조가 그에 합당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되고요.”

이처럼 직무급제는 일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전제로 성립한다. 한국에서 직무급제가 진정한 의미의 대안으로 논의되려면 광범위한 직무분석과 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점에 대해 노사 모두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이유다.

"독일계기업 참여하는 '직무급제 시범단' 제안"

독일 금속산업 직무급제는 한 마디로 ‘산업횡단적 임금체계’로 설명할 수 있다. 적어도 독일의 금속산업 안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 반뮐러 원장의 설명이다.

“제가 지금까지 설명한 임금체계 개편 내용은 기본급에 해당합니다. 금속산업 노동자 임금 중 기본급 비중은 85%에 달합니다. 이 금액은 사업장을 불문하고 직무가 같으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나머지 15%는 능률급(성과급)과 작업부하수당(위험수당) 등 입니다. 기업에 따라 능률급 비중이 다르지만, 업계 전체를 놓고 보면 임금이 사실상 평준화된 것이죠.”

고용형태나 사업장 규모에 따른 임금격차가 우리나라처럼 심각하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3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298만5천원, 비정규직은 140만4천원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나사를 돌리더라도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월급은 다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직무급제 도입이 과연 가능할까.

“독일에도 비슷한 문제가 존재합니다. 정규직-비정규직-파견직 등 동일기업 안에서 노동자 서열화가 이뤄지고 있죠. 산업구조 개혁이 먼저냐 임금체계 개편이 먼저냐에 대해 질문하신 거 같은데요. 독일 경험상 두 가지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독일에서도 파견직의 경우 노조에 가입한 경우가 많지 않은데요. 노조는 최근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열악한 직군을 보호하라는 강한 요구는 정부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죠.”

실제 독일 연방정부는 최근 ‘파견 무기한 사용’이라는 기존 정책을 폐기하고 파견 사용기간을 18개월로 제한하는 등 노동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저성장과 고령화, 임금 양극화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다. 직무급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하다는 것이 반뮐러 원장의 제언이다.

“한국사회에 '직무급제 시범단'을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대기업·중소기업·외국계기업 등 다섯개 정도의 기업에 직무급제를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거죠. 가령 독일계 기업의 경우 본사에서 직무급제를 시행해 본 경험이 있으니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정보를 교류하다 보면 한국 실정에 맞는 임금체계 개편의 가닥도 잡힐 거라고 봅니다. 독일의 금속산업은 10년이 걸려 해 낸 일이지만, 한국은 더 짧은 기간 안에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봅니다.”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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