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옥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9373 부당감급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사건

1. 사건의 경위

원고 삼성노조(위원장 박원우)는 삼성그룹 및 그 계열사 소속 근로자 등을 조직대상으로 2011년 7월13일 설립된 전국단위 노조다. 피고(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보조참가인 삼성에버랜드(주)는 원고 박원우가 ‘① 2011년 9월9일과 같은달 16일 회사의 허가 없이 사내에서 유인물을 배포했으며, 회사와 무관한 다수의 불특정 외부인과 합세해 사내에서 구호·연설·집회 기타 단체행동으로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했고, ② 2012년 2월24일 고 김아무개씨 사망과 관련해 삼성노조 성명서와 같은해 3월28일 매일노동뉴스 기고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주장·유포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오손했다’는 이유로 감급 3개월의 징계를 했다.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이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했지만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기각했다. 이에 중노위 재심판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삼성에버랜드에 근무하는 삼성노조 조합원들은 2011년 8월26일 저녁, 다음날 오전에 경비실(백합보안실) 밖에서 퇴근하는 직원들과 점심식사하러 가는 직원들에게 노조 유인물을 배포했으나 에스텍 경비직원들이 유인물 배포를 방해했다. 삼성에버랜드는 2011년 8월26일부터 통근버스 승하차장소를 변경해 조합원들은 퇴근하는 직원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기숙사 현관 앞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같은해 9월16일 저녁 조합원들은 기숙사 현관 앞에서 통근버스에서 내리는 직원들에게 이 사건 유인물을 배포하려 했으나, 삼성에버랜드 관리직원 등이 조합원들이 기숙사 현관 앞으로 가지 못하도록 스크럼을 짜서 막고, 유인물 배포를 제지하면서 유인물을 받은 직원으로부터 유인물을 빼앗고, 조합원들을 공동주거침입으로 고소했다.

한편 삼성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 동물원 사육사로 근무하던 고 김아무개씨는 2011년 12월15일경 복통증세로 병원에 후송돼 입원치료를 받다가 2012년 1월6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김씨는 사망 직전에 왼쪽 광대뼈 쪽에 상처를 입은 사실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삼성에버랜드는 김씨가 퇴근 후 직장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던 중 넘어져 상처를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족들은 고인이 동물원에서 근무하던 중 동물 사육장 철문에 부딪쳐 그러한 상처를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친구의 사실확인서 등에는 고인이 동물사 철창문에 부딪혀서 얼굴에 상처가 생겼고, 업무가 고돼 체중이 많이 줄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유족들은 고인의 동료들을 만날 수 없었다. 이에 삼성노조는 고인의 사망원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게 됐다. 또 김아무개 프레시안 기자가 장례식장을 방문해 고인의 큰아버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하는 방으로 삼성에버랜드 인사팀 직원들이 들어가려고 했고 기자의 얼굴을 촬영했다.

그리고 삼성에버랜드 인사팀 차장이 일부 직원들에게 ‘고 김○○ 관련 상황 보고’라는 문건을 이메일로 발송했는데, 실수로 원고 박원우도 수신자에 포함돼 이 문건을 받게 됐다. 그 문건에는 유족들이 고인의 친구와 전화 통화한 내용, 유족들이 조합원들이나 프레시안 기자와 만났는지 여부 등이 기록돼 있었다. 그리고 삼성에버랜드는 직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해 ‘직원들에게 삼성노조가 고인의 상급자에게 협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고인의 사망 관련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는 것을 알렸다. 이에 원고 박원우는 삼성노조를 대표해 2012년 2월2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같은해 3월24일 매일노동뉴스에 박원우의 인터뷰 기사가 게재됐다. 한편, 고인의 유족들은 2012년 3월21일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에 유족급여를 청구했으나 같은해 12월18일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을 받았다.

2. 법원 판결의 요지

법원은 “취업규칙에서 허가 없이 사내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노조의 정당한 업무를 위한 행위까지 금지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유인물 배포행위가 정당한지 여부는 그 허가 여부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유인물의 내용·배포의 주체·시기·대상·방법·이로 인해 회사의 영업이나 직원들의 업무에 미친 영향 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유인물 배포장소에 함께 있었던 삼성일반노조 조합원 등이 비록 삼성에버랜드 근로자는 아니지만, 에버랜드 관리직원 등이 유인물 배포를 계속해 제지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을 동원한 것이고 그 수도 적었고, 단순히 유인물 배포를 도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야 하므로, 그들과 함께 유인물을 배포했다고 해 노조활동으로서의 정당성을 잃게 된다고 볼 수 없다. 또 노조 조합원들은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유인물을 배포했고, 배포 장소도 직원들이 통근버스에서 하차하는 지점이었으므로, 이 사건 유인물 배포로 인해 참가인의 영업이나 직원들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기숙사 주차장 부지의 주위에는 담장이나 철조망 등과 같이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시설물이 설치돼 있지 않아 그 부지는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장소이고, 삼성에버랜드가 갑자기 통근버스의 하차 장소를 기존의 이 사건 기숙사 주차장에서 기숙사 현관 앞으로 변경하자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기 위해 현관으로 간 것이다. 따라서 노조 조합원들의 유인물 배포행위가 삼성에버랜드의 시설관리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삼성노조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참가인의 직원들에게 노조설립 사실을 알릴 필요성이 큰 시기였음에도, 삼성에버랜드는 사내 전산망에서 삼성노조 홈페이지의 접근을 차단해 삼성노조가 삼성에버랜드의 전산망을 통해 노조를 홍보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했을 뿐만 아니라, 삼성에버랜드 직원들은 업무의 특성상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넓은 공간에 분산돼 근무하고 있어 유인물 배포 외에는 노조 홍보를 위한 별다른 방법을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인물 배포 등은 일시적·잠정적 행위에 불과해 참가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고 김아무개씨 사망 원인에 대해 삼성에버랜드와 유족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삼성에버랜드는 유족들이 김씨의 지인들과 통화하는 내용을 수집하거나 유족들이 삼성노조나 김씨 사망사건을 취재하려는 기자와 접촉하는 것을 감시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유족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주장하나, 오히려 삼성에버랜드는 유족급여청구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이 있기 전까지 유족들에 대한 집요한 설득과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 개최 등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 사건 성명서 및 이 사건 기사의 내용의 주된 목적은 삼성에버랜드가 고 김씨의 사망원인을 은폐·왜곡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고, 삼성에버랜드의 대응상황 등에 비춰 이같은 의혹제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 사건 성명서 및 인터뷰의 목적이 삼성에버랜드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실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삼성에버랜드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정할 수 있고, 따라서 원고 박원우에게 징계처분을 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가 노조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3. 결론

삼성에버랜드에서 회사 인트라넷으로 노조활동을 홍보하거나 조합원 모집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므로, 직원들에게 직접 유인물을 배포하는 방법 외에는 없었고, 조합원들은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출입 금지된 구역 밖에서 점심식사를 하거나 퇴근하는 직원들에게만 배포하고자 했는데 삼성에버랜드는 그것마저 방해했다.

그리고 성명서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원고는 삼성에버랜드가 김씨의 사망원인에 대해 은폐하려한다는 의혹을 제기해 이를 비판했는데, 그것은 진실한 사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정황들은 회사가 김씨의 사망원인을 은폐하려 한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또 산업재해예방과 사후처리는 직원의 복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므로, 노조가 직원의 사망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규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 박원우에 대한 감급 3개월 처분이 부당한 징계이며, 삼성에버랜드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것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은 매우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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