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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노동자를 도구로 전락시킨 한국 사회, 성찰하지 않으면 모래성 될 것”

19대 국회 전반기가 종료를 앞두고 있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상설특위원장 선거를 실시한다. 이것이 마무리되면 국회 후반기가 시작된다.

신계륜(59·사진)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도 곧 임기를 다하고 자리를 떠난다. 대선을 앞둔 2012년 6월 꾸려진 19대 환노위는 역대 최강의 멤버로 꼽혔다. 노동계·학계와 전문가 출신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포진했다. 유일한 여소야대 상임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기세를 올렸다. 쌍용차·MBC 청문회 개최를 밀어붙이며 대선 분위기를 띄웠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전태일재단 방문을 시도하고 새누리당이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약속을 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환노위가 주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계륜 위원장은 "노동문제를 야당과 다르게 보는 이들은 환노위 구성을 보고 공포스럽다고까지 했지만 대선이 지나면서 야당은 사실상 기가 꺾였다"며 "현장 밀착활동에 전념했지만 법·제도 개선으로 이끌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 위원장을 만났다.

“위력적이던 환노위, 대선 패배 후 기가 꺾였다”

- 환노위원장은 어떻게 맡게 됐나.

“4선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아 피해 갈 수가 없었다. 환노위만 빼고 어디든 가겠다고 했다. 1992년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뒤 수차례 환노위에서 일했다. 그래서 국가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다른 상임위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원장이 결정되던 날, 박지원 원내대표가 환노위로 가 달라고 했다. 환노위 지원자가 아무도 없었던 거다. 우리 당이 그래도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정당으로 평가받지 않나. 환노위를 기피한다고 알려질까 봐 덜컥 겁이 났다. 겸허히 받아들였다.”

- 환노위 멤버는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역할을 했나.

“여당에 한국노총 출신 의원이 있어서 잘 이끌어 가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비정규직 문제 등 관심사가 다양했다. 결론부터 평가하자면 역대 최강의 멤버였다고는 하지만 그에 걸맞은 성과는 내지 못했다고 본다. 개개인은 잘했지만 집단의 성과를 내는 것은 미흡했다. 현안을 풀려면 상임위 의결까지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저의 의지 부족도 있겠지만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기도 하다. 2012년 국회법 개정으로 여소야대인데도 표결로 갈 수 없었다.”

- 19대 국회 초반에 환노위 기세가 좋았던 것 같다.

“처음 환노위가 꾸려졌을 때는 위력적이었다. 노동문제를 야당과 다르게 보는 이들은 공포스럽다고까지 했다. 대선 전까지는 쌍용차·MBC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패기가 있었다. 그러나 대선이 지나면서 사실상 기가 꺾였다. 대선 패배 후 김중남 전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정말 눈물이 났다. 우리가 잘하지 못해 이분들에게 상처를 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 국제노총(ITUC)이 최근 한국의 세계노동권리지수가 최하위 등급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등 노동권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선 패배 후유증을 털고는 정신없이 노조를 만났다. 현재 노동계는 의지할 곳조차 없다. 이런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과 직결돼 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공격하다가 이제는 공기업노조를 공격하고 있다. 철도노조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의 공격은 현재진행형이다. 국회도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노동문제는 환노위에 국한된 게 아니다. 다른 상임위도 참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철도 민영화 문제로 촉발된 철도노조의 투쟁은 환노위가 기획재정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양대 노총 암묵적 합의로 출범한 노사정소위

-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노사정소위)가 출범하게 된 배경은.

“박근혜 정부가 노동에 대한 일대 공격을 진행해 상황이 암담했다. 당하는 노동계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노동계에 힘을 보태려면 당사자 간 대화의 틀을 만들어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승철 지도부가 출범한 뒤 민주노총을 만났다. 신승철 위원장은 정부를 못 믿겠으니 환노위원장이 소집하면 노사정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도 김동만 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과 국회 차원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양대 노총이 국회가 한다고 하면 올 수 있다고 했다. 당연히 나서게 됐다.”

- 노사정소위 활동이 입법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는데.

“저의 불찰이다. 소위가 구성됐지만 상황을 꼼꼼하게 보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박근혜 정부에 가진 강력한 적대감을 섬세하게 배려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참여할 것으로 확신했던 게 잘못이다. 당시 정부의 공공부문 탄압을 보면서 민주노총 내부에서 정부와 대화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소위 이름을 ‘환노위 현안논의 기구’ 등과 같은 무색·무취한 이름으로 정했으면 좋지 않을까 돌이켜 본다. 노사정소위가 실패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신 위원장은 그러나 "노사정소위의 성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노사정소위에서 많은 현안을 다뤘고 교섭 실무단위에서는 중재안도 나왔다"며 "향후 논의를 전개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고용노동부도 자체 중재안을 노사정소위에 제출했다. 회수해 가긴 했지만 제안이 있었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정부와 만났을 때 정부의 안을 놓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근로시간단축의 경우 노사 모두 반발했지만 의견접근이 이뤄졌다는 자료를 남긴 것은 성과다.”


- 정년연장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 통과는 환노위 성과로 꼽힌다.

“성과이긴 한데 문제도 있다. 정년연장이 제대로 되려면 50~60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세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여론화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50~60대의 은퇴 후 삶에 대한 부담을 지울 수는 없지 않나. 청년들에게 50~60대가 더 일을 해야지 자신들에게 부담이 덜 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 7월이면 복수노조 시행 3년을 맞는다. 교섭창구 단일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복수노조는 우리가 노조설립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오랜 투쟁 끝에 만든 제도다. 만들고 보니 반대편에서 활용하고 있다. 양날의 칼이 돼 버렸다. 양대 노총이 모두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서로 협력해서 교섭을 하는 사례를 봤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노동자들도 스스로 단결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상품화하는 한국 사회,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가 곱씹어 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성찰이 없으면 모래성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노사관계를 포함해 한국 기업들이 근본적인 성찰을 하지 않으면 세월호 대책은 미봉책이 될 것이다. 정의롭고 평등한 시장경제로 발전하지 못하고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독점·과점 문제가 심각해졌다. 노동자로 상징되는 ‘사람’이 자본에 예속되고 있다. 사람을 상품화하고 도구로 전락시켰다. 한국 기업과 한국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성찰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세월호를 노동문제로 접근해 보자. 선장도 승무원도 다 비정규직이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중요한 생명을 다루는 사람을 상품으로 취급했다.”

-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국가기관 대선개입 논란 등 사회적 갈등이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는 상호 이익이 충돌하는 집단 간의 문제를 통합보다는 대립과 일방적 힘의 행사로 풀어 가고 있다. 노동문제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그런 철학이 바뀌지 않는 한 새로운 국무총리가 와도 정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때문에 잠시 주춤할 수는 있지만 곧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노동자에게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을 중시한다는 것은 노동자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를 중시한다는 것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뜻이다.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길이 아니다.”

- 고용률 70%로 상징되는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고용률 70%는 사회적 대타협이 있어야 실현할 수 있다. 공기업 개혁을 보자. 노사 간에 공감할 과제도 있고 국민이 바라보는 눈높이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협의와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용률 70% 정책은 장단점이 있다. 그런데도 대화 없이 밀어붙이니까 저항을 하는 것이다. 절차를 생략하면 성공할 수 없다.”

“박근혜 정권 억압 계속하면 민주주의 성숙 요원”

- 6·4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세월호 참사로 여당을 떠난 민심이 야권으로 오지는 않는 것 같다.


“박근혜 정권 지지층 일부가 중간층으로 내려온 것은 사실이다. 이들이 다시 돌아갈 것인지 야당에게 올 것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들의 마음을 잡는 무엇인가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래된 모습이긴 하지만 우리 당은 전반적으로 이 같은 문제가 있다. 하루아침에 모습이 바뀌기는 힘들다.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은 제1야당이다. 당에 주문하고 싶은 게 있나.

“좋은 정당은 노동운동 지도자·시민단체 활동가 한 명을 뽑아서 입당시킨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노동운동과 우리 당이 공통과제를 설정한 다음 노동운동에서 공통과제를 실현시킬 정치대표를 보내는 것이 옳다. 사회계층을 잘 조직화해서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고 당은 그들과 가치를 통해 연대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관심이 많다. 협동조합·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를 추구하는 기업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꾀하는 세력이 나타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연대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사회적 연대를 당의 중심 과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처음 시작할 때는 비정규직 문제를 잘 풀어 보고 싶었다. 최근 환경미화원법 제정안을 발의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작은 것이긴 하지만 다른 비정규 노동자들도 한걸음 전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에는 ‘비정규직 보호 기본법’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광범위하고 사례가 많아서 법에 담기가 어려웠다. 준비가 부족했다. 넓게 가지 말고 환경미화원법처럼 작은 것부터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노동·시민사회와 연대하는 좋은 정당 만들겠다"

- 새로 구성되는 환노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19대 국회 전반기 환노위는 현장 결합도가 높았다. 다만 현장 문제를 법 개정이나 제도개선으로 끌고 나가지는 못했다. 반대세력이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일거에 달성하기가 어려웠다. 반론이 있겠지만 점진적으로 나가는 게 실속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사정소위도 통으로 가려다 실패했다. 작은 걸음이 모아져 큰 진전이 될 수도 있다.”

- 정치인 신계륜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공기업 문제를 다루고 싶다. 기재위는 사회적 경제 주무 상임위이기도 하다. ‘좋은 정당 만들기’에도 진력하고 싶다. 아직 개념이 덜 정리됐지만 지방선거가 끝나면 그간 함께 논의해 온 이들과 같이 좋은 정당의 상과 이론을 정립하고 구체적 실천방향을 세워 나갈 계획이다. 좋은 정당을 만들지 않고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 좋은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정권교체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매일노동뉴스가 올해 창립 22주년을 맞았다. 매일노동뉴스를 어떻게 지켜봤나.

“매일노동뉴스가 있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유일한 매체다. 매일노동뉴스의 존재가치가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좀 더 대중화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업들의 견해도 다양하게 반영하면서 노사 양측으로부터 사랑받는 신문으로 크게 성장해 달라.”

대담=연윤정 편집부국장

정리=제정남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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