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18315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취소

1. 사건 개요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사건의 개요
서울중구청은 지난해 4월4일 대한문 옆 인도에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분향소를 철거한 뒤 그 장소에 화단을 설치했다. 서울중구청의 화단 설치는 도시환경 개선 등의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쌍용차지부를 비롯한 시민들의 집회를 원천봉쇄할 목적하에 이뤄졌다.

이는 문화재청이 같은달 서울중구청과 남대문경찰서에 보낸 공문과 서울중구청의 내부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남대문경찰서는 화단이 설치되자마자 경찰력을 화단 주위에 24시간 도열시켜 시민들의 집회 주최뿐만 아니라 출입과 통행 자체를 원천봉쇄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경찰관들이 시민들의 출입과 통행을 막아 집회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24시간 화단을 경비하는 우스꽝스러운 촌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에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같은해 7월11일 그 본래 목적을 벗어나 시민들의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화단을 설치한 서울중구청의 행위와 화단 주위에서의 집회 주최 및 통행을 막기 위한 남대문경찰서의 화단 도열행위의 부당성을 시민들에게 직접 알리기 위해 민변 노동위원회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집회가 원천봉쇄된 화단 옆 인도에서 직접 집회를 진행할 의도로 집회 신고서를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제출했다.

그런데 서울남대문경찰서장은 같은달 10일 ① 이 사건 집회로 인해 주요도시 주요도로인 세종대로의 교통소통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있고, ② 간이 파라솔·간이탁자 등 신청인의 집회용품 사용은 도로법 제38조 및 도로교통법 제68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에 근거해 집회 장소를 대한문 화단 옆 인도에서 대한문 앞 광장으로 완전히 변경하는 내용의 옥외집회 제한통보 처분을 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행정법원은 이 같은 남대문경찰서장의 옥외집회 제한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집행정지 결정을 한 데 이어 옥외집회 제한통보 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옥외집회 제한통보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집회의 주최자는 집회의 대상·목적·장소 및 시간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

둘째, 집회 장소는 집회의 목적과 밀접한 내적인 연관관계에 있으므로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다른 법익의 보호를 위해 정당화지 않는 한 집회 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을 금지한다.

셋째, 중구청장이 대한문 앞에 화단을 설치하고 이후 경찰관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화단을 둘러싼 채 서 있으면서 덕수궁 대한문 옆 인도에서는 평화적·비폭력적 집회·시위마저 제한되고 있다. 이 사건 집회는 이 같은 현실을 알리는 것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바 옥외집회 제한통보 처분으로 금지된 장소는 이 사건 집회의 목적·내용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으므로 집회 장소로서 대단히 중요하다.

넷째, 이 사건 집회 신고 내용에 비춰 옥외집회 제한통보 처분으로 금지된 장소에서 이 사건 집회가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주변 교통소통이 심각하게 저해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섯째, 이 사건 집회 용품은 도로법 제38조 제1항 및 관련 규정에서 정한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공작물·물건 또는 시설물에 해당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하면서 집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도로교통법 제68조 제2항의 ‘누구든지 교통에 방해가 될 물건을 도로에 함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집회의 자유의 헌법적 의미와 기능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집회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이중의 헌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 질서에서 집회의 자유도 다른 모든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이다. 그뿐만 아니라 집회를 통해 국민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한 불가결한 근본요소에 해당한다.<참고자료 1 헌법재판소 2003. 10. 30.자 2000헌바67, 83(병합)>

또한 집회의 자유는 현대 대의기관의 경직성 등으로 대의기능이 약화되고 언론이 거대화·독점화되고 심지어 제도언론의 형태를 띠게 되면서 일반 국민의 언론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의기능을 보완하고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컨대 집회의 자유는 국민과 정부 상호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과 소수자 보호를 촉진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경찰 당국의 자의적 판단으로 집회 허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

3. 집회의 자유의 내용

가. 집회의 장소 및 시간 선택의 자유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의 내용과 관련해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장소·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한다. 집회의 자유에 의해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주요행위는 집회의 준비 및 조직·지휘·참가·집회장소·시간의 선택이다”고 판시했다.<위 2000헌바67, 83(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주최자는 집회의 대상·목적·장소 및 시간에 관해 참가자는 참가의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집회가 국가권력에 의해 세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장소나 집회에서 표명되는 의견에 대해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장소로 추방된다면, 기본권의 보호가 사실상 그 효력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도 집회의 자유에 있어서 장소의 중요성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집회 장소가 바로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위 2000헌바67, 83(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처럼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이므로 경찰 당국이 이를 임의로 훼손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

나. 국가공권력의 침해에 대한 방어권

집회의 자유는 일차적으로 국가공권력의 침해에 대한 방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이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또는 집회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는 국가행위를 금지하는 기본권이다.

이처럼 집회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국가에 대한 방어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간섭이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남대문경찰서장의 옥외집회 제한통보 처분은 그 이유 자체가 억지이고 명목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 진정한 목적은 24시간 화단 경비대로 전락해 버려 꾀죄죄한 처지에 있는 경찰을 비판하고 시민들에게 폭로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해서든지 막는 데 있었다.

대한문 인도 면적 중 불과 4분의 1 부분만을 사용함에도 이 사건 집회로 인도의 교통소통에 심각한 저해를 가지고 온다고 억지를 부렸다. 국어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법 문언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아차릴 수 있음에도 집회 용품사용이 도로법·도로교통법 등에 위반된다는 황당한 이유를 댔다.

대상판결은 이 같은 경찰의 집회에 대한 자의적이고 부당한 침해 내지 개입에 제동을 걸고, 집회의 자유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 질서 내에서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대상판결은 집회 장소는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다른 법익의 보호를 위해 정당화지 않는 한 집회 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을 금지해야 하는 점을 확인하고, 이번 옥외집회 제한통보 처분은 집회 장소와 항의 대상을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부당하게 분리시키는 위법한 처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5. 결론

민변 노동위원회가 이 사건 집회를 기획한 목적에는 경찰의 위법한 집회 방해로 인해 대한문에서 나날이 고통 받고 힘겹게 싸우고 있는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시민들에게 연대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최근 삼진아웃 운운하면서 ‘전문 시위꾼’이라는 국가기관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속된 표현을 쓰면서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연대 시민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했다.

이 같은 도발적이고 부당한 공격에 맞서 다시 법정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연대 시민들에게 이 판결을 바치고 연대의 의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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