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번을 생각해도 도대체 은행이 왜 점포를 폐쇄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위원장 김영준) 간부의 하소연이다. 씨티은행은 지금 190개 지점의 3분의 1에 달하는 56개 폐쇄지점을 확정하고 매주 5~10개의 점포를 실제로 없애고 있다. 점포폐쇄의 이유는 비용감축이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노동자들에게 “시장상황에 맞게 선제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는 반대로 “선제적인 비용감축은 이미 충분히 이뤄졌다”고 비판한다. 최소 수준의 지점과 인원으로 효율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논란이 되고 있는 용역비를 당기순이익에 포함시키면 시중은행에서 지점과 인원수 대비 수익성이 가장 높고, 용역비를 순이익에서 제외하더라도 1인당 수익성이 시중은행에서 두 번째로 높다.

용역비는 뜨거운 이슈다. 지부의 문제제기 덕이다. 김영준 위원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용역비에 대해 “명백한 국부유출이고 회계분식이고 탈세”라고 비판했다. 2004년 한미은행과 통합한 뒤 지난해 말까지 씨티은행의 용역비는 1조2천억원이 넘는다. 지난해만 봐도 2천1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용역비는 1천830억원이나 됐다. 대주주가 배당금이 아니라 용역비 항목으로 국외 본사에 송금하면 세금을 3분의 1 정도 줄일 수 있으니 김 위원장의 말은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

이런 사례는 씨티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천824억원을 벌어들인 SC은행은 용역비로 1천35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C은행도 올해 지점 50개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정도면 지주회사의 수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NH농협금융은 더 심각하다. 15일 농협금융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농협금융은 명칭사용료로 647억원을 지출했다.

자회사인 NH농협은행은 아예 35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만약 명칭사용료 731억원을 안 냈다면 204억원 흑자를 기록했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6일부터 씨티은행에 대한 검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은행지부가 제기한 용역비를 빙자한 국부유출과 불공정 거래행위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다. 이번 기회에 금융당국이 비상식적인 영업행태를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를 기대한다. 명칭사용료나 상표사용료 같은 지주회사의 수탈을 막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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