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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환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 “지엠 철수 논쟁보다는 장기발전 전망 마련해야 할 때”
▲ 정기훈 기자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한국지엠 얘기다. 2012년 11월 전략차종이었던 크루즈 후속차량의 해외생산이 결정된 뒤 생산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한국지엠 수출량의 25%를 차지했던 쉐보레 브랜드 유럽수출 중단이 결정됐다. 올해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했지만 물량이 없는 군산공장과 부평2공장은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13개의 생산차종 중 창원공장의 스파크를 제외하면 후속차종 생산계획이 없다.

글로벌 지엠에게 사내하청을 포함해 1만8천여명이 일하는 한국지엠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지엠 본사는 “한국시장에서 철수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창원공장을 빼고는 이미 결론 난 거 아니냐”는 극단적인 전망마저 나온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안에 전 공장에 물량확보 계획을 마련하고, 내수 확대 등의 장기발전전망을 만들지 못하면 1천750명이 해고됐던 2001년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4일 오전 인천 부평구 지부사무실에서 정종환(53·사진) 지부장을 만났다. 정 지부장은 “지금은 지엠의 먹튀설을 제기하기보다는 장기발전전망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한국지엠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1천750명이 해고됐던 2001년 대우차 구조조정 때보다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본사에서 2012년 11월 군산공장에서 크루즈 후속차종을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물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 지엠 본사에서 한국에 물량을 배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고비용 국가라고 주장하는데.

“지난달 미국에서 본사의 메리 바라 CEO를 만났다. 한국의 임금수준이 높다고 하더라. 결코 그렇지 않다. 지엠 해외사업부문(GMIO)이 담당하는 아시아·아프리카·호주의 임금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호주는 시급 21달러, 태국은 3달러, 한국은 12달러 정도다. 우리나라 시급은 유럽·북미와 비교하면 더욱 낮다. 각국의 생산비용과 판매액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다음에 그런 얘기를 해야 한다. 고비용을 논하기 전에 회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글로벌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이라고 하지만 한국지엠에는 수출물량 감소에 따른 대체물량이 없다. 한국지엠이 핵심 사업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후속조치를 내놓지 없고 있다.”

- 지엠은 부정하지만 한국 철수설이 떠돈다.

“그런 얘기가 나올 수는 있다. 새 프로젝트가 없지 않은가. 호주에서 철수를 결정해서 더욱 그럴 것이다. 회사측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겁박할 수도 있다. 내년까지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온갖 협박과 물량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견뎌 내는 것이 과제다. 지금 상황에서 먹튀론을 제기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불안감만 자극하고 회사에 압박도 되지 않는다. 임금·단체협약 투쟁을 통해 장기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특히 회사는 노동자 간, 공장 간 갈라치기 전술을 펼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각 공장 신차개발과 물량 확보, 내수활성화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데.

“창원공장의 스파크 후속차량을 제외하면 나머지 차종은 후속계획이 없다. 군산공장에 크루즈 생산을 다시 유치하는 것을 포함해 전 공장에 생산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홈룸(Home Room)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자동차의 부품을 각기 다른 공장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품을 한국공장에서 만들자는 것이다. 영업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다른 완성차처럼 직영 판매점이 있어야 한다. 주문한 만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재고를 충분히 쌓아 놓고 고객의 주문에 빠르게 답하자는 것이다. 철수를 결정한 유럽시장에 쏟아부었던 마케팅 비용을 한국에 투자해야 한다.”

- 한국지엠 판매량의 80%는 수출이다. 현대·기아차가 장악한 내수에서 판매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까지 내수가 10%였는데 최근에는 16~20%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 고객의 수준이 미국 등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한국지엠이 자회사이다 보니 본사에서 결정을 해야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도 문제다. 본사가 중국 시장에 무게를 많이 두고 있는데, 중국 거품이 빠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국에서 생산해 남는 차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다. 본사 관계자들도 중국 시장에 거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 지엠에 한국시장 철수를 요구할 생각은 없나. 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런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지금 고사시키지 말고 차라리 한국에서 나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 말이다. 그런데 2001년 대우차 정리해고 경험상 국유화하든,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든 간에 구조조정 없이 인수되기는 힘들다. 떠나려는 이들을 붙잡을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한국시장에 메리트를 느끼게끔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은 ‘당신들이 물량을 주면 품질 좋은 차를 원하는 만큼 만들어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지엠이라는 자동차 회사의 발전과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다.”

-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파업을 하면 물량을 주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조합원을 우롱하는 발언이다. 일단 회사에 기회는 줄 생각이다. 한국시장에 메리트가 있다면 우리가 파업을 한다고 해서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파업을 안 한다고 해서 떠날 사람이 남지는 않는다. 인내를 갖고 교섭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회사에 기회를 줘서 대화로 해결된다면 좋고, 안 된다면 파업을 불사하겠다.”

- 통상임금 추가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의 위기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과 ‘과도한 부담’에 해당할 수 있는데.

“퇴직자들에게 주는 퇴직금·임금 지급내역서를 보면 ‘급여일할, 상여일할’ 항목이 있다. 고정성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재정문제를 보자. 회사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을 가정해 회계장부에서 (손실 처리를 통해) 뺐다가 최근에 다시 넣었다. 서류상으로 장난을 친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소송에서 신의칙이 문제가 된다면 회사의 추가비용과 실질임금 인상률, 회사의 재정상태를 고려할 수도 있다.”

- 회사는 임단협에서 물량확보와 통상임금 문제를 연결할 것으로 보인다.

“군산공장과 부평 2공장 물량감소를 보면서 통상임금 때문에 협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두 개의 현안을 연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생산물량은 고용문제다. 통상임금은 착취당한 임금을 돌려받는 문제다. 물량과 통상임금은 엄연히 별개의 사안이다.”

- 올해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실시됐다. 보완할 점은 없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조합원들의 건강을 위해 '8시간+9시간' 근무형태를 '8시간+8시간'으로 바꿔야 한다. 월급제를 시행해야 한다. 임금보전도 중요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생산성을 늘린 만큼 보상을 받았는데, 우리는 못 받았다. 그나마 물량이 있는 부평 1공장에서는 생산성을 더 이상 늘릴 수 없을 만큼 일하고 있다. 반면 군산공장과 부평 2공장은 생산성을 논하는 게 의미가 없을 만큼 물량이 없다. 물량을 확보해 미래를 담보해야 주간연속 2교대제도 정상화할 수 있다.”

- 사내하청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정규직들의 고용조차 불안하다 보니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사내하청은 노조 조직이 약하다. 먼저 노조로 묶어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하겠다. 물량이 확보되기 전이라도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에 따른 빈자리에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채용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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