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아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올해 3월 재택위탁 집배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4월부터 재택위탁 집배원들을 ‘사업자’라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임금에서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 위탁계약서상 문구를 고친 것을 포함해 근로자성을 지우기 위한 일련의 조치에 뒤이은 후속조치였다. 필자가 그들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가을. 그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뒤 위와 같은 상황을 이야기하며 정말 자신들이 사업자가 맞냐며 상담을 하러 왔을 때였다.

2000년 전후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대거 생겼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대규모 집배원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이로 인해 일반 집배원들의 노동강도가 대폭 증가하자 집배부하량 경감과 집배원 인력충원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시간제 일자리가 재택위탁 집배원이었다.

그리고 14년이 흐른 지금도 다른 일반 집배원들이 수행하는 우편배달 업무를 분담(아파트 단지 등을 담당구역으로 정해 수행)하고 있다. 다만 재택위탁 집배원들은 배달물량을 가지러 우체국으로 출근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일반 집배원이 지나면서 가져다주는 배달물량을 자신의 집배구에서 수령해 배달한다.

그들은 2013년 당시 시급 5천300원에 하루 6~7시간을 근무하고 월 70만~80만원을 받고 있었다. 시급은 2002년 4천450원에서 10여년이 지난 지난해 고작 850원 인상됐다. 올해 시급은 5천460원이다. 재택위탁 집배원들 중 대다수가 수년 이상 계속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적정한 연장근로수당·법정휴가·퇴직금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그러던 그들은 지난해 4월 어느 날, 하루아침에 시급 5천300원짜리 사장님이 됐다. 다른 일반 집배원들은 기능직 공무원이든 비정규 근로자로 채용된 경우든 모두 근로자성이 당연히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일반 집배원들이 하는 업무를 재택위탁 집배원들도 거의 동일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정사업본부는 재택위탁 집배원들에 한해 “자신들이 지휘·감독을 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위탁사업자”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택위탁 집배원들은 지난 14년간 사용자가 시키는 방식 그대로 배달업무를 수행했다. 갖다 주는 우편물량 모두를 매일매일 배달해 왔다.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매일매일 근로를 제공해 왔던 것이다. 또한 집배원들의 업무는 외근업무를 그 근로계약의 본질적 내용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출·퇴근 부분이 생략돼 있다는 차이만으로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더욱이 그들은 우편배달업무를 통해 개인적인 이윤창출과 손실위험을 부담하거나,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점에서 사업자성이 부정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우편사업이라는 것은 그 사업의 성격상 취급의 안전성·신속성·정확성·통일성·공공성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국가독점사업으로 정해 놓고 있다. 그래서 우편계약을 체결하는 대부분의 국민은 국가가 직접 해당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고 믿고 맡긴다. 그럼에도 재택위탁 집배원들이 근로자가 아니라 위탁사업자라는 말은 국가는 국민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주장이다. 지난 14년간 우편물 중 일부에 대해서는 우편계약 당사자인 국민의 동의도 없이 직접적인 지휘·감독도 할 수 없는 제3의 누군가에게 임의로 위탁 처리해 왔다는 것이다. 필자로서는 내 우편물들이 위와 같이 처리돼 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물론 사법부의 결론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3월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십수년이 넘도록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와 무관하게 묵묵히 근무해 오던 그들을 "사업자"라고 부르자, 그들의 일부는 노조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부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사업자가 아닌 "노동자"라고 응답한 것이다.

이제는 사법부가 답변할 차례다. 재택위탁 집배원들은 근로기준법상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받아야 하는 근로자들이 아닌가. 사용자의 일방적 불이익 처분으로부터 보호받을 필요도 없고, 인간의 존엄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 보장도 받을 필요가 없는 그런 사업자들이 맞는가?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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