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12일 오전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광장 한구석에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지난달 17일 숨진 중증장애인 송국현(53)씨의 장애인장이다. 사망 26일 만이다.

혼자 거동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장애등급 기준에 미달해 활동보조지원을 받지 못했던 고인은 자립생활 체험홈에서 난 화재로 인해 숨졌다. 이날 장례식은 장애인·시민단체로 구성된 ‘장애등급제 희생자 고 송국현 동지 장례위원회’가 주재했다.

박김영희 공동장례위원장은 "장애등급제가 있는 이상 장애인은 저울에 놓여 등급으로 나눠지는 존재"라며 "제2의 송국현이 나오지 않도록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을 다짐하자"고 호소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고인의 죽음은 지원대상을 축소하고자 엉터리로 심사하는 장애인 지원제도의 후퇴로 벌어진 타살"이라며 "사과할 사람의 사과를 받아 내겠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2년여간 광화문역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농성해 왔지만 영정만 늘어나고 있다"며 "수많은 장애인들을 장애인 시설에 가두거나 불타 죽게 하는 정부에 대해 침묵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례위원회는 이날 장례식을 마친 뒤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다. 고인은 화장 뒤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의집에 봉안됐다. 장례위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과와 장애등급제 폐지, 탈시설 장애인 지원을 촉구하는 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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