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공인노무사
(성동근로자복지센터 법규국장)

청소년 노동은 일반화된 ‘현상’이다. 청소년의 노동경험률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30%에 이른다. 학교 밖 청소년의 노동경험률은 60%를 넘어선다.

그동안 몇 차례 발표된 관계당국의 개선방안에도 최저임금 위반, 휴게시간 비제공, 폭언·성희롱 등의 법 위반 사례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높았다. 그런데 더 나아가 청소년 노동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 즉 불안정·비공식 노동에 청소년들이 진출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패스트푸드점·주유소·편의점 등 이른바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대표적인 업종에서 요즘 18세 이하 청소년을 찾아보기 힘들다. 높은 청장년 실업률과 하향 평준화된 임금으로 인해 과거 청소년들이 주로 일하던 아르바이트 사업장을 20대 청년이나 중장년 노동자가 채우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성동근로자복지센터에서 지난해 조사한 성동지역 아르바이트 노동현황 모니터링 결과 이 같은 업종에서 일한다는 15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 응답자 비율이 전체의 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가 필요한 청소년들은 결국 다른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됐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올해 3월 발표한 ‘청소년노동자 현황’에 따르면 '다른 노동'의 사례로 자신의 이름으로 근로계약을 맺을 수 없는 일자리 혹은 근로계약 절차 자체가 없는 일자리,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단시간 노동, 심야에 이뤄지는 ‘지옥알바’ 택배 상하차 작업, 누가 사장인지 파악할 수조차 없는 호텔서빙, 청소년 스스로가 사업자인 배달대행, 열정이 착취되는 이벤트 노동 등이 있다.

이러한 일자리들은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이거나, 비공식 노동의 형태를 띠고 있다 보니 청소년들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었다. 특히 배달대행의 경우 개인사업자 범주로 분류돼 근로자로 인정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배달건당 수수료를 받을 뿐 (사업주 대신) 오토바이 리스료와 보험료를 내고, 사고가 발생해도 산재적용은커녕 개인이 수리비·병원비를 책임져야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동부의 청소년 노동에 대한 대책은 주로 근로계약서 작성·최저임금 준수 등 법령 준수율을 높이는 것에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사업장이 법령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라면, 아니면 행정의 영향이 닿지 않는 곳이라면, 또는 법 위반임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노동부의 대책은 그 방향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거짓도급과 진성도급을 가려내는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근로감독관 특히 청소년 담당 근로감독관을 늘려 청소년 노동에서 발생하는 권리침해 사례들을 세심하게 인지하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보호주의적 관점에서 설정한 연소자 보호제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분야에서도 필요한 고민이다. 노동인권교육의 장은 우리에게 보장된 권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나열적 교육에 머물면 안 된다. 노동의 현장에서 침해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행정적 구제절차를 넘어 침해된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어떻게 다가서야 하는지, 권리회복의 발걸음을 누구와 같이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는 모색의 장이어야 한다.

10년 전 청소년의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사업장이었던 곳을 지금 청장년이 채우고 있다. 2014년 청소년의 일자리인 불안정·저임금·비공식 노동이 몇 년 후 청장년의 일자리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사회의 밑바닥 노동·불안정 노동의 민낯을 확인하는 것은 10년 후 우리 모두의 노동이 불안정 노동을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지금의 청소년 노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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