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만큼은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신념으로 공직사회의 적폐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이 나서 적폐 해결을 강조한 만큼 조만간 각 부처들마다 '관피아 척결 대책'을 만들 기세다.
대통령의 이 같은 선언이 공직사회에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지 의문이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공직사회 개혁' 선언에 대한 진정성 문제다. 사실 이날 국무회의 때 나온 박 대통령의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 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 "집권 초 이런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는 말은 유체이탈 화법의 정점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낙하산 인사 근절을 공언했다. 그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전문성 없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은데 잘못된 일"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즈음해 공개된 '공공기관 친박인명사전'을 보면 대통령의 말에 진정성이 있는지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다. 2013년 이후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 중 84개 기관 소속 117개 직위(중복포함)에 114명이 대선캠프나 새누리당·친박계 인사들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정부가 "이익을 못 내고 있다"고 닦달하는 부채 상위 25개 공공기관 중 20개 기관에 친박계 인사가 34명이나 포함된 사실은 또 어떻게 설명할까.
상황이 이러한데도 박 대통령은 한가하게 관피아·철밥통 추방을 외치고 있다. 그것도 다른 나라 얘기인 듯 말이다.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조롱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는 공공기관·협회에 꽂은 낙하산부터 치워 버려야 한다. 관피아·낙하산 개혁이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