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 보니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방만경영·부채과다 공공기관으로 지목한 38개 중점관리기관의 기관장 절반이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인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분석한 결과 드러난 사실이다. 관피아들은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해당이 안 되는 정부부처가 없을 정도다.

공대위는 “공공기관 방만·부실경영 주범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무분별하게 수행한 관피아 낙하산 인사들”이라며 “공공기관을 개혁하려면 비정상적인 관피아 낙하산 관행부터 정상화해야 한다”고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의 ‘관피아’ 이대로 좋은가. 공공기관 노동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관피아 발붙일 수 없는 투명한 정책입안 먼저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

관피아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쌓이고 쌓인 문제들이 최근 잇따라 터진 대형참사로 인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는 해결하기 어려운 딜레마 중 하나다. 공공기관 임원들은 주무부처 사무관 앞에서 쩔쩔맬 정도로 상하관계가 뚜렷하다. 그런 정부를 상대로 바람막이가 되고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는 힘 있는 관료 출신을 필요로 한다.

공공기관에 이런 모순이 생겨난 것은 불신을 자초한 정부정책 때문이다. 예산과 관련해 그 어떤 로비도 필요 없을 정도로 투명하고 정부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간다면 관피아들이 발붙일 곳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당장 시급한 것은 정책실명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떳떳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행정부가 돼야 한다. 고질적인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관피아 사라져야 공공기관 정상화 가능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의 폐단이 드러나고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온 낙하산 인사의 결과물이 바로 관피아들이다. 이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청렴도가 하락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도 관피아를 재생산해 내는 공직사회의 왜곡된 구조에 있다. 정부에서 산하기관을 좌지우지하던 인사들이 임기를 마치고 공공기관으로, 또는 관련 협회로 내려가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피아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노조의 견제가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정부는 노조를 규제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노조의 발언권을 억압해 왔다. 정부가 밀어붙인 비정상의 정상화·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바로 노조의 입을 틀어막는 일이었다.

38개 중점관리 공공기관에만 관피아가 있는 것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부 산하 13개 기관장 중 9명(노동부 7명·교육부 1명·청와대 1명)이다. 대대적인 구조 개혁 없이는 관피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임원 추천 등에 있어 노조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공직자윤리법 등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실질적인 자율경영이 가능하도록 개혁해야 한다.

금융 망가뜨린 유일한 원인, 관치인사

성낙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금융기관에 관치인사가 들어오면서 하는 이야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금융전문가라는 것, 또 하나는 조직을 외풍으로부터 막아주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둘 다 그렇지 않다. 관치인사가 들어와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론으로만 금융전문가일 뿐이고, 위기상황에서는 바람막이 역할도 하지 못한다. 현장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도, 조직을 알지도 못한다. 조직을 경영하려면 독특한 문화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관치인사들은 단기성과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그들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단기성과주의는 긴 안목으로 경영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성과주의는 주인의식도, 자존심도 잃게 했다. 결국 지금까지 금융을 망가뜨린 원흉은 단 하나, 무조건 관치다. 관치인사 개입 여지가 적었던 신한은행이 성공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창과 방패 모두를 관치가 장악하기도 한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상임감사들도 관치인사라는 얘기다. 창도 관치고, 방패도 관치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야 경영진이 과도한 성과주의가 문제라는 진단이 나오지만 조직에 절어 있는 성과주의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대안은 ‘신인간주의’다. 신자유주의는 보내고 신인간주의가 도래해야 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 인간을 비용으로 환산하는 신자유주의는 성공할 수 없다. 인간을 중심에 둔 운영을 하고, 그런 조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관피아, 정부정책 대행하는 허수아비 사장될 수밖에

박해철
LH노조 위원장

관피아들은 정부정책에 대해 옳고 그름을 떠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무분별하게 시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관료출신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무책임·무사안일·무소신이다. 그러다 보니 기관의 특성에 맞게 공공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정부방침을 따르는 대행자 역할밖에 할 수 없는 한계에 놓여 있다. 결국 허수아비 사장이 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부채에 허덕이는 이유는 올바른 정책적 판단과 결정에 의해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대부분 국책사업이란 명분, 주무부처 장관의 관심 사안이라는 명분으로 무리한 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국토교통부 출신이 사장으로 내려온 경우다. LH 사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과연 국토부의 방침을 거스를 수가 있겠는가 하는 우려가 든다. 실제 국토부의 입장에 따라 LH가 좌우로 요동치는 모습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피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인한 피해를 기관장이 책임지게끔 해야 한다. 기관장의 임기가 3년이다 보니 낙하산 인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후과는 퇴임 이후에나 나타난다. 그때 가서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피해 갈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의사결정 구조에서부터 누가 이 사업을 결정했느냐에 따라 정책결정자들이 퇴임 이후에도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무분별한 관피아 관행을 일부분이라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공공기관 인사 등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해야 할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기재부로부터 독립을 시키거나 공운위에 정부와 노동·시민단체가 똑같은 비율로 참여해 심사를 거쳐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스기술공사 경영진 모두 비전문 낙하산 ‘심각’

현지형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기술공사
지부장

가스기술공사는 경영진이 모두 비전문 낙하산 인사들이다. 강기창 사장은 강원도 행정부지사 출신이고, 상임감사와 상임이사들도 대통령 비서실 출신이거나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같은 비전문가들이다. 다른 공공기관들을 보면 적어도 기술사업본부장이나 경영지원본부장은 내부에서 뽑아 낙하산 사장을 커버라도 할 수 있게 하는데, 우리 기관은 임원 전원이 가스의 '가'자로 모르는 낙하산들이 내려온 것이다.

전문성이 없다 보니 전문기술인들인 구성원들과 이질감이 클 뿐만 아니라 가스배관망과 설비 등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안을 내오거나 투자를 하거나 인력육성을 할 능력이 없다. 우리 기관의 경우 특히나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와야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답답하다.

국내 유일의 고압가스설비를 유지·보수하는 가스기술공사에 가스분야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을 앉혀 놓고도 마음이 놓이는 정권인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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