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어버이날 엄마들은 카네이션 대신 노란리본을 단 채 흐느꼈다. 아흔넷 송영희<사진> 할머니도 그랬다. 송 할머니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진행하는 기자회견을 구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할머니의 작은 체구보다 큰 하늘색 점퍼에 달린 노란리본이 도드라져 보였다.

송 할머니는 세월호 참사를 접한 이후부터 매일같이 광화문광장을 찾고 있다. 거동이 쉽지 않음에도 경기도 일산에서 이곳까지 그렇게.

송 할머니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일이 지나서야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백내장으로 오른쪽 시력을 거의 잃은 할머니는 넘어져 오른쪽 이마를 크게 다쳤다. 수술을 하느라 뒤늦게 참사를 접했다. 송 할머니는 참사 소식을 듣자마자 대성통곡을 했다. 서른살 손자보다 한참 어린 단원고 열여덟 학생 250명이 사망·실종됐기 때문이었다.

기자가 다가가 세월호 얘기를 꺼내자 송 할머니는 눈물을 뚝뚝 쏟았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의 입가가 슬픔으로 떨렸다. 송 할머니는 “하느님은 차라리 날 데려가시지 왜 어린 애들을 데려가냐”며 “애들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도 못 쉬겠어”라고 토로했다.

등이 활처럼 굽은 송 할머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참이나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러고는 “앞으로도 애들 생각을 하며 매일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생환을 소망하며) 촛불이 켜지는 이곳에 계속 나오겠다”고 다짐하듯 덧붙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