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섭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장)

7일 현재 사망자 269명, 실종자 33명에 이른 세월호 참사 앞에 우리 모두는 할 말을 잃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뿐이다. 자본으로부터 자주적인 선원노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선박안전 문제에 대해, 비정규직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면 혹 막을 수 있었을까.

그런 노조는 없었고 만들지 못했기에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뿐이다. 혹시 지금 또 다른 곳에서 잉태되고 있는 세월호를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노조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철도·의료 민영화를 막아 내기 위한 노조의 투쟁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방송의 공정성과 언론의 자유를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지켜 내기 위해 싸우고 있는 언론노동자들의 투쟁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기업의 구조조정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노동조합이 그 실시를 반대하기 위해 벌이는 쟁의행위에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 경영권과 노동 3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이를 조화시키는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경제상의 창의와 투자의욕을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증진시키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함을 유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업이 쇠퇴하고 투자가 줄어들면 근로의 기회가 감소되고 실업이 증가하게 되는 반면, 기업이 잘되고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면 근로자의 지위도 향상되고 새로운 고용도 창출돼 결과적으로 기업과 근로자가 다 함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물론 이렇게 해석할 경우 우선은 그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노동 3권이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과도기적인 현상에 불과하고,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투자가 일어나면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되고 근로자의 지위가 향상될 수 있으므로 거시적으로 보면 이러한 해석이 오히려 전체 근로자들에게 이익이 되고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는 길이 된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도7225 판결)

대법원이 스스로 확고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판례 중 하나다. 민영화·정리해고 반대 등 구조조정 반대파업을 모두 목적상 불법으로 몰아 노동자를 구속·해고하고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가능하게 하는 논리다. 말이 좋아 경영상 결단이고 기업의 경제상 창의와 투자의욕이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의 경영상 결정에 반대하는 파업은 불법이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 정부정책이라는 의료 민영화 정책은 결국 삼성자본의 이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자본의 이윤추구에 걸림돌이 되는 파업, 공공적 영역이나 공공적 통제가 필요한 영역까지도 자본의 이윤추구를 용인하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는 논리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은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니까 불법이고, 철도공사 이사회의 경영상 결정에 대한 반대이므로 불법이라는 강변을 검찰은 계속하고 있다.

“KTX를 주식회사로 분할해 철도를 영리추구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 이미 민영화이고, 민간 매각을 전제하지 않고서 KTX 분할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민영화 전 단계라는 주장도 맞다. 이를 막기 위한 철도노동자의 파업은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의무와 책임을 다한 것이고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목적상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바라는 것은 헛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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