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과 이윤에 눈먼 기업의 행태…. 참담함으로 얼룩진 참사 속에서 그래도 희망을 준 사람이 있었다. 목숨을 걸고 소방 호스 등을 통해 수십 명의 아이들을 구한 김홍경씨다. 김씨는 3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배관 전문 건설노동자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공사 현장의 반복적인 안전교육이 위급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행동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사례를 계기로 건설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안전교육의 형태와 의미, 재난구조 관련 사회적 역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7일 오후 서울 대림동 건설노조 사무실에서 이용대(56·사진) 노조 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 김홍경씨가 위험을 무릅쓴 행동의 이유로 건설현장 안전교육을 꼽았는데.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에게 사업주들은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명무실했다. 원청의 안전관리자가 건설노동자들을 일시에 소집해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아 가는 식이었다.

노조가 본격적으로 투쟁을 시작한 뒤 현장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단체협약을 통해 매월 일정 시간 조합원들의 안전교육 활동을 보장하고, 노조가 직접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교육을 하기도 한다. 위기에 처한 아이들 곁에 있었다면 누구라도 김홍경씨처럼 용기 있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김씨의 경우 수십 년간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여러 위험을 겪었을 것이다. 반복적인 안전교육 덕택에 남들보다 차분하게 대응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어떤 교육이 이뤄지나.

“김씨와 같은 배관공의 경우 장비 자체가 워낙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방법을 가르친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경우 기종별로 전복사고를 방지하는 법을 교육한다. 안전장구 착용법에서부터 아시바(발판) 위를 걷는 법, 낙하물을 피하는 법, 고소작업시 공포심을 극복하는 법과 같이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몸에 익히도록 한다. 건설현장은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배운 대로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스스로가 위기에 처한다.”

- 안전교육과 관련해 정부가 한 역할은.

“외국에서는 안전교육을 수료한 건설노동자만 현장에 투입된다. 우리도 관련 규정이 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정부가 감독하지 않아서다. 전체 산업의 산재는 줄어드는데, 건설 산재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매년 산재로 사망하는 130~140명의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통계에서 제외된다.

공사규모에 따라 책정되는 안전관리비도 제대로 집행되는 경우가 드물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가뭄 때 농지에 물을 대거나 폭설시 제설작업, 조류독감 상황에서 살처분 지원 등 많은 사회적 활동을 한다. 전쟁과 같은 비상시에는 군사물자 이송과 같은 역할에 동원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국가가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인 산재보험 적용도 안 해 주는 것은 문제 아닌가.”

- 세월호 침몰로 대형재해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참사의 원인은 건설현장의 부조리와 닮아 있다. 정부의 눈 감기식 인허가와 관리·감독 부실이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를 보면 알 수 있다. 핵심 원인은 다단계 하도급이다. 통계적으로 100만원에 공사가 발주되면 실제 공사비는 39만원이 쓰인다. 시멘트 열 포대를 쓸 공사에 네 포대를 쓰고, 3명이 할 일을 1명이 하는 꼴이다. 나머지 돈은 모두 페이퍼컴퍼니 주머니로 샌다."

- 재해방지를 위한 활동계획이 있다면.

"성수대교 붕괴 이후 노조 차원에서 하중기준을 바꾸는 도로법 일부 개정 투쟁에 나서 성공했다. 표창까지 받았다. 당장 올해 총파업을 통해 부실공사의 원인인 불법 하도급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투쟁을 전개하겠다.

박근혜 정부 들어 위축되고 있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노동자가 직접 안전시공을 관리하는 문화를 만들 것이다. 예컨대 일부 지역조직의 경우 부실공사 징후가 발견되면 노동자가 직접 작업을 중지시키고 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 노조의 영향력을 키워 이를 더욱 확산시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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