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식 변호사
(법무법인 공간)

대상판결 / 대법원 2011두23139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들어가는 말

이른바 보수적 정권이 들어서면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어려움에 직면하곤 한다. 개혁이란 미명으로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이나 출연금 등이 예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준정부기관’이나 ‘기타공공기관’ 등 공공기관에 대한 사유화(privatization)가 추진되기 마련이다. 이는 그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고용불안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공공기관에 대한 사유화는 이명박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역난방공사·한전기술·한전KPS 등 다수의 공공기관에 대해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미명으로 사유화가 추진됐다.

본 사안은 이 같은 미명으로 추진한 사유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본 사안의 개요

정부 산하기관인 ○○관광개발 주식회사와 그 회사가 관리하는 ○○컨트리클럽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 선진화의 대상기관에 포함됐다. 그런데 그 골프장에는 그곳에서 근무하는 골프장 캐디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조가 조직돼 있었다. 그런데 경영진을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노조가 회사와 골프장 매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사장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노조를 해산시키겠다는 취지로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그 직후 회사 경기운영팀장을 필두로 해 노조에 대한 조직적이고도 치밀한 노조와해 공작이 자행됐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52명에 대해 경기보조원수칙에도 없는 징계인 무기한 출장유보조치를 취하게 됐다. 또한 대량징계로 인해 노조와해에 직면한 노조간부들이 겨울철 휴장기를 이용해 결장을 한 것에 대해 회사는 무단결장으로 몰아 3명의 노조 간부에 대해 제명처분을 했다.

한편, 이 회사를 관할하는 경찰서에서는 “정부 공기업 선진화 발표(매각) 이후 경기보조원 노조 무력화 일환으로 지난 11월5일부터 강성노조원 유보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 중략 … 골프장 휴장기(1∼2월)에는 직장부분폐쇄를 통해 ○○CC분회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임 …중략 … ○○ 사장은 노조 정리 문제를 청와대 정무수석·보건복지부 장관·보훈처장에게 구두보고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이라고 정보보고서를 작성했다. 또한 이 회사의 직원은 감독기관장의 승인 아래 회사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이 같은 무더기 징계 이전부터 ‘노조를 어떻게 깨부술까 작전을 짰다’고 그 진상을 밝혔다. 그는 때마침 발생한 캐디와 경기운영팀장과의 마찰 사건을 이용해 노조와해 공작을 진행했다고 고백하며 이 같은 경찰의 정보보고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골프장은 노조와해 공작도 모자라 조합원에 대해 출장 전에 장시간 대기하게 하거나 출장 순번을 뒤로 배치해 출장에서 불이익을 받게 하는 등의 차별배치를 자행했다.

재판의 경과와 사안의 쟁점

이같이 광범위한 노조와해 공작이 자행되자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조탈퇴 회유·강요, 무기한 출장유보처분, 제명처분, 차별배치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하고 그 행위의 방지를 구하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경기지방노동위는 노조탈퇴 회유·강요와 무기한 출장유보처분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지만 노조와 사용자가 각각 불복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탈퇴 회유·강요만이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고, 이에 노조와 사용자는 자신의 패소부분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은 경기지방노동위의 판단을 지지했다. 이러한 서울고법 판결에 대해 노조와 사용자는 각각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그리고 본 사안에서의 주된 쟁점은 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정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기 위한 전제로서 골프장 캐디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인지 여부와 ② 이 같은 행위들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본 판결은 그러한 쟁점에 대해 판단을 한 것인데, 다만 무기한 출장유보처분, 제명처분, 차별배치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현재 별건으로 여전히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본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노조법 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그 사용종속관계는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도급·위임·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2006. 10. 13 선고 2005다64385) 등을 원용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골프장의 경기보조원들은 원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에 따라 노무를 제공을 하고 있고, 업무수행과정에 원고가 관여하는 정도가 커서 경기보조원들의 원고에 대한 업무의 종속성이 상당하며, 특히 경기보조원들의 캐디피 수입은 원고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으므로 경기보조원 스스로 독립해 자신의 위험과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독립사업자성의 징표가 미흡하고, 원고가 피고 보조참가인을 노조로 인정해 단체협약·별도의 합의·노동쟁의 조정절차 등을 거쳐 온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골프장의 경기보조원들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중략 …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라고 하며, 위 골프장에 근무하는 캐디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나아가 노조탈퇴 회유·강요의 부당노동행위 인정 여부에 대해 “원고의 이 사건 분회에 대한 태도 및 이 사건 분회와의 갈등관계, 원고의 임원들이 이 사건 분회원들과 면담한 무렵부터 이 사건 분회원들 중 노조를 탈퇴하는 수가 상당히 많아졌던 점, 원고는 이 사건 분회원들에 대한 출장유보를 통해 원고가 요구하는 내용의 서약서 등을 작성하는 것을 강요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노조활동을 지배·개입하려는 의도에서 이 사건 분회원들에게 이 사건 분회의 탈퇴를 강요·회유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인정했다. … 중략 …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라고 하며, 그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본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캐디도 노조법상 근로자임을 명확하게 선언한 것은 물론 캐디들의 노동 3권 보호를 위해 캐디들로 조직된 노조도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의 주체이며 이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판시한 것이다. 이는 캐디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캐디노조의 설립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1993. 5. 25 선고 90누1731)과 같은 맥락에서, 캐디노조가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이같이 본 판결이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짐에도 다음과 같은 판결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본 판결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조를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으로 노조법 제81조 제4호에서 정한 행위를 했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본 사안과 같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판단한 대법원 판결(2014. 2. 13 선고 2011다78804)의 연장선에서 나온 판결이다. 즉, 본 판결과 2011다78804 판결은 캐디들이 캐디피를 골프장 사업주에게서 받은 것이 아니라 캐디피를 이용객에게서 직접 받는다는 점 등에 지나치게 주목한 나머지 그 캐디들의 근기법상 근로자성은 부인하고 노조법상 근로자성만 인정해 캐디들에 대한 반쪽짜리 권리만을 인정한 결과를 초래했다. 만일 양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더라면 캐디노조도 당연하게 부당노동행위의 보호대상이 될 것이기에 이 같은 2011다78804 판결의 복잡한 논리 전개를 필요로 하지 않고 보다 쉽게 부당노동행위 보호대상으로 인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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