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대 변호사
(법률사무소 로그)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2구합10185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사건의 경위

삼성에버랜드 주식회사. 우리가 잘 아는, 그리고 한 번쯤은 가 본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회사. 아래 내용은 바로 그 회사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이 회사의 노동자들 몇 명이 2009년 1월 위 회사 내에 노동조합을 설립하기로 결의했다. 그 노동자들 중에는 나중에 이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해 이 사건의 원고가 된 조○○씨가 포함돼 있었다. 노동자들은 2010년 1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삼성노조 준비위원회를 결성·운영했다. 이 같은 행위에 위법한 점은 전혀 없고 오히려 우리 헌법과 노동법이 그 정당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이 같은 행위를 비밀스럽게 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널리 알려져 있듯이 회사가 노조를 지극히 혐오해 노조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의 인사팀 직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노동자들에게 진급이나 사업 지원 등을 제의하기도 했고, 여의치 않자 급기야는 폭행하기까지 했다.

노동자들이 나중에 알게 됐지만 회사 내에서는 2011년 6월20일 근로자 5명이 ‘삼성에버랜드노조’라는 명칭의 노조설립 신고를 해 23일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고 그로부터 1주일도 안 된 29일에는 회사와 단체협약까지 체결했다. 이 노조 위원장은 회사의 인사팀에서 노사협의회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인데, 조○○씨가 근로자위원으로 재임할 때 위 조○○씨에게 근로자위원직을 사퇴하고 총무팀이나 인사팀에 와서 일하면 진급과 높은 연봉을 보장하겠다고 회유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노조를 미치도록 싫어하는 회사에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노조를 설립하고 불과 1주일 만에 회사와 단체협약까지 맺은 것이다.

그런 와중에 조○○씨는 2011년 6월26일 회사 내에서 ‘공기호부정행사죄’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다음날 석방됐다. 사건의 내용은, 조○○씨의 친구가 차량 번호판을 위조해 그 번호판을 어떤 차량에 부착해서 운행하다가 조○○씨에게 맡겨 놓았는데 조○○씨가 그 점을 모르고 그 차량을 몇 차례 운행했다는 것이다. 친구가 번호판을 위조한 시점은 체포일로부터 4년6개월 전인 2006년 12월 중순이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동향이 심상치 않음을 인지하고 노조를 서둘러 설립하기로 결의하고 2011년 7월12일 오후 7시에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노조 설립총회를 개최해 노조를 설립했다. 그 전에 회사의 인사팀으로 짐작되는 사람들은 위 노동자들을 미행했고, 노동자들의 소속 부서 상사들은 노동자들의 집 앞에서 대기하며 동향을 살폈다. 회사는 그 시점에 행한 노동자들의 휴무 요구를 모두 불승인했다. 그리고 설립총회가 개최되기 전날 위 회사는 조○○씨에게 7월14일에 개최되는 인사위원회에 참석하라는 통보서를 전달했다. 회사는 7월18일 2차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조○○씨에 대한 해고를 결정했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지 6일 뒤에 위 조○○씨는 해고를 당한 것이다.

사건의 쟁점과 판결의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간단하다. 회사가 문제 삼은 해고사유가 정당한가와 정당하지 않다면 위 회사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가이다. 그에 대해 법원은 해고사유들 대부분은 정당하지 않고 회사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 점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위 회사가 위 조○○씨를 해고한 사유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1. 2008년 1월 사원들에게 인사발령이 부당하다는 메일을 보냈다.

→ 정당한 행위로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2. 2010년 2월 회사 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근로자위원 선거에 불법성이 있다는 메일을 두 차례 보냈다.

→ 정당한 행위로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3. 2011년 1월 임직원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파일을 외부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했다.

→ 임직원의 개인정보는 주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회사 컴퓨터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은 징계사유로 인정된다. 그렇지만 노조 홍보를 위한 행위여서 그 동기를 참작할 사유가 있다.

4. 2011년 7월 회사의 전산거래원장 파일을 외부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했다.

→ 전산거래원장 파일은 주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회사 컴퓨터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은 징계사유로 인정된다. 그렇지만 회사에 어떤 피해가 간 것은 없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5. 2011년 수회에 걸쳐 회사 내의 사우나 시설에 출입하여 무단 외출을 했다.

→ 정당한 휴게시간의 이용으로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6. 2011년 6월 회사 내에서 경찰에 연행돼 직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

→ 회사와 관련된 일이 아니므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7. 2011년 7월 두 상급자에 대해 각 한 차례씩 모욕적이고 협박성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 징계사유로 인정된다. 그렇지만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친사적인 노조를 만든 사람들에 대해 행한 것이어서 그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

8. 2011년 7월 회사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결근했다.

→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므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회사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해고는 원고 조○○의 비위행위에 비하면 그 징계양정이 과다한 점, 삼성그룹이 2012년 1월 작성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에 의하면 참가인(회사)은 원고 노조를 소멸시키기 위해 원고 조○○를 해고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하면, 참가인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추단되고,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노조법 제81조 제1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회사는 소송 과정에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문서를 삼성그룹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 문서를 언론에 공개한 뒤 삼성그룹이 그룹 공식 블로그를 통해 내부 문건임을 시인한 사실과 문건에 삼성그룹의 내부 고위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계열사의 노조 설립 현황과 노조에 대한 대처방안 등이 기재돼 있는 점, 문건의 내용(노조 간부들에 대한 징계, 위 노조에 대한 방탄노조라는 공격, 친사 노조의 설립과 단체협약의 체결 등과 실제 진행된 사실관계가 일치하는 점) 등을 토대로 위 문건은 삼성그룹에 의해 작성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의미

이 사건 판결은 치밀한 법리와 창의적 발상을 담고 있는 획기적인 판결은 아니다. 오히려 확립된 법리와 상식적 판단을 담고 있는 무난한 판결에 더 가깝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판결을 높게 평가하고 그 결론에 주목한다. 그 대상이 ‘삼성’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오만과 만용을 제지하고 그 위법성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판결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조○○씨가 노조를 설립하려는 시도를 구체화하는 시점에 ‘친사노조’를 만들어 단체협약까지 체결했고 인사팀 직원과 부서 상사들을 동원해 노조를 설립하려는 노동자들을 미행하고 동향을 감시했다. 노동자들의 휴무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승인하지 않았고 급기야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해고까지 했다.

그 사유도, 몇 개는 과거의 일을 끄집어 낸 ‘들춰내기 사유’이고, 몇 개는 이런 것도 문제 삼을 수 있나 싶은 ‘먼지털이 사유’이며, 몇 개는 작정하고 추적한 ‘옭아매기 사유’다. 조○○씨가 노조를 만들지 않았으면 결코 문제를 삼지 않았을 사유들이다. 그 뒤에도 삼성은 노조원들의 유인물 배포 등의 노조 활동을 방해했고, 다른 노조 간부들도 징계했다. 그 모든 행위가 법원에서 부당징계로,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되고 있다.

이런 행위를 삼성은, 다른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노골적이고 과감하게 실행했다. 실행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놓고서 말이다. 삼성의 이런 행태를,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는 방관하거나 정당한 것으로 승인했다. 그랬다가 법원에 와서 겨우 위법한 것으로 인정됐으니, 우리는 그 점만으로도 법원의 이번 판결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맺으며

우리로서는 삼성이 뭐 더 할 말이 있을까 싶은데도 삼성은 항소했다. 이런 행위는 문건에 비춰 보면 노조의 세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항소심에서 삼성은 해고 사유가 정당하다고 강변하겠지만, 원고를 대리한 나로서는 원고가 노조를 만들지 않았다면 회사가 원고를 과연 해고했겠는지, 다른 노조원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행하는 등 노조원들에 대해 고사 작전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친사 노조’의 설립 및 단체협약의 체결이 이 노조의 설립 및 원고에 대한 해고와 무관한 것인지, 회사가 행한 행위가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내용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를 따져 물을 것이다. 삼성이 억측과 비상식으로 점철된 답변으로 시민 사회의 조롱을 받지 않으려면 삼성은 지금이라도 항소를 취하하고 원고를 즉각 복직시키며 노조의 활동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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