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주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무리한 배차시간을 지키기 위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시내버스 운전원과 교통법규를 지키느라 배차시간을 위반하는 버스운전원이 있다. 두 경우 중 과연 누가 징계를 받아야 할까?"

필자는 얼마 전부터 경기도 소재 한 시내버스회사에서 근무하는 버스운전 노동자에 대한 해고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과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을 책임진다고 하는 시내버스 운전원들의 위험한 질주에 감춰진 비밀을 알게 됐다.

시내버스 운전원들의 근무는 대부분 격일제 형태로 시행된다. 격일제 근무의 경우 1일 18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근무시간만 그렇다. 전체 근무시간을 따지면 하루에 20~23시간 정도 일한다. 첫차 운행을 위해 새벽 4시께 집을 나서 하루 종일 버스를 운전하고, 막차운행까지 마치고 나면 이튿날 새벽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 회사의 경우 1회당 3시간에서 3시간2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를 하루에 7회 운행하도록 배차지시가 이뤄진다. 그런데 새벽시간대인 1·2회 운행시에는 손님이 적다는 이유로 2시간 간격으로 배차가 시행되고 있었다. 결국 신호위반을 하지 않고는 사용자의 배차지시를 이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해고를 당한 노동자는 운전경력 30년 동안 그렇게 운전해 온 사실이 없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면서 버스운행을 하는 것을 스스로 인정할 수 없어 신호를 지키면서 버스를 운행했다. 그러다 보니 배차시간을 맞추기 힘들게 됐다.

버스운전 업무의 특성상 기사는 운전을 하는 동안에는 운전 외 그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 심지어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 자체로 이미 일반 사무직 노동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노동을 행하는 것이다.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장시간 운전을 마치고 나서 잠깐의 대기시간에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신다. 참았던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일정 정도의 휴게시간 보장이 절실하다. 이런 이유로 노동자들은 매회 배차 사이에 10분만이라도 쉬어야 하는데, 휴게시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신호위반을 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애써 운행을 빨리 마쳤음에도 다른 노동자가 배차시간에 늦으면 차고지에 도착하자마자 휴게시간을 갖지 못한 채 바로 출발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배차시간의 경우 도착시간은 없고 출발시간만 정해져 있다. 노동자들 사이에는 불만이 생겨나게 됐다. 안타깝게도 그 불만은 무리한 배차를 지시하는 회사가 아닌 동료 노동자에게로 향했다.

노동자는 사장에게 편지를 써서 운행횟수를 1회만 줄여 배차시간을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하면 각종 교통사고·신호위반·휴게시간 보장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사측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배차지시 위반 및 운행질서 문란에 대한 경고’와 ‘해고 통보’였다.

해고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측 대리인은 이렇게 말했다.

“관련 각종 법규를 다 지키면서 버스회사를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노동위원회 심판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수많은 신호위반 사실에 대한 주장과 입증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지는 듯하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발생하는 어려움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또는 법보다 우선 배려돼야 한다. 그게 우리나라의 법상식인 것을 필자와 해당 노동자만 몰랐던 것이다.

퀴즈의 답은 나왔다. 후자다. 독자 여러분은 무엇이 정답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