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이고, "승객들은 제자리를 지키라고 하면서 자기들은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을 했다. 이것은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이 승객 구조를 방기하고 홀로 대피한 것에 대해 비난했다. 대통령의 말로 표현된 것일 뿐 지금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세월호 선장 등 선박직 승무원들에게 하고 있는 비난이다. 선장·항해사·조타수·갑판부 등 세월호의 선박직 승무원들은 승객을 두고서 탈출해서 구조됐고, 그것으로 윤리적으로, 나아가 법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비난받을 짓을 저질렀다. 물론 그들이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줘야 할 승객들에 대해 의무를 저버리고서 승객을 두고서 탈출한 것을 넘어서 자신들만 살겠다고 먼저 탈출하기 위해서 승객들을 버린 것인지, 그래서 그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인지는 수사기관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 법원의 재판을 통해서 법적으로 판단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판단된다면 그들은 “살인과 같은 행위”를 했다고 비난받는 것을 넘어서 살인행위로서 법적 비난을 받아야 한다.

 
2. 2014년 4월16일 세월호는 침몰했다. 해운회사 청해진해운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거였다. 대통령이 선장과 승무원을 비난했다. 선장과 승무원은 형사처벌 등 법적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선박관리 등에 따른 법적 책임을 해운회사에 묻게 될 것이다. 나아가 “세월호의 선박 수입부터 면허획득·시설개조·안전점검과 운항허가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책임소재를 밝혀내라고 수사당국에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했으니 그와 관련된 자들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책임 추궁이 있을 것이다.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침몰에 대해서는 이렇게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그것으로 세월호 침몰사태에 관한 법적 비난은 마무리될 것이다. 이 법적 비난은 대한민국이 이미 법으로 규율하고 있는 비난이고 이번 세월호 침몰사태에서 그걸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한 해운회사의 세월호 침몰사태에 대한 법적 비난일 수 있어도 대한민국의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태에 대하여 새로운 비난일 수는 없다. 그런 법적 비난이 실정법으로 존재하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에서 세월호 침몰사태는 발생했다. 도대체 무엇이 대한민국에서 세월호 사태로 수백명의 승객을 수장시켰더란 말이냐. 선장·승무원들이 해상 사고 발생 뒤 승객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 때 승객들에게 탈출 명령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랬다면 이번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오늘 대한민국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급박했기에, 도대체 얼마나 제 목숨이 귀하기에 그랬던 것이냐고 세월호 선장·승무원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은 분노로 묻고 있다. 도대체 무엇일까. 그들은 어째서 위험을 감수하고 승객 구조라는 제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던 것일까. 수사하는 검사도, 경찰관도 아니라서 이런 질문을 그들에게 신문할 수 없는 나는 그들의 입장에서 내게 질문해봤다. 아무리 자문을 해 봐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이번 사태를 통해서 그런 일이 내게 닥친다면 나는 세월호 선박직 노동자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을 뿐이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내게 맡겨진 임무는 수행하겠다고 다짐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노동자권리 타령으로 사는 나는 언론에서 보도된 그들의 근로조건에 관심을 두고서 읽었다.
 
3. 선장은 비정규직이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태에서 대참사를 부른 ‘악당’ 이아무개 선장은 69세의 계약직 노동자였다. 세월호에서 선박 안전관리의 핵심 보직인 갑판부 선원까지 전체 승무원 29명 중 절반 이상이 6개월~1년의 계약직이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선장을 비롯해 1·2·3등 항해사 4명, 조타수 3명, 기관장·기관사 3명, 조기장·조기수 4명 등 15명이 선박직이다. 이들이 이번 대참사에서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해서 대한민국 국민의 비난을 받고 수사기관의 수사 등으로 대한민국의 법적 비난받고 있는 자들이다. 이들 중 항해사·기관장 등 4명을 제외하고는 계약직인 비정규직이었다. 20대 내지 40대로 구성된 소수의 정규직과 50~60대로 구성된 대다수의 비정규직이 맹골수도에서 대한민국 최대 여객선 세월호를 운행하고 있었다. 평상시 소방훈련·구명정훈련 등을 지휘하고 위기 발생시 선내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이 1년 계약직이고 선장의 손과 발이 돼야 할 조타수 3명도 모두 6개월~1년의 계약직이었다. 기관부 직원 중 조기장 전아무개(61세)는 세월호가 출항하던 당일에 채용돼 근로계약서도 없이 승선했다. 60세 정년으로 취업규칙은 정하고 있었지만 50대 이상은 예외 없이 계약직이었다. 조타수 오아무개씨는 ‘부당한 고용계약’ ‘너무 젊은 정규직과 나이 많은 비정규직’ ‘비정규직 차별’ 등으로 온갖 파행이 빚어진 세월호에서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계속되다 보니 직원 모두가 정신적으로 피로해졌고 교묘한 노동착취·기강해이·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은 사고에 치밀한 대응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털어 놨다고 보도됐다. 오씨는 “선원법상 10일마다 한 번씩 승무원들의 안전 훈련을 지휘하고 객실 내 각종 안전수칙을 점검하며 수백명의 목숨을 붙들고 가야 하는 여객선 선장을 1년 계약직으로 뽑는 것은 애당초 안전을 포기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1분1초가 급박한 사고 순간 60대 계약직 직원인 선장을 대신해 40대 정규직 선원이 ‘퇴선명령’을 내리고 선장과 선원들이 여기저기서 먼저 배를 탈출한 이유도 평소 지휘·근무체계가 일정 부분 무너져 있던 현실이 작용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참사를 저지른 이아무개 선장의 급여는 월 270만원이고, 항해사와 기관장·기관사의 급여는 170만~200만원 수준이며, 다른 선사 급여의 60~7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4. 세월호 침몰사태는 참사다. 사망자 실종자가 300명 이상이 되는 대참사다. 이런 대참사를 초래한 자들은 전원 구조됐다는 세월호 선박직 직원들이다. 이들은 세월호를 자신의 과실에 의해서 침몰시키고 자신들이 구조해야 할 임무를 저버리고서 승객을 버려두고 탈출했으니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대로라면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법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수사기관 등은 그들을 처리하겠다고 입건해서 수사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미 규율하고 있는 법적 비난에 따라 그들은 비난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대한민국에서 세월호 침몰사태에 대한 비난이 머문다면 그 비난은 법적 비난을 넘어설 수가 없다. 법이 선원에게 강제하고 있는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비정규직, 열악한 근로조건이라는 그들의 항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은 아무런 답을 주지는 못한다. 대한민국이 그들을 당당히 비난하기 위해서라도 그들과 같은 선원의 고용 등 근로조건을 국가의 법으로라도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항해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임무를 수행하는 자들이다. 그들에게는 자신보다는 승객을 먼저 탈출시키라고 그래서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겠다고 한다면 그들의 근로조건은 목숨을 담보하라고 감히 요구할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보장해 줘야 한다. 사실 근로조건은 사용자 청해진해운이 보장해 줘야 해야 했다. 그랬다면 우리는 그들을 보다 당당히 비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경영효율화라는 자본의 기치가 노동의 조건 내지 권리를 짓밟은 지 오래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의 고용형태, 낮은 임금수준 등 열악한 근로조건이 대한민국에서는 오늘도 자본의 절대명제이다. 청해진해운 등 민간자본뿐이 아니다. 공기업·공사 등 공공기관이 선진화니, 경영효율화니, 방만경영 정상화니 해서 추구하고 있는 명제이다. 그러니 이번 세월호의 참사는 단순히 청해진해운이라는 사업장의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침몰할 수 있는 참사고, 그것은 경영효율화라는 자본의 기치가 초래한 대참사다. 대한민국호에 탑승한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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