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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범죄, 처벌 강화할 때도 되지 않았나이호준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이호준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최근 전북지역 고속버스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가 버스요금 2천400원을 횡령한 혐의로 혐의로 해고당했다. 회사는 불과 한 달 전에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노동자를 해고했다. 2010년에도 같은 사유로 2명을 해고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밥 한 줄 값도 안 되는 버스요금 때문에 생계수단을 박탈당하는 가장 혹독한 형벌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사업주가 2천400원의 임금을 체불하면 어떻게 될까.

언론 보도를 보니 임금체불로 구속된 사업주는 2009년 2명에서 2010년 11명, 2011년 13명, 2012년 19명이라고 한다. 매년 20명을 넘지 않는다. 임금체불이 없어서일까. 체불한 사업주는 체불임금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벌금을 받는다는 게 이 바닥 노무사들의 경험칙이다.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지만, 실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는 사례는 듣지 못했다. 임금체불을 진정한 노동자가 괘씸해서 벌금 받고 돈 안 준다고 큰소리치는 사업주도 있다. 벌금을 받고 ‘배째라’로 나오면 노동자는 소송을 해야 한다. 임금체불이 가장 많은 곳이 건설현장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는 건설노동자들에게 소송이 쉬울 리 없다.

지난해 12월 2명의 관광버스 운전기사와 상담을 했다. 기본급·근속수당·시간외수당으로 구성된 임금명세서를 보여 줬는데, 대충 봐도 최저임금 위반이었다. 2011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임금을 지급했으니 2012년 1월부터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때부터 상여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같은 회사 8명의 노동자가 올해 1월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3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업주는 임금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동안 사업주의 협박에 못 이겨 5명의 노동자가 취하서를 제출했다. 근로감독관에게 조사받으며 보여 주는 뻔뻔함은 이런 사업주들의 기본 옵션이다. 조금 떨어져서 하는 짓거리를 보자면 돈 떼어먹은 사업주가 피해자로 보이고, 돈 떼인 노동자가 죄인으로 보인다.

근로감독관이 자꾸 사업주 편을 든다며 하소연하는 노동자가 있었다. 임금체불로 사업주와 대질조사를 하는데 근로감독관이 노동자에게 “사장님이 이 정도 챙겨 주셨으면 많이 생각해 주신 거네요. 웬만하면 빨리 합의 보고 끝내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이라는 근로기준법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했는데 뭘 어떻게 생각해 줬다는 것인가. 노동자가 임금 2천400원 체불됐다고 진정한다면 어떨까. 누군가의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최저임금법 위반·임금체불을 주요 범죄로 취급해 처벌을 강화하고, 입건 초기부터 근로감독관이 ‘세게’ 나간다면 어떨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하루도 안 돼 두 손 두 발 다 들고, 손이 발이 되도록 엎드려 빌고 또 빌었을 것이다. 근로감독관은 작은 액수의 임금체불도 ‘세게’ 나가야 한다.

올해 고용노동부 업무추진 계획을 보면 고의·상습 임금체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고 한다. 체불임금 외에 체불된 임금액만큼의 부가금을 피해노동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최저임금 위반은 우선 과태료를 부과하고 나중에 과태료를 감면해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체불임금을 청산하려는 사업주에 대한 융자제도도 확대하겠단다. 다행한 일이지만 여전히 뭔가 아쉽다.

무엇보다 처벌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내 돈이 아닌 걸 내가 가지고 있는 게 횡령·절도와 뭐가 다른가. 100만원 체불해 놓고 50만원 줄 테니 취하해 달라는 억지가 통하는 게 임금체불 범죄의 현실이다. 일부러 임금을 체불하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노동자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지난해 체불임금액이 1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우울감을 느낀다. 자살충동에 이르기도 한다. 심하면 사업장에 방화 등 보복충동을 느끼고 실행에 옮기거나 생계를 위해 절도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 올해 2월에는 20대 건설현장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앙갚음하려 자재를 절도했다가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더 심한 사건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매년 임금체불을 예방하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나온다. 여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보지 못했다. 처벌을 강화하자는 십수 년에 이은 충고를 귓등으로 흘려보낸다면 남은 올해도, 다가오는 내년에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이호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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