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가 성과 없이 끝날 모양새다. 올해 2월부터 이달 17일까지 노사정과 여야가 수차례 만났지만 어떤 합의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현장 혼란만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들린다.

논의시한(15일)을 넘겨 17일 다시 만난 노사정과 여야는 근로시간단축을 놓고 설전을 벌이다 헤어졌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정부·여당·경제계는 근로시간 상한을 1주당 52시간(평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하되, 특별근로시간제 개념을 도입해 8시간 추가근로를 가능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1주당 60시간 근로를 대놓고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야당은 1주당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한 현행 체계를 52시간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일정 기간 근로시간단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는 방안을 내놨다. 법을 어겨도 눈감아주자는 것이다.

이른바 여당안과 야당안 모두 8시간 노동제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이다. 노동계는 우려를 넘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근로시간단축 협상이 근로시간연장 야합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고, 한국노총은 "사상 초유의 전근대적 반노동 입법"이라고 반발했다.

국회가 근로시간단축 유예조치를 검토한 것은 급격한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방법이 잘못됐다.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근로시간에 대한 탈법적 허용방안을 검토하면서 연착륙이 불가능해졌다. 장시간 근로체제의 질서 있는 퇴각이 물 건너간 분위기다.

행정부가 잘못된 행정해석을 오랜 시간 유지한 데 이어 입법부마저 "잘하면 주 60시간도 가능하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당장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하는 노사는 오도 가도 못하는 함정에 빠져 버렸다.

실제로 경남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노조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회사가 초과근로를 줄이고 20명 가량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국회 노사정소위 공청회가 끝난 뒤부터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근로시간단축 기대가 높았는데 물거품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계속 버틴다면 노조 입장에서는 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통상임금 소송에 휴일근로 할증료 중첩지급 소송을 함께 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단축 입법을 추진했던 국회가 '1주일은 7일', '1일 노동시간은 8시간'이라는 원칙에서 슬금슬금 물러설수록 현장은 혼란스러워진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노사정소위가 노사정 대화 촉진이라는 애초 취지에서 벗어나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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